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기술인
  • 오피니언
오피니언
2004-11-12

미국 명문 공대의 정상 쟁탈전- MIT와 칼텍 모영기 관동대 겸임교수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동부의 하버드-MIT, 서부의 스탠포드-칼텍(Caltech)의 학문경쟁은 미국의 대서양, 태평양 연안의 지역경쟁과 종합 대학원과 과학기술교육의 특성이 조화된 대표적인 미국식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하버드와 스탠포드 간에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처럼, MIT와 칼텍의 경쟁력을 단순비교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잘못 불리는 두 대학의 명칭


우리나라에서 두 대학을 소개할 때 MIT를 메사추세츠공과대학, 칼텍을 캘리포니아공과대학으로 부르는 것은 두 대학이 추구하는 고등교육의 본질을 오해한데서 붙여진 잘못된 호칭이다. 굳이 우리식으로 부른다면 MIT 과학기술대학, 캘리포니아 과학기술대학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만, 차라리 그대로 MIT대학교와 칼텍대학교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Technology라는 명칭을 공학(Engineering)으로 잘못 번역하여 학교 명칭에 혼란을 가져온데 따른 것이다.


두 대학 모두 과학기술교육에 중점을 두지만 탁월한 과학기술영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의 학문적 기본소양이 있어야 한다는 과학기술교육의 교육학적 본질을 추구하는 두 대학의 사례를 간파해야 한다.


소수정예 칼텍 : 술과 파티 없는 캠퍼스


칼텍은 1891년 아모스 트룹(Amos Troop)이라는 독지가에 의해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작은 지방대학으로 출발하였으나, 설립자는 1907년 천문학의 거인 조지 홀(George Hale)을 영입하고 이어 1921년엔 화학의 아더 노이스(Arthur Noyes), 물리학의 로버트 밀리칸(Robert Millikan) 등 세계적인 대학자를 합류시켜 칼텍(Caltech)으로 변신, 도약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과학영재교육기관으로 터전을 마련, MIT의 과학기술의 아성에 도전하게 된다.


초일류대학의 발전 요건이 설립역사와 대학 규모가 아닌 탁월한 교수인력에 있다는 증거를 칼텍에서 찾을 수 있다. 2003학년도에 칼텍은 학부 8백91명, 대학원 1천2백81명 등 총 2천1백71명의 초미니 대학으로 이른바 빅 6 중 대학원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60%로 가장 많은 완전한 대학원 중심 대학이다.


대학입학시험인 SAT 성적이 수학에서 거의 만점을 얻지 못하면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최상의 수학과학영재가 모이는 대학이며, ‘술과 여자, 스포츠와 파티가 없는 대학’으로 정평이 나 있었으나, 최근 학부의 여학생 수가 전체 학생의 33%가 넘어 여자 없는 대학으로서의 명성은 사라졌다.


뉴욕 타임즈의 피스캐 기자는 “칼텍은 가장 정력적이며 가장 보람이 많으나 가장 고생할 가치가 있는 가파른 사다리로서 가장 빠르게 성취할 수 있지만 좌절의 위험성이 높은 대학”이라고 지적, 칼텍의 특성을 적절히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칼텍이 공동 운영하는 캠퍼스의 Jet Propulsion Lab은 칼텍은 물론 미국이 항공우주분야를 석권하게 만든 핵심연구기관으로 금년 1월엔 Spirit & Opportunity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고 이번 달에는 7년 전에 발사한 NASA Cassini 우주선이 ‘태양계의 보석’인 토성에 착륙하여 탐사를 본격화하게 된다.


칼텍에서 연구하였거나 교수나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노벨상수상자는 29명에 이르며, 미국 과학상(National Medal of Science) 수상자가 47명에 달하는 등 강소대학으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MIT의 막강 파워, 하버드와 스탠포드와의 경쟁


다른 빅 6대학과 달리 MIT는 코넬대학과 함께 18세기 중엽 미연방정부의 토지를 기증받아 설립한 Land Grant 대학으로 출발부터 공립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한 최정상의 대학이다. 미국의 시대를 열게 된 원동력이 과학기술의 우월성이라고 볼 때 MIT가 지니는 과학기술의 상징성은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교수대 학생의 비율이 6대 1, 미 국립과학원(NAS) 평가 TOP 5, US News의 2004년 평가에서 공학 1위, 경영학 4위이며 공학 분야에서는 스탠포드, 버클리, 칼텍, 경영학에서는 하버드대와 스탠포드, 팬실바니아, 기초과학·물리학에서는 프린스턴, 하버드, 칼텍, 스탠포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인재양성(presumption that students may well be Nobel laureates)’을 목표로 한다는 MIT의 한 교수 언급에서 MIT의 치열한 학문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더욱이 하버드와 이웃하며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형제대학이지만 하버드가 새로운 공학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MIT가 인문사회과학분야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라이벌대학으로 발전의 속도를 배가하고 있다.


MIT의 57명 노벨상 수상자가 전현직 교수요원이었으며, 본교출신으로 물리학에서 6명, 화학에서 1명, 병리의학분야에서 4명씩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하버드, 스탠포드, 칼텍에 이어 4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문사회학 분야에서는 경제학의 사무앨슨(Samuelson), 언어학의 촘스키(Chomsky)가 포진하고 있는 캠퍼스가 바로 보스턴의 찰스강변에 위치한 MIT의 진면목이다. 하버드-스탠포드, 예일-프린스턴, MIT-칼텍, UC 버클리-미시건으로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이 미국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이끄는 근간이 되고 있다.


공학 교육의 위기와 MIT-칼텍의 교양 과정


최근 KAIST 대학 총장으로 취임한 스탠포드대의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러플린 박사가 취임을 앞두고 회견한 이른바 ‘공학교육의 위기론’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는 공학계열의 기피현상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한국정부의 과학기술교육 투자 확대와 교육 프로그램의 혁신에 두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과학기술 수준의 급격한 향상은 학생시절 캠퍼스에서 교육 훈련한 기술력으로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에 젊은 과학자에게는 최신의 기술을 훈련, 전수시키는 방식은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창조적인 새 과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인문, 사회교육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대학이 과학기술의 영재 양성을 학부교육에 치중하다 보면 단기 기술자는 양성할 수 있어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과학자는 키우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MIT와 칼텍은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폭 넓은 소양을 익힐 수 있는 교양과정과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최첨단기술인과 창의적인 과학자의 기반을 구축한 후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전공과목을 이수하게 한다.


예를 들어 MIT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학부학생들은 인류학, 역사학, 언어학으로부터 경제학, 정치학, 철학, 심지어 무대예술에 걸친 광범위한 과목을 설치하고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의 완숙한 조화가 이들 대학의 학풍임은 우리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2004-11-12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