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미국과 유럽 공동의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토성궤도에 진입했다. 1997년에 발사되었으니 무려 7년에 걸쳐 35억km의 거리를 여행한 뒤였다. 태양에서 여섯 번째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목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행성인 토성은 화려한 고리 때문에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체로 꼽힌다. 그러나 우주탐사시대가 개막되기 전까지는 지구대기의 교란 효과 때문에 지상 망원경으로는 토성의 정밀관측이 불가능했다. 결국 3번의 우주탐사선(1979년의 파이어니어 11호, 1980년의 보이저 1호, 1981년의 보이저2호) 방문이 이루어지면서 토성은 그 신비의 베일을 조금씩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 지구 대기권 밖으로 발사된 허블 우주망원경 역시 토성에 대한 지식을 증가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제 우리는 토성은 주로 수소와 헬륨 가스로 이루어져 밀도가 너무 낮아서 물 위에 갖다놓으면 둥둥 뜨리라고 상상할 수 있다. 지구상 태풍 속도가 기껏해야 최고 시속 400km 정도인데 비해 토성 상층대기에서의 바람 속도는 시속 1,800km에 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토성을 향한 야심작 카시니
33억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이 투여된 길이 6.8m에 무게 5.5톤으로 버스만한 크기의 카시니호는 1997년 발사 당시 환경보호론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태양에서 14억km나 떨어진 토성은 도달하는 태양빛이 지구에서의 1/90에 불과해서 태양집열판 사용이 불가능한 탓에 대체 에너지원으로 33kg의 플루토늄을 실은 게 불씨였다. 혹시라도 발사 실패로 카시니가 지구에 추락할 경우 지구상에 방사능 재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 반발의 이유였던 것이다.
또한 카시니의 항로는 이같이 먼 거리를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항로상에 위치한 행성들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을 가속시키는 ‘스윙바이(swing-by)’방식이 채택되었다. 이는 마치 돌멩이를 끈에 매달아 빙빙 돌리다가 줄을 놓아버리면 원심력에 의해 돌이 멀리 튕겨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지구와 토성 간의 엄청난 거리로 인해 지구와 우주선 사이의 교신이 왕복 3시간이나 소요되므로 카시니는 자율적 판단 시스템을 더 많이 갖추어야 했다.
카시니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파리 천문대의 초대 대장을 지낸 천문학자인 카시니(J. D.Cassini, 1625~1712)의 이름을 딴 것이다. 카시니의 많은 천문학적 업적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토성의 A-고리와 B-고리 사이에 있는 오늘날 ‘카시니 간극’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는 어두운 영역의 발견이었다. 카시니에 탑재된 타이탄 착륙선의 이름인 호이겐스 역시 1655년에 타이탄을 발견한 네덜란드 물리학자인 호이겐스(C. Huygens, 1629~1695)의 이름을 딴 것이다. 1609년에 망원경으로 토성을 최초로 관측한 사람은 갈릴레오였지만 20배율 정도의 망원경으로는 토성 옆에 불룩 튀어나온 것이 고리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호이겐스는 1659년에 토성 고리의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기도 하다.
카시니의 탐사현황과 전망
카시니는 향후 4년간 토성궤도에 머물며 토성과 토성의 위성들, 고리, 자기장과 복사환경 등에 관한 관측을 하게 된다. 특히 호이겐스 착륙선은 올 크리스마스 이브에 카시니로부터 분리되어 내년 1월 경 타이탄에 착륙할 예정이다. 토성의 위성 중에서 가장 큰 타이탄은 심지어는 행성인 수성이나 명왕성보다 크다. 더군다나 태양계 위성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구름과 두꺼운 대기를 지니고 있어서 천문학자들의 호기심을 촉발시켜 왔는데 타이탄의 대기압은 지구대기압보다 60% 정도 커서 우리가 수영장 바닥에서 느끼는 정도의 기압을 가지고 있다.
타이탄의 대기성분은 지구와 비슷하게 대부분 질소지만 마치 스모그처럼 상당한 양의 메탄이나 에탄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같은 ‘스모그’는 농도가 너무 진하면 ‘휘발유 비’가 되어 지표면으로 떨어질 것이므로 스모그가 대기 중에 지속적으로 공급되려면 지표면에 메탄의 호수나 바다가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 같은 대기의 유기적 화학조성은 40억 년 전 원시지구의 환경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타이탄의 표면온도가 섭씨 약 -178도로 꽁꽁 얼어붙어있어서 생명이 존재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적어도 생명체의 등장에 필요한 원시 환경에 대한 힌트는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타이탄은 아직까지 카시니에게도 여전히 그 비밀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불투명한 대기 사이로 일부 드러난 표면에는 기대했던 물 얼음이나 메탄의 바다 대신에 얼음과 탄화수소 타르의 혼합물이 뒤엉켜 있었다. 또한 운석구덩이의 결핍과 산끼리 충돌하는 듯한 양상의 지형적 특성들은 침식이나 지진과 같은 지질학적 활동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일반대중에게 가장 어필하는 토성의 특징이라면 단연 모자 테처럼 토성을 둘러싼 고리이다. 발견된 순서에 따라 A부터 G까지 7개의 알파벳 문자 이름을 가진 주 고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꼬인 밧줄 모양으로 물결치는 듯한 수많은 작은 고리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십억 개에 달하는 얼음과 암석 덩어리들인 고리 입자들은 부스러기에서부터 집채만한 크기까지 다양하다.
고리입자의 기원은 혜성이나 소행성 혹은 토성의 다른 위성들이 부서진 결과라고 현재 추정되고 있지만 이 고리들의 기원과 형성과정, 역학에 대해 카시니가 좀 더 분명한 해답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리들 사이의 공간에는 직경이 10~20km에 불과한 미니 위성들이 있어서 고리의 역학적 성질과 진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고리입자에 대한 미니 위성의 역할이 마치 양떼를 모는 양치기 같다고 해서 ‘양치기 위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 양치기 위성의 발견 덕분에 토성의 위성 수는 현재 31개로까지 늘어났지만 앞으로도 그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토성의 위성들은 크기와 모양에 있어서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각 위성의 기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는 이들 위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카시니는 토성 도착 전인 올 6월 11일에 토성의 가장 외곽을 도는 위성들 중의 하나인 피비(Phoebe)를 근접촬영 했었다. 다른 위성들의 궤도와 반대방향으로 도는 피비는 토성 근처를 지나던 소행성이 토성의 중력에 의해 붙잡힌 경우라고 추정됐었다.
하지만 이번 카시니의 관측에서 예상과는 달리 명왕성 너머 태양계 외곽에 위치한 카이퍼대(Kuiper Belt) 천체나 혹은 혜성과 유사한 성분이 확인됨으로써 천문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천체들은 45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당시의 원시물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계의 생성과 진화에 관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현재 카시니는 앞으로 4년의 탐사기간 동안 토성을 76번 돌면서 31개의 위성 중 7개 위성 주위를 52번 근접비행 할 계획이다. 원래 2008년 7월 31일에 카시니의 임무가 끝날 예정이지만 목성 탐사선이었던 갈릴레오의 경우처럼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토성의 비밀을 밝혀낼 카시니의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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