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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9

"문과 이과의 장벽부터 허물어야" 이병기 한국공학교육기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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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이공계 문제를 놓고 담론이 무성하다. 그리고 전반적인 견해가 이공계 교육개혁의 문제로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의가 없을 수가 없다. 이전의 교육체계를 가지고는 선진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져온 이공계 교육의 틀을 새로 짜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할 중차대한 과제들이 있다.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과학에 대한 국민 모두의 인식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을 경제 논리로부터 분리시키는

과감한 인식전환이 교육개혁의 시작


지금까지 한국에서 과학은 경제의 보조 역할을 해왔고 국민들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과학이 경제의 시녀라는 인식 속에서 어떻게 과학인들의 분발을, 그리고 21세기 한국 과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60-70년대 경제발전 시기에 그 같은 논리가 성공을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이 선진국을 향해 내달려야 할 시기이고, 이를 뒷받침할 과학발전을 원한다면 이공계 인력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과학인이 국가발전의 주역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과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과학기술부 장관의 입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과학인들 스스로 그동안 잃었던 과학에 대한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과학인 스스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과 이과 이원화 교육체계부터 개선해야

외골수 학문 주입해 외골수 대학생 양산


과학의 제자리 찾기와 함께 대두되는 문제가 곧 이공계 교육 문제다. 한국 교육에 있어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이원화 교육체계가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원화된 교육체계는 해방이후 수십 년 간 “이과생은 이과 학문만을, 문과생은 문과 학문만을 배워야 한다”는 공식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이과, 문과의 구분이 와해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철저한 이원화 교육체계를 통해 문과생은 문과생대로, 이과생은 이과생대로 이원화된 학문체계에 전념하면서, 갈수록 학문의 변두리로 일탈하며 외골수가 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조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분법적 분화현상이 심화되고 국민들 간의 갈등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교육체계를 살펴보아도 현재 한국의 이원화된 교육체계는 어불성설이다.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이원화된 교육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일본 외에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왜 일본의 그릇된 교육체계를 고수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와 기업 연결형 교육 커리큘럼 부재

전문화된 교육 인증제도 도입 서둘러야


다음으로 생각할 문제가 이공계 대학교육의 커리큘럼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이공계 대학의 경우 대부분 자신만의 교육 틀을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 또는 산업체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할 인력을 대학 스스로 자랑하는 커리큘럼에 따라 충실히 교육하고 우수한 인력을 배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실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학 교육이 스스로의 상황에 안주하면서 소위 서열식의 일류 대학 만들기에만 전념했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대학 만들기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의 실업난 속의 인력난이란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시급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전문 인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마련하는 일이다.


교육정책을 쥐고 있는 정부 역시 지금까지의 서열식 대학평가가 아닌 학과별 전문화된 인증제도를 확대해 이공계 교육과정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나갈 수 있는 교육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는 교육 분위기 시급

이공계 대학 스스로 교육 개선에 앞장서야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싶은 것은 학생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는 대학 스스로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최근 입시추세를 보면 이공계생들이 의학계로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 이면에는 이공계를 가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공계 교육 책임자들은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결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교육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제도를 개선해, 이공계 학생들의 미래를 만들어주고, 과감하게 흥미를 불어넣어주면서 이공계 교육의 틀을 바꾸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공계 학생들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가벼운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뚜렷한 사회기여의 가치관을 형성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어디까지나 교육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미래를 가치관에서부터 성실한 삶에 이르기까지 마련해 주는 대학 관계자들의 노력이 한층 더 배가돼야 할 것이다.

<정리=이강봉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4-0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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