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우리 희망이었다.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되고 가진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었던 시절에 정부는 KIST를 설립하고 대덕단지를 세웠다. 해외에서 활약하던 인재들을 최고대우를 내세우며 불러들였다. 이러한 정책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의 기틀을 닦았다. 21세기에도 과학기술은 여전히 한국을 이끌어갈 유일한 잠재력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과학기술은 꿈을 잃어가고 있다. 복지나 환경등에 비해 국가전략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기업연구소는 하루하루를 먹고살 단기과제에 매달려 몇년뒤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고, 대학들은 나름대로의 성안에서 안주하고 있고 출연연구소는 자기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구조조정 요구의 틈바구니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21세기를 끌고 가야할 과학기술이 사회의 흐름을 따라잡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이대로 가면 과학기술의 싹들이 고사해버리고 고립과 대외종속이 한층 심화될 것이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과학기술
이 시대에 과학기술의 존재의미는 무엇일까.
돈을 벌고 꿈을 실현하는데 있다. 경제력이 가치 척도인 이상 과학기술도 돈을 벌어야 한다. 진정한 프로는 기술과 함께 비즈니스 마인드를 모두 가진 사람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미 열두 살 때 집에서 친구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며 35센트씩을 받았다. 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은 실용화와 효율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한편, 과학기술이 돈에만 너무 집착하면 꿈을 고갈시킨다.
이윤만을 중시하는 연구개발은 안정성이나 환경친화성을 충분히 고려치 않는다. GMO(유전자 조작식품)을 둘러싼 논쟁은 과학기술이 상업성과 공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제 과학기술에서 꿈을 재발견해야 한다. 꿈은 과학기술 활동을 촉발하고 참여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과학기술의 대중화는 결국 일반 국민에게 꿈을 주려는 노력과 다름이 아니다.
과학기술 대중화는 국민에게 꿈을 주는 것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과학기술과 꿈을 결합하여 돈을 벌어야 한다. 예를들어 중고 비디오 테이프라도 컨텐츠별로 가격차가 엄청나다. 디즈니 만화나 명작 테이프는 중고라도 최소 5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수없이 만들어지는 무협물, 에로물은 천원에 5개를 살 수도 있다. 하드웨어는 같아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구과제 하나하나가 디자인, 브랜드, 내용이 있어야 과학기술의 가치가 올라간다.
둘째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풍요,건강, 안전, 환경의 꿈이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어렵고, 새로운 과학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시골 폐교에 무선 인터넷을 설치하여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거나, 퇴직 기술자로 하여금 중소기업지원, 어린이 과학교실 봉사 등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들이다. 문제 해결은 꿈을 실현하는 과학기술의 우회적인 방법인 것이다.
셋째 꿈에 호소하여 돈을 모으고 의미 있는 과학기술에 투자해야한다. 30초 내에 상대를 감동시켜야 투자유치에 성공한다는 벤처업계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벤처들은 꿈을 구체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여 돈을 모은다. 현재 대학, 출연연구소, 기업 모두 연구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업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라도 경영자, 투자자, 납세자의 꿈을 건드린다면 충분히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돈을 벌고 꿈을 실현하는 것이 과학기술 본연의 모습이다. 돈을 금기시하거나 지나치게 돈만 추구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또 꿈이 없는 과학기술은 천박하고, 너무 치우치면 ‘구름 속 과학기술’로 세상과 동 떨어진다. 새로운 시대의 과학기술은 돈과 꿈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돈과 꿈은 상생의 관계여야 한다. 과학기술은 돈과 꿈을 맺어주는 창조의 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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