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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기자
2004-08-16

"천명의 과학자는 전국민을 배부르게 할 수 있다" 빅토르 발라쇼프(Victor Balashov) 주한 러시아 대사관 과학기술담당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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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은 90만개 과학연구 기관과 과학에 대한 투자를 '의무'로 여기는 투철한 과학관의 소산입니다"


빅토르 발라쇼프(Victor Balashov) 러시아 대사관 과학기술부 서기관은 우주항공에서 BT(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러시아 과학의 비결은 과학발전을 '의무'로 여기는 투철한 과학관이라고 말했다.


발라쇼프 서기관은 기초과학없는 공학의 질주는 날이 밝으면 허물어지는 모래위의 사탑(沙塔)에 불과하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의 발전에는 러시아 과학자의 기초과학지식이 그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4년 임기후, 재차 한국부임을 요청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발라쇼프 서기관에게 한국과학계의 맹점과 발전방향을 러시아와 비교해서 물었다.


▲ 한국에 재부임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관료로서 한국은 매력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러시아가 갖지 못한 생산품 제조능력이 뛰어난 나라다. 또 아이디어의 상품화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진행되는 '스피디한 국가'다. 러시아는 이부분에서 한국에 비해 뒤떨어졌다. 러시아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응용공학의 접목은 주한 러시아 과학기술부의 과제이자 개인적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 한국과학과 러시아 과학의 특징을 꼽는다면

러시아는 미국 실리콘밸리 수준의 과학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물리, 화학과 같은 기초과학분야에만 강점이 있는것으로 알려졌으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바이오테크 등 21세기 첨단 공학분야 역시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 발전모델이 약간은 기형적이다. 발(기초과학)은 작고 손(공학)은 큰 편이다. 이점의 상호보완을 통해 양국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 러시아가 막강한 기초과학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 이유는 유년기부터의 과학교육 전문화에 있다. 가령 수학의 경우 한국 중학생은 수학 하나만을 배우지만, 러시아 중학생은 대수, 기하학, 수학 등을 세분화해서 독립적 학문으로 배운다.

대학에서는 이를 더욱 보강해 수학전문대학, 물리전문대학, 화학전문대학 등 각 영역별로 특성화 시킨 기초과학 전문대학이 있다. 그러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사회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 출신 과학자에게 '러브콜'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 정부차원에서는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전역에 걸쳐 90만개의 과학기술 연구소 가 있다. 또 이를 주관하는 과학기구만 해도 300여개에 이른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재정지원의 100%를 맡는다는 점이다. 여타 국가의 과학기술 연구소는 30% 정도의 국가보조가 지원되기 때문에 나머지 재정확보를 위해 상업활동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기초과학분야는 '상품화'라는 '가지'보다 '연구'라는 '뿌리'를 중요시 해야 한다.


▲ 막강한 기초과학 인프라가 상품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는 현재 진행중인 나라다. 연방에서 독립국으로 분리된지도 10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기존 사회시스템 역시 연구물의 상품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기초과학인프라가 응용과학에 접목되는 '전환기(Transit Period)'다. 머지않아, 러시아제 명품 휴대폰을 보게 될 것이다.


▲ 과학기술계 기피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과학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만명의 문학가는 십만명의 정서를 살찌우나 천명의 과학자는 전국민을 배부르게 할 수 있다. 러시아는 경제적 난관을 겪고 있지만 과학자에 대한 존경심이 유달리 깊고, 과학자 자신의 자긍심 역시 대단하다. 한국의 과학기술계 종사자는 이점에서는 러시아보다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빅토르 발라쇼프 서기관은 라트비아 공대(Latvia Tech College)를 거쳐 라트비아 전자산업부에서 경력을 쌓은 기술인 출신 관료로 아들에게 태권도를 배우게 하는 등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한국통' 이기도 하다.

이현경 기자
harrison@sciencetimes.co.kr
저작권자 2004-08-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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