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뒤엉킨 시커먼 타르 덩어리들은 자갈돌 하나하나, 바위 밑 펄과 모래 속 깊이 달라붙어 있었다. 이 때문 신음하던 서해안이 세심한 손길에 의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얼마 전 소년원 학교에서 서해안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한 덕분에 겉으로는 비교적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하지만 태안 기름유출 사고 이후 기름제거를 위해 방대한 양을 살포한 ‘유화제’가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환경단체의 연구결과가 있었다. 유화제가 기름성분을 물에 잘 스며들도록 만들기 때문에 해양 생명체들이 오히려 더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저녁 무렵 소년원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의 얼굴이 훨씬 밝아 보였다. 사실 알고 보면 일반 학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인데 어쩌다가 소년원 학교에 들어왔을 까? 알고 보면 우리 학교 아이들 개개인의 인성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좋지 않은 가정과 사회 환경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가정과 사회는 그러한 나쁜 환경을 제공했을까? 그것은 각자 개개인의 위치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으로 보여진다.
마찬가지로 애초에 태안 앞바다에서 좀더 기본에 충실해 선박의 충돌이 없었거나 설사 선박의 충돌이 있었더라도 선박 갑판의 두께가 두꺼워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면 기름이 유출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고스럽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눈물짓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오염된 태안 앞바다만큼 이 사회도 그렇게 청정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들어와 있는 유해환경들, 어른들의 탈선, 손쉽게 아이들에게 접할 수 있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매체들..., 그러한 환경에 언제든지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아이들, 어쩌면 우리 사회 환경도 태안 앞바다의 오염물질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깊이 스며들어 있는 건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기본적인 요인들을 무시한 채 쉽게 말을 한다. 비행청소년들은 교육을 시킬 수가 없다고 한다. 밑 빠진 독에 쓸데없이 물을 붓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교육은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다. 밑구멍이 숭숭 뚫린 시루 속에 물이 잘빠지는 베를 깔고 콩을 가득 담아 놓은 다음, 쉼 없이 교육이라는 물을 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콩은 어느새 조금씩, 조금씩 싹을 틔우고 콩나물이 되어있는 것이다. 마치 지금은 넓게만 퍼져있는 서해안의 오염 띠지만 사람들의 작은 봉사활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듯, 사람들은 그러한 것에 희망의 불씨를 피운다.
- 정명선 서울소년원 지도교사
- 저작권자 2008-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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