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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는 10억 분의 1이란 뜻이고 나노미터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을 말한다. 이것은 일반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고 오직 전자현미경으로만 보인다. 나노기술이라면 보통 1나노미터에서 100나노미터 사이에서 이뤄지는 기술을 말한다.
나노기술이 대중화된 것은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나노기술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함으로써 미국이 기술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후부터다.
“솜털 무게로 강철 10배 이르는 물질 제조”
나노기술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는 데, 첫째는 솜털 같은 무게로 강철의 10배에 이르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로 탄소나노튜브라는 것인데 아직 많이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존재한다.
두 번째는 소자 쪽인데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방대한 자료들을 각설탕만한 소자 안에 담는 것이다. 이는 물질 자체가 아니라 여러 가지 구절로 만들어서 메모리 소자를 만드는 것이다.
이 분야는 대단히 빨리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 일례로 미국 국회도서관은 전 세계 도서관 중 가장 크다. 1천900만권 장서와 3천300만권의 논문이 소장돼 있다. 이 모든 장서를 각설탕만한 크기에 담겠다는 것은 지금도 야심찬 계획이다.
세 번째로 암세포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나노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간 게놈 연구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00년 인간 유전정보가 담긴 DNA를 완전 판독해냈다. 사실 완전히 판독한 것은 3년 후이지만 2000년 당시 블레어 총리와 클린턴 대통령이 완전 판독을 선언했다.
이 같은 유전자 연구로 현재 태어난 아이는 평균 수명 100살 시대에 살 것이다. 문제는 이런 평균수명 100살 시대를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이다. 현재도 정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평균수명 연장으로 치매는 많아지는데 현재 이를 획기적으로 치료할 의학기술이 뚜렷치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특허 보유”
나는 나노기술에서 탄소나노튜브 쪽을 선택해 연구했다. 지난 1996년에 첫 안식년을 갖게 됐다. 대학교수의 최대혜택은 6년이 지나면 7년째 1년간 안식년을 갖고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식년 당시 기존에 하던 반도체 물리학 대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에 미국 버클리에 갔다.
거기서 찾아본 결과 아직 알려지기 전인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고 1991년 일본의 전기회사인 NEC 부설 연구소 소속 이지마 박사가 처음 발견한 것이다.
흑연을 고열에서 많이 조작을 하던 중 전자현미경으로 보다가 우연히 이런 모양이 나왔다고 한다. 탄소나노튜브로 부르는 이유는 직경이 1나노미터이고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옥수수처럼 보이는 탄소원자가 있는데 통처럼 속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옥수수 같은 것은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가닥이 평행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의 용도가 불확실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미래의 새로운 나노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탄노나노튜브가 반도체 새 돌파구”
그 후로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다행히 98년 1월 미국그룹과 공동으로 네이처지에 게재해서 나의 과학적인 업적이 알려졌다. 내가 연구한 ‘탄소나노튜브로 된 트랜지스터’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한 종류는 다른 나라에서 처음 발명했고, 또 한 종류는 내가 특허를 내서 그것의 지적재산권을 갖게 됐다. 일본,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특허를 받았는데 미국에서는 빨리 안 주고 질질 끌다가 2002년 특허를 내줬다.
발명자는 나로 돼 있지만 실제는 LG반도체와 같이 시작한 프로젝트다. LG반도체는 현재 하이닉스이므로 하이닉스와 공동 권리를 갖고 있다. 이것은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용화되면 우리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현재 IBM 같은 곳에서 우리가 특허를 낸 탄소나노튜브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에 ‘넥스트 일렉트로닉스(Next Electronics)’라는 글이 실렸는데 “지금까지는 실리콘으로 모든 반도체 장치를 만들었으나 앞으로는 탄소나노튜브가 다음 세대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탄노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뭉치면 섬유”
탄소나노튜브는 가는 선 모양으로 돼 있기 때문에 옷감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인장력이 엄청나다. 안 끊어진다. 과거에는 인공섬유 중에서 강한 것이 나일론을 만든 듀퐁에서 자랑스럽게 내놓은 케블러였다. 그런데 케블러는 약점들이 있고, 자연계 섬유보다 약하다. 자연계에서 가장 강력한 섬유는 거미줄이다. 거미줄 중 ‘네필리아’라는 학명을 가진 거미줄이 가장 강하다. 인간이 만든 것보다 강하다.
그런데 탄소나노튜브는 다이아몬드가 강한 것처럼 굉장히 강해 자연섬유의 벽을 깼다. 실제 옷감을 만들 수 있는 데 옷이 강하고 가볍다. 그래서 이것이 장래에 상당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뿐 아니라 탄소나노튜브로 트랜지스터를 만들면 굵기가 1-2나노미터 정도 된다. 기존의 반도체에서 70나노, 60나노, 50나노, 40나노로 내려온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이것은 원래 굵었던 것을 점점 가늘게 만드는 것이고,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는 처음부터 1나노미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실처럼 되어 있어 일부러 배열을 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기술적인 문제에서는 어려움이 많지만 1나노미터 기술로 단번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회이자 가능성도 많다.
또한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모아 뭉치면 아주 튼튼한 섬유가 되기 때문에 옷감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같은 곳에도 활용할 수 있어서, 옷의 일부가 화면이 되고 트랜지스터가 돼서 필요할 때 TV처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 shkshk2@empal.com
- 저작권자 2007-10-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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