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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교 객원기자
2007-11-20

“2분 안에 푸는 수능문제로 창의적 인재 못 길러” 김도연 서울공대 전 학장, 인재론 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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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천명, 만명을 먹여 살릴 창의적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공대 학장을 지낸 김도연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인재양성론을 설파했다.


김 전 학장은 지난 15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코리아리더스포럼 패널로 참가해 인재양성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창의적 인재는 “남과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끊임없이 노력해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진정한 창의적 인재”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창의적 인재가 양성되려면 △경쟁적인 분위기 △자유로운 분위기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게 김 전 학장의 지적.


“1970년대 서울대 전자과 생각해 보라”


“1960년대 서울공대 화공과, 1970년대 서울대 전자과를 보면 얼마나 좋은 사람이 많았는가”라고 반문한 그는 “당시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못했지만 그들이 현재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 전 학장은 “당시 같은 과 내에서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들이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와, 과 친구 사이에 자유로운 지식교환 등은 학생들을 인재로 만드는 좋은 분위기였다”고 지목했다.


또한 본고사에 익숙한 이들이 고교 때부터 어려운 문제를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오래 생각하는 자세를 키워온 점도 꼽았다. 그는 “고교에서 한 문제를 풀기 위해 며칠을 생각하고, 대학에서는 몇 달, 대학원에서는 몇 년을 생각하는 훈련을 받아야 비로소 사회에서 창의적 인재가 된다”고 단언했다.


수능, 5분 이상 생각하면 찍고 통과(?)


그러나 “현 수능시험은 한 문제당 2분 이상 생각하면 만점을 못 받고 5분 이상 생각하면 찍고 통과하도록 배우고 있어, 학생들이 짧은 판단과 생각에 익숙해져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교육제도부터 바꿔야 창의적 인재가 나올 수 있다는 게 김 전 학장의 지론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평소에도 ‘왜?’ ‘어떻게?’ 라는 질문을 속으로 던지며 남이 안 가졌던 문제제기를 하고 그 문제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오래 생각하는 자세와 관련해 김 전 학장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던 뉴턴이 많은 업적을 이룬 후 어떻게 그런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고 답한 것을 예로 들었다.



창의적 인재, 인간성 나쁜 사람(?)


한편 창의적 인재는 인간성이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이란 점도 제시해 참가자들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그는 “뉴턴 어록 중에 보면 뉴턴이 빛의 이론을 제시한 후 이 이론을 발명해낸 비결로 내가 거인 어깨에 앉아 남보다 멀리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거인이라는 것은 당대 유명한 물리학자이자 곱추였던 파인만을 비꼰 말이라는 것. 뉴턴의 빛의 이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던 파인만을 눌렀다는 의미에서 뉴턴이 곱추를 거인으로 말을 바꿔 어깨에 앉았다고 모욕을 했다는 게 김 전 학장의 지적이다.


“대학교수의 정년 보장제(테뉴어)도 결국 실력 없는 교수들은 당연히 제외하고 뉴턴과 같은 교수들을 보호하고 대우하는 제도로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올린 공대, 창의적 인재 양성교육 대표격


한편 미국의 신흥명문 공대인 올린 공대(Olin College of Engineering) 사례도 소개했다. 이 대학은 최근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대로 하버드와 MIT 합격 통지서를 받고도 이 대학을 선택한 학생이 많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대학이다. 그는 “학부 정원이 300여 명밖에 안 되는 이 대학은 공대 간 융합교육과 정답 없는 문제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들이 특정 전공에 속해 있지 않고 '예술(Art)과 과학(Science)', ‘전자+기계+화공’처럼 연계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 또한 소위 '정답이 없는 문제'에 1년 내내 생각하며 매달리는 노력과 열정을 가르치는 게 이 대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전했다.


창의적 인재양성 방안을 재차 강조하는 김 전 학장은 “자유로운 분위기, 비슷한 수준의 학생 간 경쟁, 한 문제에 오래 생각하고 매달리는 열정 등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현교 객원기자
shkshk2@empal.com
저작권자 2007-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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