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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재단 박사
2006-01-01

창조적 계급과 문화 그리고 과학 최연구의 ‘두 문화를 넘어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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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들 한다. 문화가 인간 삶에 있어서 절대적인 요소이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늘날에는 문화가 상품가치로서 각광받고 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기에 문화의 중요성이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화는 창조성에 기반하고 있다. 요컨대 창조의 산물이 문화라는 것이다.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석학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는 현대사회의 주역을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이라고 명명했고 창조적 계급이 주도하는 경제를 '창조적 경제(Creative Economy)'라고 불렀다. 플로리다 교수의 대표적인 저서이기도 한 ‘Creative Class'는 2002년 전자신문사에서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플로리다에 의하면, 산업혁명 시기, 경제의 원동력이 공장노동자였고, 1950년대 경제의 주역이 화이트칼라 회사원들이었고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지식과 문화적 영감으로 무장한 창조적 계급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창조적 계급에는 과학기술자, 작가, 예술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 지식집약적인 노동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든 사람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오늘날의 경제가 상품의 대량생산에 기초한 굴뚝 경제가 아닌 것은 자명하다. 지금은 토지, 자본, 상품 등 고전적 경제요소에 기반 한 산업경제의 시대가 아니라 사람과 장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창조적 경제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창조적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문화이다. 그런데 문화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문화(culture)는 자연(nature)상태를 벗어나 인간의 땀과 영감, 창조적 노동을 통해 이룬 산물이다. 문화는 그래서 창조적인 과정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문화산업은 창조적인 산업이며, 창조적 경제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에서는 문화산업을 아예 창조적 산업(creative industry)라고 부르고 있다.


문화가 그 자체로서 경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오늘날의 경제구조를 들여다보면 문화는 산업과 결합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은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고, 문화콘텐츠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화가 경제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가설이 아니다. 문화적인 환경이 산업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문화는 현실경제에서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고 국부의 주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


문화의 산업경제적인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문화는 인간사회를 인간답게 만들고 창조의 기쁨을 준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이기에 틀에 박힌 공정이나 대량으로 판박이를 찍어내는 작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문화는 다양성을 그 자양분으로 한다. 비슷한 생각, 똑같은 의견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사회에서는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가 발전한 나라는 관용과 다양성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민주적인 사회이다. 전체주의적 국가관이 지배하던 히틀러 치하나 뭇솔리니 집권 하에서 창조적인 문화사조가 발현되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다양한 생각의 공존과 파격적으로 틀을 깨는 창조적 발상으로부터 비로소 창조적인 문화가 나올 수 있다.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연구그룹은 여러 가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문화적인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관용이야말로 창조의 기반이라고 결론지었다.


창조의 속성은 기쁨이다. 창조적인 행위는 인간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조적인 문화는 인간을 풍요롭게 해준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천지창조가 이루어지던 7일 동안 매일매일의 창조가 “야훼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말로 끝나는데, 이것이 바로 창조의 기쁨이다. 문화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에 앞서 무엇보다 인간에 의한 창조의 산물이며, 인간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 그러하기에 문화 없는 삶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과학은 문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과학도 다른 문화와 마찬가지로 창조성을 근본적인 속성으로 하고 있다. 플로리다가 과학기술자를 창조적 계급에 포함시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학자에게도 창의적인 사고와 창조적인 가치관이 중요하다.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고 만들어냄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과학자는 그야말로 창조적인 계급이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새해아침에 발표한 2006년 신년사에서 "창의적 사고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창의성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인 것이다.

최연구 과학문화재단 박사
choiyg@ksf.or.kr
저작권자 2006-0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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