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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0

멀고도 험한 과학자의 길 이보영 방송인, CF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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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다.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집안 일을 하는 로봇을 발명해 엄마의 노고를 덜어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 넷의 빨래를 하느라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고, 연탄불을 갈기 위해 새벽에 고단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지 않아도 될 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난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상금으로 대한민국 모든 주부에게 살림꾼 로봇을 한 대 씩 만들어 줘야지. 난 굳은 결심을 하고 있었다. 꼭 훌륭한 과학자가 되리라고!

난 잘 해내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에 입학 했을 때까지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고3 담임선생님께서 입시상담을 할 때 '전자계산학과'를 추천해 주셨다. '컴퓨터를 배우는, 전망좋은 학과'라고 말이다. 그때까지 '컴퓨터=로봇'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운명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 이것이 바로 내 인생이구나!

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를 읽을 때 까지만 해도 나는 '공순이'라는 것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가 과학자가 되기도 전에 이미 살림을 하는 기계들이 속출했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의 노벨상을 가로채 간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웹 페이지를 제작하는 벤처 회사에 취직했을 때는 홍역, 마마보다 더 무서운 IMF병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결국 어리버리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회사 생활 몇 개월 만에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감원 대상이 돼 버렸다.

내가 청운의 꿈을 버려야 했던 사연이 반 페이지도 안 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다지 큰 일은 아니었나 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더 많은 곡절과 사연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분들은 역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모진 풍파를 견뎌낸 분들일 것이다. 또한 고난의 대지 위에 한 송이 꽃을 피워낼 분들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과학자들이 대접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 있다. '과학기술만이 희망'이라고 외치면서도 발명가들에 대한 대우도 그렇고, 이공계 학생들의 등록금조차 깎아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라.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수많은 발명가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없었다면 혈기 왕성한 우리 학생들은 어떻게 지루한 강의 시간을 졸지 않고 견뎌 내겠는가. 또 어떻게 일일이 영화관에 가서 티켓을 예매할 수 있겠는가.

난 생각한다. 과학은 예술 못지않은 창조 작업이라고 말이다. 영국인들은 세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들의 산업혁명과도 바꾸지 않았을까. 종이와 인쇄술의 발명이 없었다면 그의 글을 몇 명이나 읽을 수 있었을까. 레코딩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오래 전에 작고한 카잘스의 무반주 첼로 곡을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는가. 난 단순해서, 예술 없인 살아도 과학 없인 못살겠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발명 본능에 충실한 우리 과학인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우리의 사상과 생활의 틀을 완전히 바꿔버릴 과학 혁명이 바로 우리 인재의 손으로 태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난 이미 이공계를 떠나 있지만, 완전히 꿈을 버린 건 아니다. 내게도 언젠가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씨처럼 인생 대박이 터질 날이 있을 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저작권자 2004-0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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