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쑥은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 나오는 식물이다. 건국신화에 의하면 천제(天帝) 환인(桓因)의 아들인 환웅(桓雄; 남자)이 하늘에서 내려와 웅녀(熊女; 여자)와 결혼하여 단군 왕검(壇君王儉)을 낳았다고 한다. 웅녀는 원래 곰이었으나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는 시련을 견디어 여자로 환생한 후,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던 것이다.
마늘의 학명은 Allium sativum var. pekinense이며,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수염뿌리는 얕게 뻗고 줄기 끝에 비늘줄기를 형성한다. 비늘줄기는 연한 갈색의 껍질 같은 잎으로 싸여 있으며, 안쪽에 5-6개의 작은 비늘줄기가 들어 있다.
꽃줄기는 높이 60㎝로 3~4개의 잎이 어긋난다. 마늘은 다른 말로 산(蒜)이라고도 하는데, 마늘의 어원은 몽골의 만끼르(manggir)에서 gg가 탈락된 마닐(manir) → 마늘의 과정을 겪은 것이라고 하고, 또는 맛이 매우 날하다 하여 맹랄(猛辣) → 마랄 → 마늘이 되었다 고도 한다.
마늘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음식 조리에서 필수적인 양념으로 이용된다. 또한 꽃이 달리는 기다란 줄기인 속대(마늘종)를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또는 마늘과 속대를 간장에 절여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마늘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리인(alliin)이 들어 있다. 생 마늘을 그대로 씹거나 썰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알리인이 효소(알리나아제)의 작용에 의해 알리신이라는 단백질로 되어 강한 냄새를 낸다.
또 알리신은 비타민 B1과 같은 작용을 함으로써 마늘은 각기병을 막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백미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각기병이 드문 것은 마늘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알리신은 각종 세균과 곰팡이에 대한 살균 및 항균 효과가 뛰어나다. 옛날 사람들은 호역(콜레라), 마마(천연두), 학질(말라리아) 등의 유행병이 번질 때마다 홀수의 깐 마늘쪽을 실에 꿰어 문기둥이나 창가에 걸어두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는 모든 병균을 병귀로 보았던 옛날 사람들이 고약한 마늘 냄새의 매서운 맛으로 병귀의 징조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마늘의 살균능력을 알게 모르게 이용하였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까거나 다져 놓은 마늘은 종종 갈색이나 녹색으로 변한다. 특히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농약 탓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까서 다져 놓은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깎아 놓은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화 작용에 의한 것이고, 녹색으로 변하는 것은 마늘조직 내에 들어있는 효소의 작용 때문이다. 깐 마늘을 가열처리 하여 놓아두고 관찰해 보면 절대 녹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열처리 할 때 효소가 변성되었기 때문이다.
쑥의 학명은 Artemisia princeps var. Orientalis이며, 초롱꽃목 국화과 쑥속을 총칭한다. 쑥은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사막에도 생육한다. 대부분 여러해살이풀로서 전체에 털이 많고 .잎과 열매 등이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된다. 쑥은 향이 진해서 생채나 나물 무침으로 먹지 않고 주로 떡을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그야말로 ‘쑥 하면 떡’ 인 것이다.
쑥을 넣어 만드는 떡으로 쑥버무리, 쑥인절미, 쑥절편, 쑥송편 등이 있다. 삶은 쑥을 떡 반죽과 함께 절구나 떡판에 놓고 한참을 치 면 반죽에 쑥의 녹색이 골 고루 퍼지면서 떡이 차지게 된다. 절편은 떡살로 찍어 무늬를 내고 개피떡은 얇게 밀어 팥소를 넣고 가장자리를 눌러 반달 모양으로 만든다.
쑥에는 섬유질이 많아 대장에서 대변이 쉽게 만들어지도록 한다. 따라서 쑥떡을 먹으면 대변이 시원하게 잘 나온다. 같은 떡이라도 일반 떡을 먹었을 때와 쑥떡을 먹었을 때가 다르다. ‘대변이 쑥쑥 잘나와서 쑥이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 정도이다.
쑥은 우리 주변에서 생활과 밀접하게 인연을 맺어 왔다. 악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없애준다 하여 단오 날이 되면 쑥을 지붕에 얹어 두거나, 쑥물에 목욕을 하거나, 아녀자들은 머리에 꽂기도 했다. 또한 이사를 하면 그 집의 나쁜 기운을 없앤다고 하여 쑥을 태우기도 하였다.
흔히들 중국은 양파문화이고, 일본은 무 문화이며, 우리나라는 마늘 문화라고 한다. 아마도 중국 사람들은 요리에 양파를 많이 이용하고, 일본 사람들의 식탁에는 단무지가 항상 놓여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요리에 마늘을 필수적인 양념으로 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절구와 떡 문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만주 대륙에서 돌절구가 발견되는 곳이라면 그곳은 영락없이 옛날에 절구와 떡 문화 국가였던 고구려의 땅이었다는 증거가 된다.
이렇게 마늘과 쑥은 건국신화에서부터 시작하여 동북아 삼국의 문화를 구별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식물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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