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기술인
  • 인터뷰
인터뷰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2005-01-03

세계의 위대한 혁신가들, 스완슨과 보이어 처음 만난 날 맥주 바에서 회사 설립 결정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미국의 지넨텍社는 설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작은 벤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설립한지 30년 만에 4백억 달러의 매출기업으로 성장했다. 성장의 비결은 기술력이다. 그 기술력이 DNA를 통해 처음으로 약품생산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1976년 새해가 시작되는 1월 어느 금요일 오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맥주 바에서 한 벤처기업 투자가와 명문대학의 생체물리학 교수가 서로 만나 맥주에 젖어가며 기업체 설립을 놓고 열띤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당시 29세에 불과했지만 야심가였던 로버트 스완슨(Robert Swanson)이 바로 그 날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에서 생화학과 생체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 박사를 만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찾았다. 유전자를 약품생산에 이용해 보려던 로버트 스완슨이 보이어 박사를 ‘찜’한 것.


보이어 박사와 약속된 시간은 10분. 그러나 10분은 4시간으로 이어졌고 서로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보이어 박사가 즐겨 찾는 시내에 있는 처칠스(Churchill’s)라는 맥주 바로 향했다. 맥주에 젖은 두 사람은 그날 바로 회사설립을 결정해 버렸다. 그 회사는 그들이 처음 만나 맥주를 함께 한지 3개월 만에 탄생했다.


벤처업체로 출발해 연간 4백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지넨텍(Genentech)의 역사는 이처럼 기업가 기질이 풍부한 로버트 스완슨과 청바지와 티셔츠를 즐겨 입는 보이어 교수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유전자를 이용해 처음으로 의약품을 제조

1970년대 초반 많은 과학자들은 잡지와 같은 매체들을 통해 DNA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상품화 하기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넨텍이 설립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보이어 박사는 DNA를 잘라내어 다른 조직에서 추출한 DNA의 조각(fragments)들과 결합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시도하는데 성공했다.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스탠포드 대학의 스탠리 코헨(Stanley Cohen) 박사도 가세하자, 보이어 박사는 다시 재결합된 DNA의 조각(segments)들을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대장균(E-coli)에 주입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발견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재조합된 세균들은 새로운 DNA에 의한 코드에 따라 의약품이 되는 단백질을 생성하게 된다.


1982년 지넨텍은 마케팅 파트너이자 미국 최대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Eli Lilly&Co.)社와 함께 미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음으로 유전자에 의한 의약품인 휴먼 인슐린(human insuline) 개발 승인을 받았다. 의약계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그 이후 미국은 많은 생명공학 기업체들이 설립됐고, 많은 발전을 이룩해왔다. 유전자를 이용해 악성빈혈을 비롯해 각종 암을 치료하는 신약들도 개발해 냈다. 그러나 이 분야의 개척자는 역시 지넨텍이다.


직업은 서로 달라도 두 사람 모두 과학도 출신

벤처기업 투자가인 스완슨과 과학자인 보이어 박사는 과학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는 공통점이 많다. 만나자 마자 처칠스 맥주 바에서 서로 5백 달러씩 투자해 1천 달러로 사업을 시작하는데 의기투합한 이면에는 과학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펜실베니아주 데리에서 자란 허버트 보이어는 원래 육상선수였다. 그러나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미식축구와 농구코치이자 과학선생이 그의 재능을 이미 알아 채고 그를 설득해 이 과학분야를 택하게 된 것.


빈센트 대학(St. Vincent College) 시절 보이어는 1953년 DNA는 이중 나선형이라며 유전자연구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킨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 박사에게 완전히 매료돼 있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구조를 읽기 위해 학구열을 불태웠다.


한편, 스완슨 사장은 뉴욕 부르클린에서 태어났고, MIT에서 화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는 원래 벤처기업 투자가로 Citicorp Venture Capital社에 처음 입사한 이후 Kleiner & Perkins社로 옮기기도 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지넨텍에 무려 1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우정이 깊은 과학자와 비즈니스맨이 만든 걸작품

지넨텍은 한 과학자와 한 비즈니스맨이 만들어 낸 훌륭한 걸작품이다. 이 회사의 CEO인 스완슨 사장은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가들에게 주식매각으로 나누어 줬다. 보이어 박사는 지넨텍에 근무할만한 과학자들을 잘 물색해 냈다. 그는 진정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지넨텍의 비밀스런 기술이 공개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영재들에게 그 기술을 연구해 발표해 보라고 한 것도 보이어 박사다.


스완슨 사장은 52세를 일기로 지난 1999년 뇌종양으로 죽었다. 회장직에서 은퇴한지 3년 만의 일이다. 부사장이던 보이어 박사는 1991년 이미 퇴직, 현재 이사로 남아 있다. 지넨텍은 미국에서만 1천4백 개가 넘는 회사들에게 자본을 투자했고, 작년 2백 9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칠순이 넘은 보이어 박사는 스완슨이 찾아 왔을 때를 이렇게 술회한다. “그가 나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 왔을 때 그는 나의 인생을 바꿨다. 그리고 수백만의 환자와 가족의 인생까지도.” 스완슨과 보이어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혁신가다. 그리고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아름다운 친구들이기도 하다.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저작권자 2005-01-03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