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기술인
  • 오피니언
오피니언
2004-04-25

[과학문화카페] 미술과 과학의 절묘한 조화-칼더의 모빌 허문명 동아일보 문화부 미술담당기자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흔히 ‘모빌’하면 어린이 장난감을 연상하지만, 이것이 조각사에 획을 그은 조각 작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빌(mobile)’의 창시자는 세계적인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 그는 20세기 조각사의 중요한 획을 그으며 현대미술의 특성을 더욱 확장시킨 중요한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1993년 경주 선재 미술관에서 ‘칼더의 축제’라는 전시회로 처음 소개 되었으며, 지난해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대규모 ‘칼더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다.

나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미술관에서 칼더 회고전을 볼 기회가 있었다. 출품작들이 매우 방대하여 칼더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빨강·노랑·파랑의 삼원색을 중심으로 나뭇잎, 곤충, 공룡, 새, 강아지 같은 다양한 생물 무생물의 이미지를 단순화해 만든 가느다란 줄로 이어진 철 혹은 플라스틱 조각들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양을 띄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로 이것들은 치밀한 과학적 계산에서 나온 것들이다. 칼더 이후 과학을 응용한 움직임을 주요소로 하는 미술작품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고 부른다. 키네틱 아트는 미술작품이 과학이라는 토대 위에서 어떻게 변용·발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르다. 여타 키네틱 아트의 예술가들이 계산된 움직임을 실현시키려 시도한 데 비해 칼더는 자연에 근거한 우연성과 즉흥성을 강조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칼더는 조각가 이전에 과학자였다. 미국 펜실바니아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졸업 후 뉴욕의 아트스튜던트 리그에 입학하여 미술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마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유명한 조각가이고 어머니 또한 화가였던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듯 하다.

그는 당시 뉴욕에서 인기 있었던 서커스를 구경하면서 서커스 단원의 여러 동작들을 재빨리 스케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은 곧 철사나 나무로 서커스의 곡예사나 광대, 또는 묘기를 부리는 동물들을 만드는 소위 철사 조각으로 연결되었다. 1926년 파리로 간 칼더는 철사 조각을 더욱 발전시켜 피카소 같이 철판을 용접하지 않고 철사를 구부리고 뒤틀어 공간에서의 형태와 균형을 추구하였다.

칼더는 파리에서 화가 몬드리안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색채를 삼원색과 흑백으로 제한하면서 기하학적 형태의 상호 균형을 추구하는 몬드리안의 화면에 힌트를 얻어 선, 색채, 공간 관계를 통해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만들기에 이르렀다. 칼더의 작품은 20세기 초 유럽의 주류 화단에서 성행하였던 기계에 대한 찬미를 보여준 미래주의와 각종 산업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어낸 구성주의와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30년대 선보인 초기 모빌들은 모터가 쓰이기도 했지만 이후 칼더는 기계가 아닌 공기에 의한 움직임에 주목하게 된다. 이후에는 모터보다는 공기에 의해 움직이고 보다 우연적 효과를 보여주는 모빌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마치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회화와도 같은 성격을 띠게 된다.

칼더의 창의성은 그가 기계나 산업재료를 사용했지만 정작 기계보다는 항상 자연과 인간적인 요소를 우선하였고 이것이 그의 작품이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느껴지는 주요 이유이며 그의 작품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작권자 2004-04-2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