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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1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다윈센터 김지원 사이언스타임즈 영국 통신원/ 전 출판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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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자연사박물관을 들어서면 중앙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공룡뼈에서부터 마치 백과사전을 펼치듯 곳곳에 도열한 수많은 지구의 생물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박물관의 수많은 표본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바다 속부터 미생물까지 하루종일 둘러봐도 모자란데, 흔히 놓치기 쉬운 중요한 공간이 하나 있다.


공룡뼈를 바라보며 왼편으로 깊숙이 들어서면 서늘한 또 하나의 공간이 펼쳐진다. 2002년 9월에 문을 연 ‘다윈센터’다. 세계 과학계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자연사박물관 안쪽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과학 연구 활동을 접할 수 있는 ‘열린 과학’의 공간이다.


‘다윈센터’는 원래 두 단계 계획으로 시작됐다. 먼저 2002년 문을 연 ‘다윈센터 1단계’는 각종 어류·양서류·파충류·뱀류·갑각류 등의 표본을 알콜병에 보존하는 이른바 ‘스피릿 콜렉션’으로, 7천 종 이상 2천2백만 개에 이르는 자연 표본을 저장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다. 2008년 개관 예정인 ‘다윈 센터 2단계’는 6백만 종의 식물류와 2천8백만 종의 곤충류의 표본을 저장한 ‘건조 소장품’들과 관련 연구 활동공간이 열릴 예정이다.


다윈센터 1단계의 ‘스피릿 콜렉션’은 2만5천개의 플랑크톤 표본을 포함한 45만개의 알콜병이 모두 3천5백개의 저장 캐비넷에 나눠 정리돼 있다. 표본용 선반은 총 길이 27킬로미터에 이르는데, 가장 긴 표본 알콜병은 높이 1미터에 무게가 60 킬로그램이 넘고, 제일 작은 알콜병으로 높이 5센티미터짜리도 있다.


지하층의 ‘탱크룸’에는 3미터 길이에 1500리터의 알콜을 담을 수 있는 초대형 탱크를 갖췄다. 전세계에서 200년 이상 모아온 이 표본은 지구상의 생물종이 얼마나 다양했었고, 또 얼마나 많은 종이 멸종했거나 혹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사실 이제까지 자연사박물관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었던 수많은 표본이나 박제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자연사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생물 표본은 박물관 뒤쪽에 숨겨져 있었다. ‘다윈센터’는 바로 숨겨진 박물관의 표본을 공개 선반과 유리벽 너머 연결된 저장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와, 동시에 영국 내 최고를 자랑하는 350명의 과학 연구진이 최첨단 연구 장비로 활동하는 각종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 텔레비전 스튜디오 같은 ‘다윈센터 라이브’의 강연은 녹화해 온라인에 띄워 놓음으로써 웹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또 최신 과학 정보를 ‘손화면’을 통해 대화형 그래픽으로 접할 수 있다. 박물관 소장표본의 사진과 일러스트, 과학 연구활동 장면도 직접 볼 수 있다.


‘다윈센터 1단계’는 특히 표본의 저장과 연구활동을 위한 건축 설계로도 유명하다. 8층으로 된 건물은 제일 큰 생물의 알콜 표본을 담은 ‘탱크룸’이 있는 지하층과, 양서류·파충류(1층), 미생물(4층), 무척추동물(5,6층) 등으로 층마다 특화돼 있다.


모든 표본 소장품의 보관은 섭씨 13도를 유지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고 각 표본이 담겨져 있는 알콜의 증발을 지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온도다. 이곳에 오면 느낄 수 있는 서늘한 기운은 바로 그 때문이다. 알콜의 빠른 휘발성 때문에 모든 표본 알콜병이나 항아리는 반드시 큐레이터가 정기적으로 일정량을 유지하도록 보충하고 있다. 다윈센터의 과학 연구작업은 표본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각 실험실은 표본 작업을 하기에 좋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 층에 있는 ‘실험실’은 표본이 차가운 저장실에서 연구실의 실온에 곧바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히 만든 공간이다. 실험을 위한 가구는 필요할 때 이동할 수 있도록 바퀴가 달려 있다. 알콜에 표본을 담그는 작업이 많으므로 건물 전체의 통풍과 환기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도 돋보인다. 실험실이 건물의 바깥쪽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각종 해부 장비는 물론 현미경과 화학 분석 장비까지 갖췄다.


방문연구자를 위한 실험공간과 전문 분야별 각 층마다 관련 자료를 모은 도서실도 마련했다. 연간 1만명 정도씩 전세계 과학자들이 이 ‘다윈센터’에 몰려오는 이유다.


다윈센터가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따온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자연사박물관 소장 표본 중 많은 것이 다윈의 1831년 비글호 항해에서 온 것으로 ‘관찰과 표본 저장’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오늘날 생물의 기원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고전적 방법이 바로 다윈의 위대한 ‘진화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화론은 다윈센터 활동의 토대이기도 하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중요한 표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첨단 기술 장비의 연구공간을 제공한다.


2008년에는 다윈센터 2단계가 완공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것이다. 이제까지는 자연사박물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의 겨우 1%만을 보았을 뿐이지만, 다윈센터 2단계가 완성되면 소장품의 80%를 일반인도 볼 수 있게 된다. 다윈센터 1단계가 동물과 파충류 어류의 ‘알콜 소장품’의 전시와 연구 공간이라면, 2단계는 지구상 거의 모든 곤충과 식물 표본이 전시되는 ‘건조 소장품’의 박물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윈센터는 일반인과의 소통을 핵심에 둔다는데 의의가 있다. 과학자의 연구 공간에 일반인을 가까이 데려감으로써 자연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에 도움을 주자는 뜻이다. 다윈의 유명한 「종의 기원」도 비전문인을 위해 쓴 책이다. 다윈은 생물 진화의 증거를 찾기 위해 케임브리지대 교수에서부터 돼지 사육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눴다. 다윈센터는 소장 표본과 연구활동, 그리고 대중과의 호흡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공간으로 박물관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오늘도 다윈센터 ‘라이브’에서는 과학자들의 열띤 공개 강연이 한창이다. 다윈 탄생일인 지난 2월 12일 즈음의 한 주일은 ‘진화주간(Evolution Week)’으로 정해 진화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진화란 무엇인가’ 같은 기본적 질문에서부터 ‘우리는 지금도 진화중인가?’, ‘진화로 무엇이 변화했는가?’, ‘인간은 언제부터 왜 털이 없어지게 되었는가’같은 흥미로운 주제와 ‘가상세계의 진화’, ‘행동의 진화’ 등까지 영역을 넘나드는 테마를 가지고 과학자들이 직접 나와 관람객과 토론을 벌인다.


강연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주말에는 특히 어린이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거미의

세계’라든가‘화성탐사선 비글2호’, ‘도도새의 비밀’ 같은 재미있는 주제가 많다. 발렌타인 데이에는 동물이나 곤충은 위험하고 때로 죽음까지 불러오는 치명적인 사랑을 한다는 내용의 ‘안티 발렌타인 데이’ 강연이 일반인의 흥미를 끌었다. ‘겨울나기’와 ‘물고기를 뜯어먹는 딱정벌레’ 이야기처럼 자연의 세계는 다윈이 비글호 항해에서 실어날랐던 이상으로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일년 내내 거의 매일 이처럼 흥미진진한 주제로 전문 과학자의 강연과 토론을 일반인 깊숙이 가져가고 있는 ‘다윈센터’는 바로 영국 자연사박물관 속 박물관이자 박물관 속 연구센터인 셈이다.


참고 :영국 자연사박물관 http://www.nhm.ac.uk/

다윈센터 http://www.nhm.ac.uk/darwincentre/

저작권자 2005-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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