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첫 노벨상 수상자가 언제 나올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 백성기 포스텍(POSTEC) 총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백 총장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지난 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41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 참석, 한국의 노벨상 수상 전망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포스텍의 혁신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노벨상, 아직 시기상조”
그는 “매년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 후보자들이 거론되는 9월이 되면 해당자들은 잠을 설치고 심지어 부인들도 잠을 설친다”며 “우리나라에서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과학기술 분야 노벨상은 3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수상할 수 있는 상”이라고 설명한 백 총장은 △노벨상 거리가 될 만한 업적을 발표했고, △그 업적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내며, △당사자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런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봐도 아직 이런 업적에 접근할 업적을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는 게 백 총장의 판단.
총장 취임 후 2개월이 지났다는 백 총장은 “노벨상이 한국에서 나온다면 포항 시골마을에서 한번 배출해보자고 대학 구성원들을 독려한다”고 귀뜸했다.
세계 IT기업, IIT 출신 잡기 위해 총력
소수의 창의적 인재 양성과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을 목표로 대학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그는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칼텍은 300명의 정교수와 900명의 학부생, 1천400명의 대학원생과 700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조그만 대학. 백 총장은 “이 작은 규모의 대학에서 배출되는 졸업생들은 어디다 내놔도 무언가를 해내는 반짝반짝한 존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세계적인 IT인재의 요람이자 전 세계 두뇌공장이라는 별명을 지닌 인도공과대학(IIT)도 포스텍이 지향하는 대학의 한 모습이라고 것. 그는 “미국의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이 인도 IIT 출신이라면 석박사든 무엇을 전공했든지 상관없이 무조건 잡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며 “IIT 출신들은 어디다 배치해도 혁명적인 성과를 낸다”고 꼬집었다. IIT는 230명의 교수에 학부 1천200명, 대학원 1천700명, 연구원 800명으로 역시 소규모다.
포스텍이 규모와 인프라에서는 칼텍이나 IIT를 많이 따라잡았으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면도 지적했다. 일례로 포스텍의 경우 학생 1명에 투자하는 비용이 연 7만 달러로 미국 주요대학의 평균인 20만 달러의 1/3 수준이라는 점. 특히 미국의 경우 본인이 1/4, 정부가 1/4, 졸업생이 1/4, 교수가 1/4씩 부담하는 데 반해 포스텍은 포스코의 지원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차이점으로 꼬집었다.
인재선발 어렵다
이와 함께 인재 선발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는 “수능/내신 성적표를 보면 끔찍하다”며 “ 등급만 표시되어 있는데 1등급 안에서도 0.1%~4%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섞여 있어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그 안에서 어떻게 옥석을 가려야 할지의 문제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공계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의대, 법대에 진학하고 국내 대학 대신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백 총장은 “이공계에 진학하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전망을 우리가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현실이 나온 것”이라며 “우리가 바뀌고 대학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제로 바뀌고 법대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면서 이과 계통 대학에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견해를 펼친 그는 “우리나라의 최고 과학기술 인재들이 의과대학원 진학에 앞서 이공계에 입학했을 때 과학기술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고 열심히 가르치면 반드시 결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생교육 제로시그마 도입
최근 기업의 품질관리기법으로 자리잡은 ‘6(식스) 시그마’를 응용한 ‘0(제로) 시그마’ 즉 불량률 0에 도전하는 학교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는 백 총장은 “학생들 하나하나를 인정하고 잠재된 포부와 희망에 맞춰 교육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칼텍도 900명의 학부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전공을 찾게 하고 거기에 맞는 세부 전공을 가르쳐 결국 학생들 전공이 모두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선 재학생 영어교육에서 제로시그마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광범위한 분야로 나눠 영어시험을 보고 평가한 후 학습지도를 통해 그 학생에 필요한 부분을 다시 지도한 후 시험을 보게 함으로써 글로벌 리더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 서현교 객원기자
- shkshk2@empal.com
- 저작권자 2007-11-1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