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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재단 박사
2005-12-28

사회 속의 과학, 문화로서의 과학 최연구의 ‘두 문화를 넘어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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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상대어는 무엇일까. 야만이나 원시 등을 떠올린다면 문명과 문화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culture)의 상대어는 자연(nature)이다. 신으로부터 주어진 본연의 상태 그대로가 자연(nature)라면, 여기에 인간의 지적인 활동이 작용해 만들어진 산물은 문화이다. 인간 활동의 소산이 문화이므로 문화의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은 문화활동의 유일한 주체이다. 문화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특징적인 영역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면서 많은 능력과 관습을 만들어왔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마다 시대마다 다른 문화들을 만들어 왔다. 어떤 문화는 오래 지속되었고 어떤 문화는 나타났다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모든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도 있고 어떤 문화는 특정사회의 구성원들만 공유한다. 그러면 과학은 어떠한가. 과학도 문화의 일부인 만큼 문화의 일반적인 특성으로부터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


사회학의 연구대상은 사회다. 물론 사회는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공동체’이다. 결국 사회학은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와 문화는 어떤 관계일까. 흔히 사회가 그릇이라면, 문화는 그 그릇에 담겨 있는 내용물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라면 그 구조 속에 담긴 제도, 가치, 규범, 종교 등의 내용물들이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과학도 바로 이 사회 속에 존재하며 사회적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특히 유럽에서 ‘사회 속의 과학(Science in Society)’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화로서의 과학의 속성’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로서의 과학을 이해하자면 문화의 속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과학의 속성도 문화의 속성 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크게 보면 7가지의 속성을 갖고 있다. 이를 문화의 7대 속성이라고 한다. 공유성, 학습성, 축적성, 초유기체성, 체계성, 보편성과 다양성, 가변성 등이다.


우선 문화는 특정인의 특이한 행동이나 사고가 아니라 사회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것이다(공유성). 과학도 과학자들만의 특이한 행동이나 사고라면 문화로서의 과학이 될 수는 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공유한다면 과학의 문화적 기반이 확대되는 것이다.


두 번째, 문화는 선천적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으로 습득(학습된 행동)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물론 첨단과학의 경우 뛰어난 과학자나 과학자그룹에 의해 선도되기도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것은 역시 학습이다. 과학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


세 번째는 축적성이다. 문화는 일시적으로 소멸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속성을 띠며 학습과정을 통해 세대 간에 전승되면서 축적된다. 문화가 전승을 통해 축적되고 발전되듯이 과학도 성과의 축적에 기초해 어느 순간 질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네 번째, 문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일단 창조된 문화는 인간으로부터 독립하여 외재하고 개인에게 구속력을 가진다(초유기체성). 인간유기체를 초월해서 인간의식의 바깥에 '사회적 사실(Fait social)'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문화적인 가치나 규범을 따르고 사회구조의 큰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초유기체적인 문화의 영향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아는 방식과 합리적 사고과정의 결과물인 과학도 인간유기체 개인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를 넘어서는 문화로서의 속성을 갖게 된다.


다섯 번째는 문화의 체계성이다. 문화는 지식, 신앙, 예술, 도덕, 관습 등 다양한 부분들로 구성되는데 각 부분들이 통합된 전체로서의 문화를 구성한다. 과학도 전체로서의 문화 속에서 통합되어 있으며 다른 영역들과 유기적으로 서로 관련되어 있다.


여섯 번째로는 보편성과 다양성을 들 수 있겠다. 공동생활이 있는 인간사회에는 반드시 문화가 있지만(보편성), 사회에 따라서 문화의 내용이나 특성은 다양하다(다양성)는 것이다. 문화의 양상이 사회마다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과학을 여기에 적용시켜 본다면, ‘어느 사회건 과학이 존재하지만, 과학을 활용하는 측면은 다르게 나타나며 과학의 분야나 형태도 사회마다 달라진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의 가변성이다. 문화는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세대 간에 전승되지만 똑같은 내용으로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내용이 첨가되거나 일부 내용이 소멸되면서 전승된다. 이런 과정이 바로 문화의 진화과정이며 발전이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자연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 시대의 과학적 가설이나 이론은 후대에 새로운 가설이나 이론으로 대체되거나 진화된 가설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최연구 과학문화재단 박사
choiyg@ksf.or.kr
저작권자 2005-1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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