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개발은 궁극적으로는 상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애써 개발한 기술을 아무 대가없이 남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사, 순수한 마음으로 공개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를 상업적으로 먼저 이용해버린다면 매우 억울할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결과에 대해 적절한 보상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라면, 발명자는 기술 공개를 꺼릴 것이고, 공유할 선행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의 과학기술이란 큰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식재산권이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지식재산권법을 통해 보상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지식재산권법은 특허법, 저작권법, 실용신안법, 의장법, 상표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반도체 집적회로 배치설계 보호법 등을 일컫는다. 지식재산권제도는 기술공개에 대한 대가로서 그 발명자에게 일정기간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여 보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연구에 활용할 선행기술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재산권제도의 활용도는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과 직결된다.
우리는 기술무역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미만이다. 수출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이토록 기술력에서 뒤지는 것은 지식재산권제도의 활용도 그만큼 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안되려면, 기술력 부족의 원인을 연구개발에의 투자 측면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누수되는 인프라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권의 바람직한 활용
우선, 지식재산권을 무기로 기술선진국과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목표가 바로 지식재산권의 확보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기술을 개발하는 목표는 신제품 출시를 통한 매출증대이겠으나, 매출증대를 위해서 선행하여야 할 것이 독점권의 확보 바로 지식재산권의 확보라는 현실을 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양적 팽창 보다는 질적 팽창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질적 팽창의 핵심은 인력 인프라이다. 아무리 훌륭한 과학기술을 개발했어도 특허권 등으로 권리화하여 독점할 수 없다면 상업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즉, 과학기술이 구슬이라면 이를 꿰어서 보배로 만드는 것이 바로 지식재산권제도를 통한 과학기술의 권리화인데 이 과정에서 변리사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만큼 이를 처리하는 인력 인프라인 변리사의 활용 및 역량이 국가 과학기술수준의 또 다른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변리사의 역할과 활용 방안
변리사는 연구개발 과제 선정단계에서부터 기술의 권리화, 분쟁해결 및 이용 측면에 이르기까지 그 기술에 대해서 개발자와 늘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가 되어야만 한다. 특히, 소송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변리사에게 지식재산권 관련 민·형사 소송 대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술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에서는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조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소송 당사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또한 변리사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변리사의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기술선진국에서처럼, 변리사 시험 응시 자격요건을 이공계 대학 수준의 학력자 내지는 엔지니어 경력자로 제한하고, 시험과목도 실무위주의 과목으로 편성하여 변리사 자격제도를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또한, 실무연수도 국가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지금과 같이, 국가고시라는 명목 하에 그다지 특색없는 시험제도로 평준화시키고 변리사 자격을 변호사 자격증에 덤으로 얹어주는 자격증 정도로 취급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나라는 변리사의 역량이나 경쟁력 강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총성없는 과학기술전쟁에서 변리사는 병사이다. 이렇듯 변리사는 공익성이 매우 강한 자격사임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변리사회가 임의단체가 되는 등 변리사 관리체제가 전무한 우리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와 가장 유사한 변리사제도를 운용하는 일본마저도 현재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식재산입국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제도적, 인적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국가 차원의 일사 분란한 대응으로 기업은 힘을 얻고 있다. 물건 만들어서 수출하는 데에만 급급해서는 한계가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정작 해야 할일을 외면해서는 우리의 노력은 헛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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