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은 별도 때가 되면 죽는다. 잔뜩 부풀어 올라 폭발하면서 최후를 맞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폭발 후 남은 잔해들은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기도 하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가스들은 새로운 별의 원천이 된다.
끝이 또 다른 시작이란 진리는 광활한 우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별의 죽음과 탄생, 그 신비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태양도 50억년 후 폭발
별도 죽는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별도 수명이 다하면 죽음을 맞는다. 마지막을 앞둔 별은 자꾸만 부풀어 오른다. 원래보다 지름이 100배 이상으로 커진다. 그러다 결국에는 견디지 못해 폭발하고 만다. 밤하늘에 불꽃이 터지듯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끝으로 별은 스러지고 만다.
별은 그 질량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죽음을 맞는다. 태양 질량의 8배보다 작은 별들은 마지막을 앞두면 잔뜩 부풀어 올라 적색거성(red giant)이 된다. 붉은 색을 띤 거대한 별이 되는 것이다.
적색거성의 겉 표면은 잔뜩 팽창됐기 때문에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진 반면, 중심부는 무거운 물질들로 강하게 수축돼 원래보다 훨씬 단단해진다. 따라서 폭발하면 껍질 부분은 외부로 날아가 버리지만 중심부분은 충격을 견디고 남아있게 된다. 이것이 작고 어두운 백색왜성(white dwarf)이다. 말 그대로 흰색 빛을 내는 조그만 별이 되는 것이다.
태양도 50억년 후면 점점 부풀어 올라 가까이 있는 수성과 금성을 삼키고 지구까지 녹여버린 뒤 폭발과 함께 백색왜성의 초라한 형태로 사라져갈 운명을 안고 있다.
태양 질량보다 8배 이상 큰 별들은 다른 최후를 맞는다. 거대한 별들 역시 잔뜩 부풀어 올라 폭발하는데, 이를 초신성(supernova) 폭발이라고 한다. 이때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된다. 태양이 100억년 동안 내는 에너지와 맞먹는 양이다.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면 평소 보이지 않던 밝은 별이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마치 새로운 별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폭발의 와중에서도 초신성 중심부의 강한 물질들은 우주공간으로 날아가지 않고 뭉쳐서 남아있게 된다. 이것은 아주 강하고 무거운 물질들로 단단히 결합돼 있는데, 팽창과 폭발을 거치면서 엄청난 중력으로 더욱 작게 오그라든다. 크기는 줄어든 대신 질량이 태양의 2~3배에 달한다. 이를 중성자별(neutron star)이라고 한다. 중성자별의 질량은 엄지손톱 크기가 10억톤을 넘는다.
초신성 폭발이 이루어진 후 남아있는 부분이 태양 질량의 3배 이상이 되면 중성자별 단계를 넘어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black hole)이 된다. 이곳에서는 손톱 하나 크기의 질량이 지구 전체 질량과 맞먹는다. 이처럼 엄청나게 큰 중력 때문에 모든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심지어 시공간이 휘고 빛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은 캄캄한 암흑의 공간만이 펼쳐질 뿐이다.
초신성 폭발로 인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흩어진 것들은 성간(星間) 물질들과 반응해 거대한 가스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잔해 가스이다. 최근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1호에 의해 관측된 돛자리 초신성 잔해 가스는 약 1만년 전에 발생한 폭발로 만들어진 것이다.
폭발 초기1백만도 이상의 고온상태인 초신성잔해 가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식어 새로운 별을 만드는데 다시 쓰인다. 죽은 별에서 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것이다.
은하진화과정 밝혀줄 과학기술위성1호
초신성 잔해 가스에서는 다양한 파장을 가진 빛들이 방출된다. 파장이 짧은 순으로 살펴보면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초단파, 전파 등이다.
이 가운데 X선은 초신성 폭발 초기 가스 온도 1백만도 이상의 고온상태에서 뿜어져 나오며, 자외선은 시간이 흘러 온도가 수만도 수준으로 떨어지면 방출된다. 차갑게 식은 가스 덩어리에서는 주로 전파가 감지된다. 가시광선과 적외선 일부 및 전파 등은 지상에서도 관측이 가능하지만, X선과 자외선은 대기에 의해 대부분 흡수되기 때문에 우주에서만 관측할 수 있다.
일찍이 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를 연구해 온 미국과 일본, 유럽 각국은 주로 X선 영역의 천문 관측에 집중해왔다. 돛자리 초신성 잔해도 이미 X선 관측을 통해 촬영한 바 있다. 자외선 영역의 관측에서도 연구가 수행됐으나 그 관심 대상은 주로 별이었고, 초신성 폭발 잔해와 같이 우주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성간 물질의 관측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1호가 원자외선(자외선 중에서 파장이 비교적 짧은 쪽)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돛자리 초신성 잔해의 전체 영역을 관측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위성1호 탑재체 책임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민경욱 교수는 "이번 관측을 통해 초신성 폭발 후 고온가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식어 가는지 그 중간단계를 연구할 수 있게 돼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며 "우리은하의 진화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교수에 따르면, 과학기술위성1호가 자외선 관측을 통해 돛자리 위성의 전체 영역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외선 우주망원경(FIMS) 덕분이다. 이 우주망원경은 정밀한 집광(集光)과 분광(分光) 과정을 거쳐 관측 대상물질의 파장정보 및 영상정보를 동시에 저장한다. 돛자리 초신성 잔해의 자외선 파장 정보와 고온가스 분포 현황 데이터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민경욱 교수는 "현재 지상 6백80km의 높이에서 지구 주위를 하루 15바퀴 돌며 자외선으로 본 우리은하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과학기술위성1호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은하의 고온가스 분포와 그 진화과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 이성규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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