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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3

[다이너소어]속의 공룡들이 겪은 천문학적 재난 [연재] 과학이 숨쉬는 SF영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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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 D.B. 스위니, 알프레 우다드

감독 / 랄프 존닥, 에릭 라이톤

제작년도 / 2000년

비디오 출시



디즈니의 영화 <다이너소어>는 100% 3차원 컴퓨터그래픽이지만 실사영화나 다름없을 정도로 생생한 사실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첫 부분에서 시대배경을 6,500만년 전이라고 밝혔다. 왜 하필 6,500만년 전일까? 게다가 이 수치는 어딘가 낯익지 않은가?


6,500만년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또다른 SF영화 <아마겟돈>도 영화시작 타이틀 부분에서 6,500만년전 지구에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소행성 하나가 지구에 충돌해서 그 결과 지상은 온통 불바다가 되고 생물들도 대부분 절멸하고 만다. 사실 과학자들은 바로 이 때 공룡들이 멸망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즉 <다이너소어>는 6,500만년전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서 비롯된 공룡들의 최후 시대를 묘사한 작품인 것이다. 그리고 공룡들의 뒤를 이어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포유류들도 함께 등장시켜 마지막 공룡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묘사했다. 물론 이 부분은 극적 재미를 위해 허구적으로 구성한 것이지만.


공룡의 멸종 원인이 소행성 충돌 때문이라는 이론은 1980년 미국의 지질학자 알바레스가 처음 제시했다. 처음엔 그의 주장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물적 증거가 더해져서 현재는 그 타당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지구상 곳곳에서 조사해 본 결과, 6,500만년 전의 지층에서 공통적으로 먼지층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떨어진 소행성의 크기는 10-15Km 정도로 추정되는데, 둥근 원호 모양의 멕시코만-유카탄 반도 지역이 바로 그 당시의 충돌로 패인 거대한 흔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천체가 지구에 충돌하면 흙먼지들이 하늘을 뒤덮어 태양빛을 차단, 몇 년 동안이나 '겨울'이 이어지면서 평균기온이 내려간다. 또 충돌때 충격을 받은 지각에서는 지진,화산폭발,해일 등이 일어나 육지를 휩쓸게 된다. 한편 '겨울'이 끝난 뒤에는 반대로 두꺼운 대기층에 의해 온실효과가 일어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그 결과 극지의 얼음이 녹아 평균해수면도 상승, 해발고도가 낮은 육지들은 물에 잠겨버린다.



다이너소어속의 과학적 오류


이렇게 보면 <다이너소어>에는 과학적으로 이치에 안 맞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한다. 소행성 충돌로 생겨난 두터운 먼지 구름은 지구 전역을 덮은 채로 몇 년 동안 지속되었을 것이므로, 최소한 영화에 나오듯이 불과 며칠만에 햇빛이 다시 밝게 내리쬐는 일은 없었을 터이다.


아무튼 오늘날 공룡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6,500만년 전 쯤에 그들이 모두 멸종했다는 확실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다이너소어>에서는 일부 공룡들이 외부와 격리된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명맥을 잇는다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이것 역시 영화의 해피 엔딩을 위한 허구일 뿐이다. (예전에는 외부 세계와 격리된 '잃어버린 세계'가 현재도 존재하며 그곳에 공룡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 얘기는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에서 유래된 근거없는 낭설임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아무튼 그런 곳이 정말 있다면 후보지는 아프리카나 남미 아마존의 정글 어딘가쯤이 될 것이겠지만.)


공룡의 또다른 멸종 원인으로는 포유류들이 급속도로 번식하면서 먹이를 차츰 빼앗기게 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다이너소어>의 후속편은 상당히 잔혹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류도 안심할 수 없다.


불쌍한 공룡들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혹시 6,500만년전의 비극과 같은 일이 또 없었는지 생각해보자.

사실 그보다는 훨씬 적은 규모이지만 인류는 비교적 최근에 비슷한 일을 경험한 바 있다. 1908년에 시베리아 퉁구스카에서 일어난 정체불명의 대폭발은 가장 유명한 예이다. 지상 80Km까지 불기둥이 솟고 발생한 먼지가 대기중에 차면서 빛을 난반사시켜 밤에도 책을 읽을 정도였다고 하며, 그런 현상이 2개월이나 지속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 폭발이 무인지경의 삼림지대가 아니라 주거지역에서 일어났다면 엄청난 참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1908년의 대폭발은 지금도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지만 당시에 무엇이 떨어졌는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현장에서 운석 파편이 거의 발견되지 않아서, 아마도 혜성의 핵이 충돌한 것 같다는 것이 오늘날 학자들의 중론이다. 혜성은 80%정도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딥 임팩트> 역시 지구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혜성에 대한 영화인데, 실제로 지구는 혜성과 아주 가깝게 스쳐지나간 적이 있다. 바로 1910년의 핼리혜성 사건이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세밀한 관측을 거듭한 끝에 지구가 그 혜성의 꼬리 속을 통과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핼리혜성 꼬리의 가스가 무슨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아무튼 인간에게는 유해한 독가스일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감이 널리 퍼져서, 인류 종말의 절박감과 자포자기적인 분위기가 팽배하였고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910년 당시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도는 공전 궤도상에서 핼리혜성의 꼬리 속을 통과했다. 혜성의 꼬리 길이는 1천만에서 1억Km까지 이르는 것도 있는 반면, 지구의 지름은 1만Km에 불과하므로 그다지 신기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혜성의 꼬리라는 건 진공이나 마찬가지다. 지구의 대기권에 비하면 워낙 기체의 밀도가 낮아서 아무런 위험을 끼치지 못할뿐더러, 그 구성 성분들도 인간에게 유해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혜성의 핵은 지저분한 얼음덩어리로서, 80% 정도가 물이고 나머지는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암모니아 등이다. 꼬리는 이 성분들이 떨어져나온 것이다. 또 눈에 보이는 꼬리의 상당 부분은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해서 빛을 내는 화학분자들이거나 아니면 이온화된 분자들이어서, 실제 기체밀도보다 훨씬 밝게 보이는 편이다. 결국 1910년의 대소동은 지나친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1999년의 막바지에 고조되었던 Y2K 문제와도 비슷하게.


박상준 (SF/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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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2005-0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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