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근육이 긴장되거나 반사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또한 환자의 의식을 상실시켜서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약물을 마취제라고 한다. 마취제에는 중추신경계(뇌, 척수)의 작용을 억제시켜 의식이 없게 하는 전신마취제와 의식과 관계없이 신체의 말초신경(운동신경, 감각신경) 만을 마취하는 국소마취제가 있다.
마취제가 사용되기 이전에는 대마초나 아편과 같은 마약이나 럼과 브랜드 같은 술로 환자를 취하게 하거나 혼수 상태에 빠뜨려서 수술을 하곤 하였다. 그러나 의식을 완전히 잃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증으로 인한 쇼크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국지(三國志)에서 관우의 팔에 있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 팔의 뼈를 갉아 낸 수술은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이루어진 것이며, 오로지 관우의 참을성에만 의존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소설에만 나오는 특수한 예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산화질소는 일산화이질소 또는 산화이질소라고도 하며, 화학식은 N2O이다.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마치 웃는 것처럼 보여 소기(笑氣:laughing gas)라고도 한다. 또, 마취성이 있어서 간단한 외과수술시 전신마취에 사용하기도 한다.
1846년에 아산화질소를 사용하여 마취를 하는 웰즈의 영향을 받은 치과의사 모턴(1819~1868)은 아산화질소 대신에 에테르를 환자에게 맡게 한 후 통증 없이 이를 뽑을 수 있었다. 이후 에테르는 치과에서뿐만 아니라 외과에서 팔다리를 자르는 대수술을 할 때에도 사용하게 되었다. 에테르의 화학식은 CH3CH2OCH2CH3이고, 에틸에테르라고도 하며, 중추신경에 대하여 억제작용을 한다.
1847년에 영국의 심프슨(1811~1870)은 분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하여 에테르 사용을 검토하다가 에테르는 구토와 불쾌감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클로로포름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에 심프슨은 동료 의사의 딸인 산모에게 클로로포름을 사용하여 통증 없이 분만을 유도하였으며, 이때 태어난 아기에게 ‘애니스티아(마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오늘날에는 여러 종류의 효과 높은 마취제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마취를 전문으로 다루는 임상 의학의 한 분과를 마취과라고 한다. 마취과 의사는 수술을 위한 마취 관리, 중환자관리, 통증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종합병원마다 설치되어 있는 ‘통증클리닉센터’는 마취과 의사가 근무하는 부서이다.
또한 마취과 의사는 수술 환자의 생명활동에 관한 모든 사항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을 한다. 즉 수술 환자에게 산소가 적절하게 공급되는지, 출혈이 많지 않고 적절한 양의 혈액이 유지되는지, 혈압은 적절히 유지되는지,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는지,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요건은 없는지 등 환자의 상태를 계속 주시하며 대처하는 일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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