뇌에 대한 관심이 요즘처럼 높아지는 때도 별로 없지 않을까 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뒤 인공지능의 미래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뇌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아는 뇌에 대한 지식은 단편적이다. 인간이 뇌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게 됐는지 ‘맥락’을 잡기는 쉽지 않다.
‘뇌과학자들’은 맥락을 잘 잡아준다. 원제 The tale of the dueling neurosurgeons(결투하는 신경외과의사들의 이야기)에 나타나듯이, 무엇보다 재미있고 알기 쉬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나 매우 특이한 뇌 질환에 시달린 사람에 대한 소설 같은 이야기를 엮어서 뇌과학의 발전과정을 설명해주는 솜씨는 매우 뛰어나다.
미국 대통령을 암살한 정신병자들
미국 대통령을 암살한 두 범인의 이야기는 뇌질환이 어떻게 사람을 과대망상과 범죄로 이끌어주는지를 보여준다.
제임스 가필드(James Garfield 1831~1881) 20대 대통령을 암살한 찰스 기토는 신이 “가필드를 죽여라.”는 계시를 했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그 계시에 맹목적으로 따른 기토는 기차역에서 가필드 대통령에 2m 가까이 다가가 권총을 발사했다. 가필드는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사형선고를 받아 교수형으로 사라진 기토는 “나는 이제 주님께로 갑니다”는 시를 읽고 사망했다.
사탄에 유혹됐다는 설명 대신, 부검을 통해서 기토의 뇌 표면의 바깥쪽 껍질, 고등사고 기능을 제어하는 ‘회색질’이 “정상인보다 엄청나게 얇으며 크게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고 에드워드 찰스 스피츠카(Edward Charles Spitzka)는 증언했다. 만성 뇌질환을 겪은 확실한 정신병환자였던 것이다.
역시나 25대 윌리암 매킨리(William Mckinley 1843~1901) 대통령을 저격한 리온 촐고시 역시 재판의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미운 털이 박힌 탓에 정신병환자라는 변호사의 말은 전혀 먹히지 않고 전기의자에 앉아 사망했다. 가필드 대통령 암살범을 진료했던 에드워드 찰스 스피츠카의 아들 에드워드 앤서니 스피츠카(Edward Anthony Spitzka)가 이번에는 촐고시의 부검에 대한 결과를 요약했다.
그는 정신이상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순환장애나 화학적 교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지만, 촐고시는 뇌세포가 신호를 전달할 때 뇌세포 사이에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화학적인 ‘신경전달물질’이 교란돼 나타나는 정신질환 환자였다. 촐고시는 매킨리를 암살해야 한다는 생각을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던 것이다.
‘뇌과학자들’이란 책은 이같은 사건과 사건 뒤에 있는 뇌과학의 다양한 발전과정을 소설같이 써 내려간다. 뇌과학의 역사를 이렇게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한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뇌과학의 발전에 따라 발견된 뇌에 대한 단편지식을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로 떨어져 있는 뇌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은 전기발사(스파크)와 화학물질 분비(스프) 등 2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스파크당과 스프당은 엄청나게 싸웠다.)
언어능력은 예외적으로 뇌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뇌는 특정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 나뉘어져 있다.(이를 국재화라고 한다.) 그러나 언어에 대한 능력은 다르다. 뇌에서 ‘언어 장소’는 어느 한 군데만 있는게 아니다. 언어를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데 관여하는 지역은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이다.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멀쩡한데도 말하는 능력을 잃거나, 말하는 능력은 멀쩡한데 언어를 이해하는 능역을 잃는 일이 그래서 일어난다. 말은 잘하는데 글은 잘 못쓰거나, 글을 읽어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현상이 이래서 일어난다. 어떤 뇌졸중 환자는 명사만 기억하고 동사만 기억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부수적으로 얻는 것이 하나 있다.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내용을 올리는 사람들의 정신병적 특징이 여러 가지 망라되어 있다. 자신이 죽었다고 철썩 같이 믿는 코타르 증후군, 수 백 명이 자기 남편의 대역으로 나타났다는 카프그라 증후군, 두 손이 서로 다른 행위를 하는 통재불능의 손 증후군, 숫자를 보면서 색깔이 떠오르는 공감각( 共感覺 synesthesia) 도 있다.
히말라야 등 여러나라를 탐험한 영국의 제임스 홀먼 (James Holman·1786~1857)은 눈이 안 보이지만 지팡이를 두드려서 생기는 음파를 분석해서 공간을 감지했다. 이것도 대표적인 공감각 현상이다.
저자 샘 킨(Sam Kean)은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미국과학작가협회 특별상을 받았다. 세 번째로 쓴 이 책은 2014년 아마존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12351)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나사 풀림 위험을 감지하거나 내·외부 물리적 변형 요인을 구분할 수 있는 지능형 금속 부품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팅 적층제조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인지 가능한 스테인리스 금속 부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인공지능 기술과 증강현실 융합기술로 금속 부품 단위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현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산업체·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극위험물질 '방사성 요오드'를 고습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은 현재 쓰이는 탄소계 흡착제보다 280배 높은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을 보이는 다공성 흡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절단된 신경을 수술용 봉합실 없이 홍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이어붙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포항공대(포스텍)는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정호균 박사 연구팀과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주계일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전영준 교수·이종원 교수·재활의학과 이종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홍합접착단백질 기반 의료용 하이드로젤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김용현 교수 연구팀이 수천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 가운데 하나인 마찰전기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두 물질을 마찰시킬 때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전하가 이동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찰전기의 작동원리를 찾아냈다. 마찰전기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현상이 마찰열과 전기적 성질을 띠는 대전현상인데, 연구팀은 마찰전기를 '마찰열에 따른 대전현상'으로 설명하기 위해 미시적 열전효과(열과 전기의 상관 현상)에 주목했다.
한국의 첫 지구 관측용 민간 위성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그룹의 '세종1호'(Sejong-1)가 한국 시간 26일 오전에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한컴에 따르면 세종1호는 발사 후 예정된 궤도에 안착했으며, 한국 시간으로 오전 11시 11분에 지상국과의 교신이 성공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궤도 진입의 성공이 확인됐다.
종양 내부에 발생하는 저산소증만 감지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신개념 조영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홍관수 박사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대 세슬러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종양의 저산소증에 반응해 신호를 내는 감응성 바이모달(MRI·광학 혼합) 이미징 프로브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우리나라가 대응해 필수적인 AI 기술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국가안보를 위한 인공지능과 3대 전략 기술'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보호·육성해야 할 AI 기술로 ▲ 지능형 반도체 ▲ 자율무기 ▲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등 3가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