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확대해 왔다. 현 정부는 과학기술과 ICT가 접목하여 과학과 산업, 문화 콘텐츠와 산업의 융합과 창업을 통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산업과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시대를 열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정부보다 높은 것 같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우선 우수한 과학자들이 있어야 하고, 이어서 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요소 모두 중요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사람과 연구장비라는 요소가 시기나 환경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나의 사이클을 반복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는 해외유치과학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고, 그 이후 정부출연 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연구장비 도입과 연구시설 구축에 주력해 왔다.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과학기술의 결과물들이 산업으로 흘러들어 갔고, 급속한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즉 ‘인력-시설·장비-산업발전’이라는 도식적 흐름이 형성된 셈이다.
2011년 우리나라 총연구개발비는 약 50조원 정도로서 GDP 대비 4.03%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정부연구개발 예산도 2001년 이후 매년 평균 10.5%씩 급속히 증가하였으며, 2013년도 예산은 17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도 고성장 경제개발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왔고, 그 결과 현재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과학기술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즉 연구비는 증가해도 연구인력 고용은 없으면서 연구장비나 시설과 같이 가시적인 투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연구개발 예산은 매년 10.5% 증가했으나 인력의 증가는 최대한 억제되어 연 3.4%씩 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2011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투입된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3조9천759억 원으로 1999년보다 약 3.5배 증가한 데 반해 연구개발을 담당할 정규인력은 2011년 기준 1만454명으로 겨우 1.4배 증가에 그쳤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을 겪게 되었고 이는 기형적인 비정규직 양산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성과를 재촉하고 논문이나 특허 수 등 정량적인 지표로 평가 받는 연구 환경 아래 연구비 투자는 고가의 연구 장비와 시설확보에 집중되었다. 지난 2005년 이후 정부연구개발예산을 통해 구축된 연구장비와 시설들로 NTIS에 등록된 통계를 살펴보면 총 6조1천743억 원 중 국산장비는 2조5천41억 원에 불과하고, 외산장비는 3조6천702억 원으로 약 60%에 달한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대거 구입한 장비들을 운영할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IMD 2011 세계 경쟁력 연감 분석에 의하면 기술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 정도가 59개 조사대상 국가 중 41위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2011년 말 조사된 장비전문인력 고용현황조사에 따르면, 대학・출연(연)・공공 연구기관에서는 장비전문인력 1명이 약 40점의 연구장비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 장비 운용 인력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다 보니 장비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는 장비나 관리소홀로 작동불능인 기기도 많고, 파손을 우려하여 공동 활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아무리 뛰어난 명마라 해도 전문적인 조련사가 관리해주지 않고 뛰어난 기수가 없다면,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연구 장비를 가져도, 아니 좋은 장비일수록 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 장비 전문인력이 운영해야 제대로 된 데이터 수집 및 해석이 이루어져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다. 향후 연구 시설 장비 구입을 검토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 인력 확보 여부 및 지원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고가의 연구 장비를 경쟁적으로 구매하는 대신 구매 예산의 일부를 연구장비 전문인력 확보와 공동활용 촉진에 쓰게 되면 국가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장비 운영인력이라는 좋은 전문직 일자리가 창출되며 동시에 공동연구 및 융합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장비 운영 인력은 여러 연구자들의 분석지원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부품, 시스템 및 장비를 개발하게 되며 새로운 분석원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이러한 발명 기술들은 외국 거대기업에 이전하여 세계시장에 판매하거나 국내 벤처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 연구장비 도입보다는 개발 쪽 투자를 늘림으로써, 연구장비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기술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세계 일류의 열린 기초과학 인프라기관 (World-class Open Institute, KBSI)’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최고의 연구 장비와 시설을 구축해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장비 전문인력들이 기초연구 지원 및 공동연구, 분석연구장비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석・박사급부터 마이스터고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벨의 분석장비 전문인력 육성을 하고 있다.
기초(연)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고 전문 인력에 투자한다면, 동일한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투자할지라도, 연구자들이 외산 장비 구입 및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바탕이 된다. 또한 연구장비 분야의 벤처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 이는 곧 국민의 세금인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국내 연구장비 업체를 육성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창조경제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우선 우수한 과학자들이 있어야 하고, 이어서 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요소 모두 중요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사람과 연구장비라는 요소가 시기나 환경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나의 사이클을 반복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는 해외유치과학자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고, 그 이후 정부출연 연구기관 설립을 통해 연구장비 도입과 연구시설 구축에 주력해 왔다.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과학기술의 결과물들이 산업으로 흘러들어 갔고, 급속한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즉 ‘인력-시설·장비-산업발전’이라는 도식적 흐름이 형성된 셈이다.
2011년 우리나라 총연구개발비는 약 50조원 정도로서 GDP 대비 4.03%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정부연구개발 예산도 2001년 이후 매년 평균 10.5%씩 급속히 증가하였으며, 2013년도 예산은 17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도 고성장 경제개발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왔고, 그 결과 현재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과학기술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즉 연구비는 증가해도 연구인력 고용은 없으면서 연구장비나 시설과 같이 가시적인 투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연구개발 예산은 매년 10.5% 증가했으나 인력의 증가는 최대한 억제되어 연 3.4%씩 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2011년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투입된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3조9천759억 원으로 1999년보다 약 3.5배 증가한 데 반해 연구개발을 담당할 정규인력은 2011년 기준 1만454명으로 겨우 1.4배 증가에 그쳤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을 겪게 되었고 이는 기형적인 비정규직 양산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성과를 재촉하고 논문이나 특허 수 등 정량적인 지표로 평가 받는 연구 환경 아래 연구비 투자는 고가의 연구 장비와 시설확보에 집중되었다. 지난 2005년 이후 정부연구개발예산을 통해 구축된 연구장비와 시설들로 NTIS에 등록된 통계를 살펴보면 총 6조1천743억 원 중 국산장비는 2조5천41억 원에 불과하고, 외산장비는 3조6천702억 원으로 약 60%에 달한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대거 구입한 장비들을 운영할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IMD 2011 세계 경쟁력 연감 분석에 의하면 기술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 정도가 59개 조사대상 국가 중 41위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2011년 말 조사된 장비전문인력 고용현황조사에 따르면, 대학・출연(연)・공공 연구기관에서는 장비전문인력 1명이 약 40점의 연구장비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 장비 운용 인력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다 보니 장비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는 장비나 관리소홀로 작동불능인 기기도 많고, 파손을 우려하여 공동 활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아무리 뛰어난 명마라 해도 전문적인 조련사가 관리해주지 않고 뛰어난 기수가 없다면,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연구 장비를 가져도, 아니 좋은 장비일수록 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 장비 전문인력이 운영해야 제대로 된 데이터 수집 및 해석이 이루어져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다. 향후 연구 시설 장비 구입을 검토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 인력 확보 여부 및 지원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고가의 연구 장비를 경쟁적으로 구매하는 대신 구매 예산의 일부를 연구장비 전문인력 확보와 공동활용 촉진에 쓰게 되면 국가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장비 운영인력이라는 좋은 전문직 일자리가 창출되며 동시에 공동연구 및 융합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장비 운영 인력은 여러 연구자들의 분석지원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부품, 시스템 및 장비를 개발하게 되며 새로운 분석원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이러한 발명 기술들은 외국 거대기업에 이전하여 세계시장에 판매하거나 국내 벤처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 연구장비 도입보다는 개발 쪽 투자를 늘림으로써, 연구장비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기술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세계 일류의 열린 기초과학 인프라기관 (World-class Open Institute, KBSI)’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최고의 연구 장비와 시설을 구축해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장비 전문인력들이 기초연구 지원 및 공동연구, 분석연구장비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석・박사급부터 마이스터고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벨의 분석장비 전문인력 육성을 하고 있다.
기초(연)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고 전문 인력에 투자한다면, 동일한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투자할지라도, 연구자들이 외산 장비 구입 및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바탕이 된다. 또한 연구장비 분야의 벤처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 이는 곧 국민의 세금인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국내 연구장비 업체를 육성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창조경제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저작권자 2013-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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