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 상 민족의 이름으로 특정 식물이 가혹한 수난을 겪은 일은 우리나라의 무궁화가 유일할 것이다. 만주, 상해, 미국, 유럽 등으로 떠난 독립지사들이 광복 구국 정신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내세우자 일본은 여기에 당황한 나머지 무궁화를 보는 대로 불태우고, 뽑아 없애 버렸다. 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를 지키고 가꾼 애국지사로 한서(翰西) 남궁억(南宮檍 : 1863~1939) 선생이 계셨다.
무궁화의 잎은 어긋나며 자루가 짧고 마름모꼴 또는 달걀모양으로서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표면에는 털이 없으나 뒷면에는 털이 있다. 꽃은 반드시 새로 자란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 피고 대체로 종(鍾) 모양이다.
꽃피는 기간이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약 100일 동안 길고, 낱개의 꽃은 이른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기 때문에 날마다 신선함을 느끼게 하며, 며칠이 지나면 먼저 핀 꽃은 떨어지고 새로운 꽃이 그 뒤를 이어 피어난다. 이처럼 꽃과 꽃이 끝없이 이어서 피는 꽃이란 뜻에서 무궁화라고 한다.
옛날부터 무궁화는 권위가 높은 것들에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어사화(御賜花)와 진찬화(進饌花)가 있다. ‘어사화’ 란 과거(過擧)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내려 주던 꽃을 말한다.
어사화는 약 90㎝ 길이의 가느다란 참대나무를 푸른 종이로 감고 비틀어 꼬아서 군데군데 세 가지 색(다홍색, 보라색, 노랑색)의 무궁화 송이를 끼었다. ‘진찬화’ 란 궁중에서 간단한 잔치가 있을 때에 신하들이 사모에 꽂던 무궁화 꽃을 말한다. 임금과 백성이 모두 무궁하게 번영하고 강인하게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사모에 무궁화 꽃을 꽂았던 것이다.
역시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 란 용어를 사용한 것들도 그 만큼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서, 우리나라의 최고 훈장은 대통령에게 수여되는 무궁화대훈장(無窮花大勳章)이다. 이 훈장은 대통령 영부인이나 우방국의 국가원수와 그 영부인에게 수여되기도 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무궁화란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한국 최초의 통신방송 위성인 무궁화위성(無窮花衛星, KOREASAT)이 있다.
무궁화는 국가 상징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가 상징인 태극기를 게양하는 깃대의 깃봉이 무궁화 꽃봉오리이며, 외국으로 보내는 문서와 물자 등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휘장으로 무궁화 꽃이 도안되어 있고,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 등에 사용하는 대통령표장의 중심 부분에도 무궁화 꽃이 자리잡고 있으며, 국가 기관(국회, 법원, 정부)을 상징하는 깃발에도 무궁화 꽃 도안의 중심부에 기관 명칭을 넣어 사용하고 있고, 국회의원과 장관 등의 배지도 무궁화 꽃을 기본 도안으로 하고 있으며, 군인과 경찰의 계급장에도 무궁화가 쓰여지고 있고, 정부에서 주관하는 국경일 등 각종 행사 경축 현판 도안에도 무궁화를 이용하고 있으며 행사 참석자에게도 무궁화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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