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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4

[과학문화카페] 와인, 과학의 산물 김준철 서울와인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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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와인이 우리나라에 수입된 지도 십년이 넘었고, 이제 웬만한 와인상식도 많이 퍼졌다. 그런데, 와인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와인이 어떤 술인지에 대해 그 속성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와인은 포도로 만든다. 포도의 당분이 이스트에 의해 알코올로 변하는 것이므로, 당분 함량이 많을수록 즉, 포도가 달수록 알코올 농도는 높아진다. 대체로 당분 농도의 절반이 알코올 도수(%)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후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당도가 낮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 때는, 포도주스에 설탕을 첨가해서 당도를 높여야 원하는 알코올 농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당분을 첨가한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포도의 당분이 훨씬 더 좋기 때문에, 포도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될 수 있으면 당도를 높이려고 애를 쓴다. 값비싸고 좋은 와인이란 자연조건이 완벽한 포도밭에서 당과 산의 균형이 잘 잡힌 포도로 만든 것이다.

숙성도 신비한 과정으로 과장된 이야기가 많지만, 숙성은 포도 성분이 발효에 의해 새로운 성분으로 바뀐 것이 기존 성분과 섞이며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포도에 있는 물분자와 새로 생긴 알코올분자가 섞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분자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소결합에 의해 분자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 사이에 새로 생긴 알코올분자가 끼어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물과 알코올이 분자상태로 섞이는 것을 숙성이라고 한다. 즉, 기존 성분과 새로운 성분이 섞이면서 생기는 맛이나 향의 조화가 숙성인 것이다. 오크통을 사용하면 오크통에서 바닐라와 같은 특유의 향이 우러나와 와인의 맛을 더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레드와인은 적포도를 으깨어 그대로 발효시켜 껍질의 붉은색과 씨의 떫은맛이 남아있게 만든 것이고, 화이트와인은 청포도의 즙을 발효시킨 것이다. 그래서 레드와인은 텁텁한 맛이 나서 육류의 느끼한 맛을 중화시켜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신선한 화이트와인은 담백한 생선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또, 생선요리에 레몬즙을 뿌리듯이 화이트와인의 신맛이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듯, 와인에 대한 얘기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화이트와인은 차게 마시고, 레드와인은 실온으로 마신다는 상식 역시 온도에 따라 그 맛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떫고 쓴맛이 나는 레드와인은 온도가 낮아지면 그 자극성이 강해져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화이트와인의 온도가 높으면 신선감이 사라진다. 맥주나 콜라는 찬 것이 좋고, 커피는 뜨거워야 제 맛이 나는데 오묘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 와인도 그에 맞는 온도로 마셔야 제 맛이 난다.


와인은 태어나서 성숙한 경지에 이르는 기간이 있고, 그 성숙한 기간이 유지되는 시간이 있으며, 더 지나면 쇠퇴하여 와인으로서 가치를 잃게 된다. 그래서 가장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 와인을 병에 넣고,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 와인을 마셔야 가장 맛있다. 그렇지만 이런 기간은 포도의 품종,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일정하지는 않다. 고급 와인은 성숙한 맛을 내는 기간이 길지만, 대부분의 와인은 1-2년 사이에 마시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와인은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진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는 극히 일부 비싼 와인에 해당되는 것이다.


와인 이론에는 반드시 그에 맞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막연하게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나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이론은 혼란만 더해줄 뿐이다. 와인은 생산지의 토양, 기후, 지형적인 특성은 물론, 포도재배, 발효, 숙성 등 수많은 과정을 거친 종합적인 과학 이론의 바탕 위에서 완성되는 과학의 산물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은 이렇게 여러 분야의 종합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복잡한 것이며, 그것이 와인의 매력이다.

저작권자 2004-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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