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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4

생물들의 더불어 살기는 서로의 약점 보완해 주기 최승일 강원사대부고 과학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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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생물은 크게 원핵생물계(대장균 등), 원생생물계(아메바, 짚신벌레, 유글레나 등), 균류계(버섯, 곰팡이 등), 식물계(무궁화, 포도나무 등), 동물계(개미, 호랑이 등)의 다섯 가지로 분류되며, 서로 간에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간다. 스라소니와 토끼는 먹고 먹히며 살고, 개에 붙어사는 개벼룩은 기생하며 살고, 기린과 얼룩말은 소 닭 보듯이 중립적으로 살며, 호랑이와 사자는 서식지를 나누어 경쟁을 피하며 살고, 오소리와 너구리는 먹이에 대해 경쟁하며 살고, 개미와 진딧물은 더불어 산다.


동물과 동물 사이의 더불어 살기로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 가 유명하다. 포도나무나 무궁화 같은 식물에 살고 있는 수많은 진딧물들은 식물이 만들어낸 양분을 빨아먹는 1차 소비자이고, 무당벌레는 1차 소비자인 진딧물을 잡아먹는 2차 소비자이다. 그런데 무당벌레와 진딧물이 있는 곳에는 항상 개미가 있다.


개미는 무당벌레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해주고, 진딧물로부터 단물을 얻어먹는다. 여기서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를 공생이라 하고, 무당벌레와 진딧물의 관계를 포식과 피식 이라고 한다. 개미는 무당벌레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하여, 진딧물이 안심하고 식물의 양분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신 그 대가로 진딧물은 식물에서 빨아들인 양분의 일부를 개미에게 나누어준다. 이것은 개미와 진딧물의 조상들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어낸 계약인 것이다.


그런데 개미는 왜 진딧물을 잡아먹어서 얻는 단백질보다 진딧물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단물만을 취할까? 만약에 개미들이 진딧물을 잡아먹으면 동료들을 잃기 시작한 진딧물들은 개미에게서 멀리 떨어진 다른 식물로 옮겨간다. 그러면 개미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진딧물의 단물은 많은 경우 개미 식단의 9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과 동물 사이의 더불어 살기로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가로 식물로부터 꿀을 얻는 벌과 나비’가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식물들은 꽃 속 외에도 잎이나 가지에 ‘꽃밖꿀샘’을 가지고 있다. ‘꽃안꿀샘’이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벌과 나비를 위한 것인데 반해 ‘꽃밖꿀샘’은 개미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다.


개미는 ‘꽃밖꿀샘’으로부터 고농도의 단물을 얻고, 대신 그 식물을 온갖 초식 곤충으로부터 보호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꽃안꿀샘’에 있는 단물에는 당분은 물론 단백질도 풍부하게 있는 반면에 ‘꽃밖꿀샘’에 있는 단물에는 단백질 성분이 거의 없다. 따라서 개미는 필요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다른 초식 곤충들을 잡아먹어야 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꽃밖꿀샘’의 단물은 언제나 흥건히 고여 있지 않고, 식물에 따라 이를 분비하는 시기가 다르다. 어떤 식물은 초식 곤충이 즐겨먹는 새순이 나오는 시기에만 단물을 분비해 개미를 부르고, 또 어떤 식물은 씨를 먹는 곤충들을 쫓기 위해 씨가 여무는 시기에만 단물을 생산하기도 한다.


식물과 균류 사이의 더불어 살기로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송이버섯은 소나무 뿌리 끝 세근(細根)에 붙어사는 외생 균류이다. 송이버섯은 땅속에서 무기양분을 흡수하여 그 일부를 소나무에 공급하여 주고, 대신에 소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으면서 공생하여 사는 버섯이다. 아직까지 송이버섯을 인공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송이버섯은 야생에서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값이 무진장(?) 비싸다.


동물과 원핵생물 사이의 더불어 살기로 ‘사람과 대장균의 관계’가 있다. 대장균은 사람이 먹은 음식물 중 셀룰로오스라고 하는 질긴 물질을 소화시켜주고, 대신에 서식지와 먹이를 공급받는다. 또한 동물과 원생생물 사이의 더불어 살기로 ‘흰개미(또는 바퀴벌레)와 트로코님파(유글레나와 같은 편모류임)의 관계’가 있다. 흰개미는 나무를 갉아먹는데 그 목질을 소화시키지 못하나, 흰개미의 창자에 살고 있는 트로코님파는 목질을 소화시킨다. 만약에 흰개미의 창자에 트리코님파가 없다면 흰개미는 창자가 막혀서 죽고, 역시 트리코님파가 흰개미의 창자를 벗어난다며 서식지와 먹이를 잃게 되어 죽게된다. 트리코님파의 몸길이는 50~300㎛이며, 흰개미와 바퀴벌레의 창자 내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항상 볼 수 있다.


생물들의 더불어 살기란 상대방의 약점을 보완해 주고 나의 약점을 보완 받는 공생으로서,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인 것이다.

저작권자 2004-0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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