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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리올림피아드의 성과와 과제 과학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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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완
한국물리학회 물리올림피아드 위원장
명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jwkim@mju.ac.kr)

한국은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출전한 학생 거의 대부분이 금메달을 따고 있으며, 메달 수로 볼 때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 대표들은 작은 나라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는지 궁금해하며 한국 대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곤 한다. 그중 혹자는 학생들이 ‘학원(hagwon)’에서 훈련을 받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한국의 ‘과학고(Science High School)’ 제도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하며, 이들 학교 학생들의 의대 진학 문제를 물어보기도 한다. 이는 올림피아드 성적이 좋은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이 최근 과학 기술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어 그 바탕이 되는 높은 교육열과 교육 제도에 많은 나라가 관심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물리올림피아드는 한국 영재 교육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이 대회에 참여하며, 깊이 있는 물리학 지식을 쌓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며, 더 나아가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에 참가할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자부심과 함께 메달 수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훌륭한 보상과 동기 부여로 작동하여 보다 많은 학생들이 물리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올림피아드 참가자들은 일반적인 교과 과정에서 접하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물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를 배양하며, 이는 학생들이 물리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 및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올림피아드가 지나친 경쟁과 선행 학습을 야기하며 과학적 성취와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으므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는 학생, 교사, 교수, 학부형, 정부 담당자 등 각계에 걸쳐 상당히 넓게 퍼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영재고, 과학고 중심의 영재 교육 제도의 부정적 측면이 올림피아드에 투영된 것으로, 오히려 올림피아드 교육과 대표 선발 과정에서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하고 각자의 수준에서 과학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영재 교육 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피아드 관련 활동과 수상 실적이 대학 입시에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은 올림피아드의 긍적적인 측면을 확대하는 데 큰 한계로 작용한다. 많은 학생들이 올림피아드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지만, 이 결과를 대학 입시에 활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 대학 입시는 여전히 수능과 내신 성적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이 올림피아드 준비와 일반 교과 공부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특히 대표로 선발된 학생들은 여러 달 동안 주말마다 국제올림피아드 대회 준비를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하며 대회 출전 직전에는 열흘 남짓 학교를 결석하면서까지 이론 및 실험 시험 준비를 하게 되는데 대학 입시에서 내신 성적만을 반영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이 매우 크다. 최근 몇 년간은 올림피아드 성과를 인정해 주지 않는 한국의 대학보다 외국의 저명한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물리올림피아드 대표 선발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물리올림피아드 선발 과정은 지역 예선, 주 예선, 그리고 전국 결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단계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다음 단계로 진출한다.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과학 교육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사하게 지역별 대표 선발 과정을 거치는데 그 성과가 대학 입시에 크게 반영되므로 지원자가 수십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적 지원을 통해 물리올림피아드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철저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며, 대표팀은 체계적인 훈련과정을 통해 선발된다. 이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며 올림피아드 성과가 대학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과 국가적인 지원은 학생들이 학업과 올림피아드 준비를 병행하는 데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인구와 학제 등이 더 비슷한 일본은 올림피아드 성과가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자체적으로 국제물리올림피아드와 유사한 대회를 열고 이를 통해 대표를 선발한다. 예선을 거쳐 선발된 백여 명의 학생이 참가하여 나흘 정도 열리는 대회는 과학고가 따로 없는 일본에서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학교에서 온 인재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마당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일반 고등학교에서 과학 교육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고와 과학고로 양극화된 과학 교육은 학령 인구 감소와 맞물려 과학 인력 기반의 축소를 가속화 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물리올림피아드가 그동안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룬 성과를 이어가는 한편, 과학 기술 인력 양성에 널리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올림피아드 결과를 대학 입시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올림피아드 준비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과학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더 많은 학생들이 물리학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의 물리올림피아드 선발 과정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물리올림피아드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고, 대한민국의 과학 교육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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