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불을 사용하고,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래 잉여 식품의 저장법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거나 장거리 여행에서의 영양 섭취를 위해 상하지 않게 음식물을 저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수확 ·포획 ·도살 후 조리·가공을 거쳐 소비되는 순간까지 식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점차적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변질의 원인으로는 미생물 ·곤충 ·쥐 등과 같은 생물적 요인과 불안정한 식품 성분의 화학반응에 기인하는 화학적 요인이 있다.
식품의 저장은 변질요인을 가능한 한 제거함으로써 식품의 양적 손실, 영양가 파손, 안전성과 기호성의 저하를 최소화하려는 수단이며 제품의 품질, 저장수명과 경비를 감안한 최적의 저장기술이 요구된다. 그래서 발전한 저장법이 수분을 말리는 건조법, 소금이나 설탕에 절이는 절임법, 연기를 쐬이는 훈연법, 밀봉 살균하는 통조림법, 온도를 떨어뜨리는 냉장냉동법, 보존료나 방부제를 사용하는 약품처리법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식품에 방사선을 처리하는 방사선 처리법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방사선처리법이란 식품의 발아 억제, 살충, 살균, 숙도조정 등의 목적으로 방사선(주로 감마γ선과 전자선을 사용함)을 식품에 조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감자는 저장 중에 싹이 트는 경우가 많은데, 감자의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유독 성분이 들어있어서 상품으로 팔기에는 부적당하여 폐기처분되는 양이 많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감자를 수확한 후 γ선(7,000∼15,000rad)을 조사하면 품질의 손상없이 실온에서 8개월간 발아를 억제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초반부터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주관이 되어 관련 학계와 공동으로 식품류의 감마선 조사 목적별로 발아 식품의 발아 억제, 건조 농수산물의 위생화에서부터 육가공제품의 병원성 미생물 살균, 위생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농수축산 식품의 산업화 기반 연구를 수행했다. 최근에는 방사선 조사를 이용한 ready to eat 식품의 위생화, 전통 발효 식품의 저장 및 저염화, 특수 식품의 제조, 물질 변환에 의한 공중 보건관련 기능성 소재의 개발, 식품 함유 화학 독성 물질의 저감화 분야의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방사선 조사 식품의 소비자 수용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제작 및 홍보 분야에도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1987년 경기도 여주에 상업적 다목적 감마선 조사 처리 시설이 설치(그린피아기술(주))되어 현재 가동 중에 있으며 최근 1기가 더 신설됐다. 처리 용량은 평균 5 kGy를 조사 기준으로 할 때 50톤/일이며 향신료 등이 가공식품의 원료용으로, 기타 다양한 식품 및 식품 원료가 수출을 목적으로 위생화 처리되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방사선을 조사하여 수출한 식품류는약 20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식품의 방사선조사는 192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안된 이후, 1950년대부터 과학적 그리고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현재 방사선 조사식품은 50여 개 국가에서 향신료, 곡류, 과채류, 육류 그리고 해산물 등 50여 개의 식품에 허가되어 있으며 특히 향신료나 건조야채는 20개국 이상에서 방사선 처리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18개 식품군에 허가되어있다. 식품의 방사선 조사는 농산물의 발아나 숙도를 억제시키며 부패를 감소시켜 저장기간을 늘릴 수 있으며, 병원성 미생물의 감소와 살균으로 미생물학적 안전성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방사선 조사의 상업화가 진행되어 대규모로 방사선 조사식품이 유통됨에 따라 방사선 조사식품의 유통에 정확한 표시를 하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일반 식품중 방사선 조사식품을 구별해낼 수 있는 방사선 조사식품의 검지법(검출과 탐지: Identification & Detection)의 개발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따라서 현재 많은 나라에서 방사선 조사식품에 그림이나 글로 조사식품임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방사선 조사식품의 검출방법이나 표준화된 분석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방사선 조사식품의 검지법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1986년에는 그때까지 보고된 모든 검출기법을 검토하여 전자스핀공명법(ESR: Electron Spin Resonance), 열발광측정법 (TL:Thermoluminescence)을 유력한 방법으로 선정하였다. 더욱이 1990년부터는 FAO/IAEA공동위원회가 5년간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여 DNA혜성분석법(Comet assay), GC/MS 기기를 이용한 hydrocarbon법과 2-Alkylcyclobutanone법, 그리고 미생물학적 방법(DEFT/APC법)이 여기에 새로 추가되었다.
식품의 방사선조사는 보통 코발트(Co-60)나 세슘(Cs-137)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감마선이나 고 에너지 전자선에 식품을 쬐는 것이다. 감마선은 대부분 식품을 통과하나 아주 작은 양이 식품분자에 흡수되거나 산란되어 전자를 내놓고 라디칼 이온을 만든다. 따라서 (이온화)조사라는 말은 하전 부분을 형성하는 전자기에너지라는 뜻이며, (자유)라디칼이란 말은 하나나 그 이상의 짝이 없는 전자를 가진 화학종을 가리킨다.
물은 생명체에 가장 많은 분자로서 식품을 방사선조사하면 주로 이 물과 반응하여 라디칼을 만든다. 이들 라디칼은 고체나 냉동시료 혹은 단백질이나 셀룰로스처럼 고분자 부분이 있는 식품에서 안정화된다. 따라서 짝이 없는 전자를 직접 잴 수 있는 전자스핀 공명법이나 빛이나 열 혹은 용매로 여기시켜 포획된 라디칼을 방출시키는 발광법으로 검출이 가능하다.
만들어진 이들 라디칼은 식품의 다른 분자와 반응하여 다른 라디칼을 형성하거나 반자성체로 되어 많은 물질들이 생기며 화학적으로는 아미노산과 같이 라세미 형태를 띠거나 자유라디칼 스캐빈저(비타민 C와 E, 만니톨이나 티올 등)를 없앤다. 또 핵산, 단백질 그리고 탄수화물은 작은 분자 표지물로 되거나 단편화되어 전기영동 등으로 이들을 검사할 수가 있다. 특히 세포벽을 이루는 분자의 변화로 막 안의 전해질이 유출됨으로써 전기저항의 변화를 가져온다. 또 전분 사슬이나 교차결합의 변화는 점도를 바꿔놓는다.
일반적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검출법에는 식품이 방사선 조사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예비 분별법, 그리고 방사선 조사선량까지도 알 수 있는 정량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비 분별법 중 대표적인 것은 DEFT/APC법과 DNA손상을 보여주는 혜성분석법(Comet Assay)이 있다. 선량정량법으로는 규사에 오염된 식품(향신료나 약초)을 검사하는 TL법, 뼈가 들어있는 식품과 섬유소를 가진 식품(딸기류나 땅콩류)의 ESR법, 지방을 포함하는 식품(육류)의 alkane이나 alkene과 같은 휘발성 물질을 찾는 GC/MS법이 있다.
특히 뼈를 이용한 방사선 조사 육류의 ESR측정법은 상당히 안정하여 믿을 만하다. 또 항원-항체 측정은 매우 빠르고 특이적이므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ELISA법, 단백질칩 등이들 기술은 방사선 조사식품의 판별에 많이 이용될 것이다.
현재 이 외에도 다양한 방사선 조사 식품 검지법이 개발되어 있다. 이들 방법에 대하여는 현재 EU에서 공전법(Food Industry Legislation)으로 정하는 중이어서 이의 국제적인 표준화는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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