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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8

가을 단풍과 낙엽 [기고] 최승일 강원 철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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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온대지역으로서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하다. 보통 9-11월을 가을이라고 하나, 일반적으로 벼를 모두 수확하는 전날까지가 가을이고 그 이후부터는 겨울로 치고 있다.



9월에는 낮 동안 무더위가 남아서 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시원한 날씨가 된다. 10월로 접어들면 강수량이 줄고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져서 맑고 상쾌한 날씨가 계속된다.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 ;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 하늘이 맑고 높게 보이는 이유는 대기의 대류가 여름보다 약해져서 먼지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비에 쉽게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며, 또한 여름철에 하늘의 시야를 가렸던 안개구름과 뭉게구름 등이 사라지고 새털구름과 양떼구름 등이 나타나면서 하늘의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가을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는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노란빛으로 변하는 단풍 현상을 들 수 있다. 보통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단풍이 든다고 생각하는 데 그것은 오개념이다. 왜냐하면 단풍이 들기 전에 서리가 내리면 잎이 말라죽어서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식물의 잎에는 녹색을 띠는 엽록소라는 색소이외에 붉은 색을 띠는 ‘카로틴’, 노란 색을 띠는 ‘크산토필’ 등이 있다. 여름 동안에는 이들이 엽록소에 의해 가려져 안 보이고 엽록소의 색만 보이기 때문에 녹색을 띤다.


그러나 가을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고 건조해지면 뿌리로부터 잎으로 올라오는 수분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수분 공급이 줄어들면 엽록소가 햇빛에 의해 파괴되어 버리고 가려져 있던 ‘카로틴’ 과 ‘크산토필’ 의 색이 드러나게 되어 단풍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아름다운 단풍은 주로 활엽수가 만든다. 단풍나무의 경우에는 잎에서 만들어진 당분이 기온하강으로 인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남아 있다가 붉은 색을 띠는 ‘안토시안’ 이라는 색소로 변하게 되는데, 이 색소 때문에 타는 듯한 붉은 색의 단풍을 만들게 된다.


우리나라의 산에는 단풍을 만드는 활엽수의 종류가 많아서 가을이 되면 온통 울긋불긋하게 치장을 하게된다. 단풍은 산마루부터 시작해서 계곡으로 내려오고 북쪽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이것은 한랭한 기온 변화의 순서 때문이다.


식물의 잎이 말라서 떨어지는 현상을 낙엽이라고 한다. 낙엽 시기가 되면 잎 속의 양분은 줄기 등으로 이동하고, 잎자루에 ‘이층’ 이라고 하는 특수한 세포층이 형성되어 이 부분에서 잎이 떨어져 나가 낙엽이 된다. 낙엽은 날씨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는 늦가을에 생기는데, 대부분의 낙엽 현상은 일조시간에 의해 지배된다.


즉, 일반적으로 낙엽 시기는 낮의 길이가 길면 늦어지고 낮의 길이가 짧으면 촉진된다.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를 관찰해 보면, 가로등에 조명되는 면이 그늘진 면에 비해 잎이 오래 달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온도도 낙엽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떡갈나무의 일종은 가을이 되어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자연적인 온도에서는 낙엽이 되지만 온실에서 기르면 낙엽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낙엽은 생육조건이 급격하게 변동되었을 때에도 일어나기 쉽다. 예를 들면, 건조 지역의 식물을 수분이 많은 장소로 옮겼을 때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낙엽이 생긴다. 강한 빛 아래에서 자란 나무가 약한 빛 아래로 옮겨졌을 때에도 낙엽이 생긴다. 병충해에 의한 잎의 손상도 낙엽을 일으킨다. 식물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낙엽을 분석하면 질소, 인, 칼륨 등은 적고 칼슘, 규소 등이 많다. 질소, 인, 칼륨 등이 적은 것은 수용성의 물질로 존재하다가 낙엽 시기에 줄기로 이동되어 갖기 때문이며, 칼슘, 규소 등이 많은 것은 불용성의 물질로 되어 잎 속에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물은 낙엽 현상으로 불필요한 무기질을 체외로 배출한다고 볼 수 있다. 질소(N), 인(P), 칼륨(K)은 식물에게 꼭 필요한 3대 비료 성분이다.


지금 도시 밖 산들은 화려했던 단풍 잔치의 절정을 마무리하고, 낙엽이 되어 하나씩 둘씩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즉, 나무들은 신록의 계절에 뜨거운 태양을 견뎌내고, 그 결실을 우리에게 아름다운 단풍으로 보여주고는 낙엽을 통하여 겨울나기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 헨리’ 가 1905년에 발표한 ‘마지막 잎새’ 라는 소설을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 소설에는 ‘폐렴으로 죽음을 앞둔 소녀의 절망적인 상황을 안타까이 여긴 어느 무명 화가의 희생적인 사랑’ 이 ‘낙엽’ 이라는 상징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건물 밖으로 나가 낙엽을 밟으면서, 부모님의 자식 사랑에 대한 희생과 주위의 사랑하는 친구들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가을을 보내면서 이번 겨울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바람직한 계획을 세워보자.

저작권자 2004-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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