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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가 사라진 들녘을 생각하며 … [독자투고] 정명선 서울소년원 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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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 소년원학교에서 봉사활동으로 모내기를 간적이 있었다. 농촌 일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학창시절에 농촌봉사활동을 간 기억을 더듬어 아이들에게 논에는 거머리들이 많으니까 양말은 꼭 신고 긴바지를 입고 가도록 단단히 일러두었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을 데리고 논에 들어가 구슬땀을 흘려가며 모내기를 했지만 거머리는 단 한 마리도 찾아 볼 수없었다. 개구리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구리들은 논에서 멀리 떨어진 냇가나 도랑으로 밀려난 모양이었다.

요즘 들녘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생태계 파괴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약과 비료를 과다 투여한 결과다. 들녘이 산성화되어 앞으로는 더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여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에 있는 우리 인간들도 거머리처럼 사라져버릴 운명이 오지 않을 까? 심히 걱정이 앞선다.

소년원 아이들을 문화적인 위치의 먹이사슬로 치면 어느 정도의 분류에 속할까? 흔히 바싹 붙어 서서 남을 괴롭히는 존재들을 거머리 같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남에게 해로운 존재라도 생태계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요즘은 거머리를 연구실에서 배양한다고 한다. 거머리의 침에서 나오는 헤파린이라는 성분이 의약품으로 쓰이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몸에 나쁜 피(瘀血)를 뽑는데 거머리를 이용한다고도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년원 아이들에게도 특성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시키면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들녘에 거머리가 나쁘다는 이유로 싹쓸이 할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무엇이든 그것이 존재할 때는 나름대로 중요한 생태학적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소년원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도 그러한 것이다.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도입하면 마치 들녘의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고 곡식을 키우는 유기농법을 배워가는 것처럼 효과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 사회 구석, 구석이 건강하고 희망차게 발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정명선 서울소년원 지도교사
저작권자 2008-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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