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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7

환경호르몬과 웰빙 [기고] 최승일 강원철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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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3월 미국에서 ‘잃어버린 미래(Our Stolen Future)’ 라는 책이 출판되면서 환경호르몬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환경호르몬이란 ‘환경’ 에 노출된 화학 물질이 생체 내로 유입되어 마치 ‘호르몬’ 처럼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호르몬수용체와 결합하여 정상호르몬보다 강하거나 약한 신호 강도로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유사작용, 호르몬수용체의 결합 부위를 봉쇄/차단함으로써 정상호르몬의 역할을 막는 봉쇄작용, 호르몬수용체의 결합하여 전혀 엉뚱한 작용을 나타내는 촉발작용 등으로 내분비계를 교란한다.


환경호르몬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서 1970년대 합성에스트로제인 DES(diethyl-stylbestrol)라는 유산 방지제를 복용한 임산부의 2세들에게서 나타난 불임 사례가 있었고, 1980년대 살충제인 디코폴 오염사고로 미국의 플로리다 악어의 부화율이 감소하고 성기가 왜소화되는 증상이 관찰되었으며, 1990년대 들어 인간의 정자 수 감소와 수컷 잉어의 정소 축소화 그리고 가자미의 성기 왜소화 등이 있었다.


이렇듯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부작용으로는 생식 기능의 이상, 성비 균형의 파괴,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면역 기능 저해,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의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여러 가지 물질이 체내에서 마치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수컷과 남성이 입는 피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1992년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남성의 정자 수 감소가 밝혀진 이후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이러한 사실이 속속 입증되고 있으며, 각 국의 정자은행이 수정 불가능한 정자 증가를 보고하고 있다.


1992년 칼슨 등이 전 세계적으로 정자의 질과 관련되어 쓰여진 61개의 논문을 분석하여 영국의학 잡지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1940년에는 밀리리터 당 1억 1천 3백만 개이던 남성의 정자 수가 1990년에는 6천6백만 개로 42%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일회에 사정되는 정액 량도 25%가 적어져서 유효 정자 수는 50% 가까이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 제품 공장의 유기용제를 취급하는 근로자들이 집단적인 불임을 겪은 바 있으며, 1억 개가 넘어야할 성인 남성들의 정자수가 6천만 개 이하로 줄었고 정자의 운동성도 감퇴하고 있다고 발표된 바 있다.


현재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목록(World Wild Life Fund List)에서 67종, 일본 후생성에서 143종, 미국에서 73종의 화학 물질을 환경호르몬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규제 물질의 종류가 다양하다.


그래서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목록에서 규정한 67종 외에 수은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류가 환경호르몬에 포함되기도 한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환경호르몬의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서 젖병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과 식품, 완구, 농수산물 등에서 환경 물질로 추정되는 각종 산업용 화학 물질, 살충제 및 제초제 등의 농약류, 쓰레기 매립장 용출수, 유기중금속류, 식물성에스트로겐, 다이옥신, 합성 에스트로겐, 식품 첨가물 등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


다이옥신은 소각장에서 플라스틱이나 페인트 성분 등을 태울 때 주로 발생하며, 대기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거나 토양에 침적하였다가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되면서 농축된다. 다이옥신은 식물(채소 등), 육류(소, 돼지 등), 유제품(우유 등)을 통하여 인체로 들어오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다이옥신은 강력한 발암물질로서 폐암/간암/임파선암/혈액암 등을 일으키고, 심한 생식계 장애가 일어날 수 있으며, 면역계를 손상시켜 여러 가지 전염성 질환에 걸리게 한다. 현재 다이옥신 평균 용량으로도 면역체계의 질환, 고환 크기의 감소, 혈당 조절 능력의 변화 등이 올 수 있다고 한다.


비스페놀(Bisphenol) A는 에폭시 수지와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의 제조에 사용되고, 이 플라스틱은 CD나 컴퓨터 CD-ROM의 기판, 젖병, 식기 등에 사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 용기 제품의 세척하지 않은 처음 시료에서 비스페놀 A가 높은 농도로 나타났고, 끓는 물로 15회 세척한 후에는 비스페놀A의 농도가 검출한계 이하로 내려갔으며, 끓는 물로 50회 세척한 후부터는 용기에 백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용출되는 양도 처음의 10배 이상 높아졌다. 따라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된 젖병이나 식기는 일정시기를 두고 교체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등장한 사회 흐름 가운데 하나가 ‘웰빙(well-being)’ 이다. 말 그대로 ‘well(건강한, 만족한, 안락한) being(인생)’을 살자는 뜻이다. 웰빙은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중시하고,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웰빙 건강은 무엇보다도 식생활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두툼한 육류의 스테이크를 썰거나 걸쭉한 프랑스 정통 코스 요리와 기름이 많은 중국 음식 대신에 그 어떤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인 유기농법의 음식을 먹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


또한 웰빙 바람과 함께 대부분의 사람들이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현저하게 줄이고, 환경호르몬이 많이 검출되는 새집을 의식적으로 피하며, 환경호르몬의 퇴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흐름에 힘입어 유해식품을 만드는 악덕 사업가가 사라지고,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는 제품이 생산되지 않으며, 쓰레기 배출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암과 같은 환경성 질병이 사라지는 쾌적한 환경의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2004-10-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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