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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내 아이… 농약 묻은 과일 탓? 살충제 부작용으로 인해 ADHD 생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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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살충제 사용이 어린이에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돼 화제다.

하버드 대학교와 캐나다 몬트리얼 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연구한 이 논문은 유기인산 살충제(organophosphate pesticides)에 노출되는 것이 어린이들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이 연구는 미국 어린이 1천139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소변에 포함된 살충제 대사물질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전의 연구에서도 동물들이 몇몇 유기인산 화합물에 노출되면 과잉행동과 인지능력 장애를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자연현상이 질병으로 바뀌어 가는 현대의학

모든 학문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듯이 의학의 발전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고칠 수 있는 병이 꽤 있을 정도로 의학이 발전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자연현상으로 취급되던 일들이 이제는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부작용 역시 생기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현상과 질병의 구별이 애매모호해지고 있어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출산, 노화, 폐경 등 과거에는 인생에서 당연히 겪어야만 하는 걸로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의학으로 해결해야 할 ‘질병’ 또는 ‘이상 현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햇빛을 받아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거나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비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에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던 의학이 이제는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자연현상에 개입하며 영리를 취하는 형태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의학의 범위가 넓어지는 현상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겠지만 의학을 보는 관점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란

집중력 부족과 과잉행동은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므로 의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함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코틀랜드 의사 크라이튼(Alexander Crichton, 1763~1856)이다. 그는 1798년에 쓴 <정신적 혼란의 천성과 기원에 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origin of mental derangement)>라는 책에서 ‘정신적 불안(mental restlessnes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오늘날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유사한 질병에 대해 처음 기록을 남겼다.

어떤 질병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으려면 원인, 병인, 증상, 진단, 치료, 예후 등 여러 가지 내용을 모두 알아야 한다. 하지만 처음 발견되는 질병의 경우 아주 제한된 정보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적당한 이유를 붙여 “이러이러한 병을 새로운 질병으로 취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소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점차적으로 연구와 관찰을 통해 명확한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의학의 지식을 넓혀 가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크라이튼이 기술한 내용도 후대의 연구자가 어떻게 보고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학자에 따라 기술한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날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리키는 내용이 제대로 기술된 것은 20세기 중반의 일이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진단명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의 일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어린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또래의 다른 어린이들보다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떨어지며, 활동이 과다하고, 충동적 성향을 보이는 상태를 가리킨다. “어린이들이야 원래 그렇지!”라며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학습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함으로써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의 경우에는 아동기를 지나서도 이와 같은 행태가 계속되므로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어떤 정보나 자극이 주어지더라도 주의를 집중하기 어렵고, 지적을 해도 금세 집중력이 떨어져 또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유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사지를 움직이기도 하며,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알고 있는 도덕이나 규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흔히 하게 된다.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책상이나 벽에 머리를 박거나 몸을 앞뒤로 흔들기도 하며, 기어다니는 아이들도 한 곳에 집중을 못해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약 3~8%가 이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심각한 경우는 8% 이하, 덜 심각한 경우는 아동 전체의 약 13%에 이른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여자 어린이보다 남자 어린이에게 많으며, 청소년기 이후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꽤 있다.

진단만 정확히 내려지면 약 80%의 경우에는 약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증세가 호전되면 집중력이 높아짐으로써 학습은 물론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약물치료만으로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충동성을 억제하는 것과 같이 자기 조절 능력을 기르게 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사회치료나 놀이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새로 발견된 원인

질병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전략을 짤 수 있을 텐데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신경과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대부분에서 중추신경계의 뚜렷한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전적, 사회적, 환경적 인자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서 환경에 의한 것으로는 임신 시 산모가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 어린 나이에 납에 노출되는 경우, 임신 또는 신생아 때 감염성 질병(홍역, 풍진, 장염바이러스, 연쇄상구군 감염 등)에 걸리는 경우, 음식 보존제로 사용되는 벤조산나트륨(sodium benzoate)과 같은 음식첨가물 등이 있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발달 과정에서 신경계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여 몇몇 이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소변에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 등 살충제에서 유출되는 유기인산이 증가된 경우 주의력결핍 행동장애가 증가될 수 있다는 논문이 최근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과일이나 채소에 함부로 뿌리는 살충제의 부작용이 실제 어린이들의 성장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
교감신경 자극에 의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은 분비된 직후 얼른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라는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어야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클로르피리포스는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교감신경 자극효과가 지속되도록 하는 물질이다.

이미 무농약 유기농 과일과 채소가 일상생활에 스며든 지는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비용 문제로 인해 유기농 작물 대신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과일과 채소를 먹는다. 이번에 나온 연구결과는 먹을거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세상은 계속 변해가는데, 그 변해가는 모습에서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는 현상이 자꾸 발견되고 있다. 지나친 현대화가 낳은 문제점이다.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저작권자 2010-05-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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