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환 교수는 충분한 검토 없이 시행되는 공영형 혁신학교 설립에 대해서 비판하며, 이는 “교육 당국이 스스로 나서서 평준화의 틀을 포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교수는 공영형 혁신학교 설립으로 인해 외국어고와 자사고가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물론 이덕환 교수가 지적했듯이 우리 모두는 교육의 실험대상일 수 없다.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는 여러 가능성들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시일을 연기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은 다를 수 있다. 전략과 전술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고교평준화는 정부의 교육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급한 공영형 혁신학교 설립에 대한 비판 즉 교육정책에 대한 지적이, 교육철학인 고교평준화 정책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번질 수는 없다.
현재 정부는 3불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고교평준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별로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건 고교평준화 정책이고 학교별로 학생을 선발하는 건 고교등급제이다.
정부의 교육철학은 이와 같은 정책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국민 모두가 다함께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데 있다. 정부는 물론 ‘1명의 인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평준화 정책을 고집하는 데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교육철학에조차 경쟁의 원리를 도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는 고교평준화 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각종 정책들을 펴나갔다. 익히 알고 있는 외국어고와 자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보면 고교평준화 정책이 엄격하게 시행되지 않은 것이다. 전국적으로 평준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어고와 자사고 입학 허용 등을 통해 실제상 비평준화였던 셈이다. 이덕환 교수도 지적했듯이 명목상으로는 평준화 정책을 고집했지만,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육정책에서는 비평준화적 요소를 허용했다. 과학고등학교나 영재고등학교 등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개방형 자율학교’로 명칭이 변경된 공영형 혁신학교는 외국어고나 자사고 등에서까지도 나타나는 교육의 편중화, 권력화 현상을 타개해 보려는 정부의 노력이다. 부가 곧 교육이 되고, 교육은 다시 부가 되는 연쇄고리를 끊기 위한 정책인 것이다. 여기서 일일이 개방형 자율학교와 관련된 논란을 되풀이할 수는 없지만 앞뒤 전후 맥락을 살피지 않고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모두에게 언제나 금물이다.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교평준화 정책에 대해 보완 혹은 유지를 바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이라는 게 일부 엘리트들의 독선에 따라서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라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국민들은 아직 고교평준화 정책을 원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50군데에서, 돈 많고 교육을 잘 받은 집안에서 태어난 윤똑똑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외국어고, 자사고, 영재고, 과학고, 국제고 등의 학교에서 말이다. 그들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또다시 좋은 환경에 편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많이 가지게 되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들 ‘귀족학교’들에서도 장학금을 많이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기회비용은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한 자사고에서 1년에 소요되는 비용이 2천만원이냐 5천만원이냐를 가지고 논란이 있었는데, 서민들에게는 그 돈이 그 돈이다. 정부나 시도에서 지원하는 과학고나 일부 영재고등학교를 제외하면, 등록금과 각종 경비, 기숙사비까지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들어가는 곳이 바로 ‘귀족학교들’이란 말이다.
그들이 정부의 고교평준화 정책의 바깥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능력이 있어도 우수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비싸 그 50군데 학교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일반 고등학교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게 창의적 인재를 교육하기 위한 한 방법일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다시, 공적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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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김상호
- 저작권자 2006-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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