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이 왜 어두우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그건 태양이 하늘에 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쉽게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은하가 없는 우주에서나 맞는 대답일 뿐이다.
밝은 별들로 이루어진 수많은 은하가 우주 공간에 꽉 차있다면 하늘의 어느 방향을 올려다보아도 그 곳에는 은하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하늘은 별들로 뒤덮여서 밤하늘도 태양 표면과 같이 밝아야 한다.
이러한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1823년 독일의 빌헤름 올버스에 의해서였다. 그래서 이 주장을 사람들은 ‘올버스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그는 밤하늘이 밝아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주가 무한하고 태양과 같은 별들로 차있다고 하자. 우리가 태양을 올려다보면 태양은 극히 밝게 보인다. 다른 방향을 보아도 별들이 우주에 무한히 펼쳐 있으므로 우리의 시선은 결국 다른 별의 표면에 닿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주의 어느 방향도 태양표면과 같이 보여야 한다. 즉, 밤이고 낮이고 하늘은 태양과 같이 밝게 보여야 한다.”
그러나 밤하늘은 어둡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은 무엇이 잘못되었음이 틀림없다. 한때는 그 이유가 우주에 널려있는 먼지 입자들이 별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는 마치 짙은 안개 속에서 불빛이 멀리 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러나 비록 먼지가 별빛을 흡수한다 해도 먼지는 열을 받아 다시 밝게 되기 때문에 올버스의 역설을 설명할 수는 없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올버스 시대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이 역설에 대한 해답이 나왔다. 그 해답은 먼 은하의 나이와 우주팽창 두 가지에 있다. 우주론에 따르면 은하들의 나이는 유한하고 그 유한한 세월 동안 은하들이 방출한 빛의 양이 밤하늘을 밝히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즉, 은하들의 생애동안 빛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유한하므로 밤하늘을 밝히려면 그 훨씬 이전에 형성된 은하가 있어야 하고 무한대의 거리에서 오는 빛도 있어야 한다.
올버스의 역설에 대한 두 번째 설명은 우주팽창에 따른 은하의 후퇴운동이다. 은하가 후퇴하면 그곳에서 나오는 빛은 적색이동을 일으켜서 밝기가 약해진다. 그래서 은하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거리가 먼 은하들은 더 빠른 후퇴운동을 하므로 그들의 밝기는 이와 비례해서 더 흐려진다. 이 계산에 따르면 모든 은하의 밝기는 밤하늘 밝기의 0.3%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밤하늘은 어둡게 마련이고 올버스의 역설은 풀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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