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지난 100여년 이상을 거쳐 실현한 산업화를 우리는 불과 30~40년 만에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뚜렷한 돌파구의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세계 12위권에서 16년간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금은 산업화를 넘어 융합화, 미래화를 지향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의 심화,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 에너지·자원 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정비전과 성장동력(Green Ocean)으로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低탄소화 및 녹색산업화에 기반을 두고 경제성장력을 배가시킨다는 새로운 성장 개념인 녹색성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발표는 매우 시의적절 했다고 할 수 있다.
低탄소화는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을 감축시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고(수비적 녹색화), 녹색산업화는 녹색기술, 환경 친화적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新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장력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공격적 녹색화)을 의미한다. IT산업 역시 에너지 과소비 산업으로 지적됨에 따라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그린 IT' 도입이 새로운 사업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양립하는 사회’ 구축을 위하여 IT분야의 에너지 절약과 IT를 활용한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시스템구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환경·경제 통합체제 하에서의 시장경쟁력은 가격·품질이 아닌 생태효율성(Eco-efficiency)과 환경기술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기 때문에 그린 IT 이슈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그린 IT 실천과 활용”이라는 대명제에 대한 연속기획으로 (1) 정보통신기술과 환경의 융합, (2) 그린 IT 실천과 활용이라는 소주제로 각각의 함의(含意)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 그린 IT의 개념 및 이슈
그린 IT는 환경을 의미하는 녹색(Green)과 정보기술(IT)의 합성어로 아직 명확히 규정된 정의는 없으나 “IT 부문의 친환경 활동”과 “IT를 활용한 친환경 활동”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와 고유가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IT 부문의 에너지 절감 및 CO2 배출 감소 활동을 뜻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광의(廣義)의 차원에서 그린 IT는 아래 <그림>의 4개 분면을 모두 포함 하지만 ①, ② 분면은 이미 환경 규제 및 보호 차원에서 다뤄져 왔으며 최근 논의되는 그린 IT는 ③, ④ 분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환경문제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IT 서비스업의 에너지 소비가 주목을 받으면서 친환경 IT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에서 개최된 OECD 장관회의에서도 그린 IT는 주요 화두로 논의되었으며, IT를 활용한 환경문제 해결이 강조된 바 있다.
그린 IT의 주된 이슈는 환경문제와 관련된 것에서 파생된다. IT는 우리 환경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품 수명주기 관점에서 보면 생산단계, 사용단계, 그리고 폐기단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자부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력과 원자재, 화학물질과 물이 소모되고 유해한 폐기물들이 발생되며 직간접적으로 CO2 배출을 증가시킨다. 특히 서버, 컴퓨터, 모니터, 통신장비, 데이터센터 등의 냉각장치에 소모되는 전체 전력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CO2 배출 증가를 의미한다. 보통 PC 하나당 발생하는 CO2가 연간 1톤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 배출규모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컴퓨터 부품이 유독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소비자들은 구입한지 2~3년이면 구형으로 취급하여 폐기하기 시작하고 이러한 폐기물은 대부분 육지에 매립된다. 폐기물에 포함된 유독물질은 곧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게 된다. 증가하는 컴퓨터 사용, 빈번한 교체주기는 갈수록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IT 산업, 기업가 및 개인에게 이러한 악순환은 반복적으로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국내외 그린 IT 추진사례
그린 IT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전 세계 시장에서 불어오는 제품에 대한 환경규제, 기후변화협약, 자원부족 현상 등이다. 특히 EU에서 시작된 RoHS(유해물질 제한조치), WEEE(재활용), EUP(에코디자인)는 IT제품 자체의 그린화를 촉구하게 된다. 즉 제품내의 납, 카드뮴, 크롬 등 6대 유해성분 제거, 폐제품에 대한 생산자 의무, 사용단계의 에너지 효율성 등을 직접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도 그린 IT를 촉진하고 있다. IT 산업계가 지구온난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정도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하에 있는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IT기술이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각종 글로벌 이니셔티브도 그린 IT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계층(LOHAS족)이 37% 정도이며(2007년 기준),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 그린 IT 추진사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 EU = 범유럽연구개발프로그램인 7차 Framework Program(FP7)에서 IT를 통한 에너지 효율화 과제가 포함되면서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에너지 디자인, 에너지 생산·보존·유통, 에너지 소비 등의 부문으로 나누어 IT 기술를 적용한 연구가 착수되었고, 전력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IT 기반의 분산 인텔리전스를 연구하기 위해 BUSMOD 프로젝트와 CRISP(CRitical Infrastructure for Sustainable Power) 프로젝트가 수행중에 있다. 2020년까지 전력생산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Triple Twenty' 계획을 선언하였다.
독일은 그린 IT를 위해서 2030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기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영국 정부는 에너지와 주요 자원의 대형 소비자로서 중앙정부 차원의 그린 IT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CO2 배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Project Footprint’ 이니셔티브를 수립한 바 있으며 2006년 실시한 ‘탄소 감사(Carbon Audit)’ 결과에 따라 IT에 초점을 맞춘 오프콤의 CO2 배출 감축을 계획중에 있다.
‘Project Footprint’ 이니셔티브는 향후 4년 동안 오프콤의 CO2 배출 총량을 25% 감소, 202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이며 향후 2009년과 2010년에 CO2 감시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덴마크의 경우 2007년 7월 ‘Green IT Action Plan’을 발표하고 8대 이니셔티브 제시한 바 있으며 IT가 환경문제의 원인이자 해법이라는 인식하에 친환경적 IT 사용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IT 솔루션 개발을 위한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 일본 = 일본은 에너지 절감 기술에 있어 기술 강국으로 꼽힌다. 석유 파동 이후로 꾸준히 에너지 절감 연구개발에 투자를 지속해 온 것이 현재 이 분야에 있어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기여한 바 크다. 일본은 지난 2007년 에너지 절감형 IT 제품 개발을 촉진하고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에너지 절감형 시스템 개발을 경제산업성 주도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린 IT 이니셔티브’를 발족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그린 IT 프로젝트들이 제안되었고, 대표적인 일본의 IT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그린 IT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어 민관 공동으로 그린 IT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그린 IT 추진위원회(Green IT Promotion Council)'가 설립되면서 관련분야의 국제 표준을 마련하는 등 국제적 공조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한 성공사례를 발굴하여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 미국 = 미국은 새로운 전력 발전소 건설이 제한되면서 IT 장비의 전력 소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일찍이 에너지 문제를 인식한 미국은 1992년 에너지 효율 증대 방안으로 에너지 스타(Energy Star)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아울러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3년부터 전력과 IT를 결합한 스마트 전력망인 인텔리그리드(IntelliGri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미 의회는 2006년 12월 환경보호국에게 데이터센터와 서버의 에너지 사용을 검토하는 보고서 제출을 요청하였으며, 이에 대해 환경보호청(EPA)은 2007년 8월 데이터 센터들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였다. 환경보호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서버와 데이터 센터들은 2006년 614억 kwh의 에너지를 소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기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보호국은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를 경고하고 구체적 원인을 제시하였으며 환경보호청은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데이터 센터 에너지 효율성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관련 대책을 강구중에 있다. 아울러 환경보호청은 데이터센터의 효율성 측정을 위한 벤치마크 지수 개발 등 미국 데이터 센터들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모범사례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미국 데이터센터들이 에너지 효율적인 장비를 채택하도록 촉진하고 있다.
▲ 한국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는 대표적인 그린 IT 정책은 2005년 시작된 ‘Standby Korea 2010’ 대기전력 저감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지식경제부는 신정부 IT 전략으로 제시한 ‘뉴IT 전략’ 12개 세부 과제중 하나로 그린 IT를 선정하고 IT 제품 에너지 효율을 2012년까지 20% 향상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정부통합전산센터 그린화를 위해 에너지 절약 신규과제를 발굴하고 ‘에너지절약 종합추진계획’ 을 수립하고 있다. 상기 계획은 매월 실내 환경 데이터를 측정 관리하여 적정 실내온도 유지, 자판기·정수기 타이머 설치, 승용차 함께 타기 활성화 및 경차 사용 유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종합적인 에너지 절감을 통한 환경보호 및 예산절감을 위해 전문기관의 에너지 진단, 유휴장비 전원차단 및 철거 등을 주요 내용으로 ‘그린기반의 통합전산센터 환경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계속)
본 칼럼은 국회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국회의 입장과 배치될 수도 있는 순수한 사견임을 밝힘. |
- 양용석 국회 정책비서관/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IT정책 집필위원
- 저작권자 2010-03-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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