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은 21세기를 주도할 과학기술의 하나로 항공우주기술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항공우주기술은 그 특성상 고도의 기술력, 끊임없는 연구, 많은 투자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과학기술력을 종합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척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발사체 기술은 과학기술 선진국 중에서도 일부 국가만이 보유한 기술로 그 중요성과 상징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우주발사체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주기술 10위권 진입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우주발사체 연구와 개발을 전문적으로 주도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1993년에는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인 KSR-I (Korea Sounding Rocket-I), 1998년에는 2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인 KSR-II, 그리고 2002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 과학로켓인 KSR-III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의 우수한 연구개발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바 있다.
우리나라가 제작하는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KSLV-I (Korea Space Launch Vehicle-I)은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발사하게 되며,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저궤도에 무사히 투입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소형위성 발사체인 KSLV-I의 개발이후 중대형급 위성을 탑재한 위성발사체인 KSLV-II와 KSLV-III의 개발사업이 예정되어 있으며, KSLV 사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능력은 우주기술분야에서 기술자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가의 위상을 제고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는 꿈과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며 선진국으로부터도 향후 우주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우주 진출을 열망하는 국민의 꿈을 항시 염두에 두고 KSLV가 우주로의 여행을 떠나는 그 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 실장을 통해 항공우주연구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자.
항공우주공학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항공우주공학자는 비행기, 전투기, 헬리콥터, 미사일, 로켓, 우주왕복선, 인공위성 등과 같은 비행체를 공학적인 원리와 기술을 적용하여 연구, 개발한다.
항공기 계통을 개발하는 공학기술자는 항공기 본체의 설계뿐만 아니라 비행기의 착륙, 구동, 유압, 조종 등의 여러 장치를 설계한다.
항공기의 본체나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공학기술자는 여러 비행 환경 조건하의 특징을 연구한다. 항공기의 전자설비를 연구, 개발하는 공학기술자는 항공기에 부착되는 통신, 레이더, 제어, 관측 등을 개발한다.
이외에도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을 전담하거나 항공기 제작과 관련된 업무를 하거나 생산의 공학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또한 항공기의 정비를 담당하기도 한다.
비행체를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공학의 기초인 수학에 대한 흥미와 지식이 필요하며, 치밀하고 조직적인 두뇌를 가져야 한다. 작은 물리현상과 그 변화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이를 탐구하려는 진취적인 정신이 있어야 한다.
항공기나 로켓 등에 관심이 느껴진다면 로켓과 관련된 교양서적들을 틈틈이 읽으면서 꿈을 키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항공우주계통의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공이 필요하지만, 4년제 대학이상에서 항공우주공학과, 기계공학과, 물리학과, 전기/전자공학 등을 전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공우주기술자들의 주요업무가 연구개발이므로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이 요구되며, 항공기관기술사, 항공기체기술사, 항공정비기능장, 항공기사, 항공우주공학기술자, 항공교통관제사 항공기사, 일반기계기사, 항공기관사 등의 자격증을 준비하면 취업에 유리하다.
항공우주공학이란?
지구 대기권과 우주공간을 비행하는 물체(항공기, 미사일, 우주선, 인공위성 등)를 설계, 제작 및 성능시험에 관련된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를 하는 학문으로 21세기 국내산업을 주도할 분야로, 많은 전문 인력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이다.
항공우주공학과는 항공산업의 고급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개설되어 항공공학 및 우주공학 등을 연구하는 학과로서 항공공학, 항공기구조역학, 항공기추진기관, 비행제어 등의 분야로 나뉜다.
교과목으로는 항공기제도, 전기전자공학개론, 프로그래밍, 운동체역학, 재료과학개론, 항공기진동론, 압축성유체역학, 비기동역학, 연소공학개론, 점성유체역학, 수직 및 단거리, 이착륙기공기역학, 항공열전달, 기계공작법 등이 있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항공기제조업체, 정비업체, 항공운수업체 등의 생산 부서나 정비 부서에 진출하거나 항공기술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과학기술원 등의 연구기관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항공기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현상을 해명하고 항공기를 발달시키는 것은 과학기술력 향상에 불가결한 조건이므로 정부차원의 투자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국내기술과 자본에 의한 항공기 자체생산이 활발해질 것이므로 이를 뒷받침할 기술인력의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선진국에 의존하던 항공, 우주 분야는 독립적인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어 항공우주 산업의 투자는 계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위성을,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발사하련다.
박정주 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체계실장: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항공공학과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 천문우주과학연구소 (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공학연구실에서 로켓 개발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989년에 항공우주연구소가 생기고 천문우주과학연구소의 우주공학연구실 전원이 이관되면서 항공우주연구소 소속이 된 이후 현재까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과학로켓 및 발사체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993년 과학 1호 로켓 성공발사로 과학기술처 장관 표창을, 2003년에 액체과학로켓 발사 기여로 과학기술훈장 도약장을 받은 바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및 과정은?
처음부터 로켓을 전공하고자 한 것은 아니고 항공공학과를 졸업하면서 항공기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취업하여 로켓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비행기에 대한 꿈이 로켓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
로켓도 항공공학의 한 분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갈등은 전혀 없었다. 이날까지도 항공기 개발을 접고 로켓 개발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나 아쉬움이 없다.
지금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항공공학과의 이름도 항공우주공학과로 바뀌었고, 학생들을 만나보면 로켓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학생이 항공기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학생 못지않게 많은 실정이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이과 과목을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과학자가 꿈이었으므로, 이공계로 진학하는 것은 일찍부터 결정된 셈이었으나, 그중 항공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고등학교 때 TV에서 본 영화 한 편이 주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 영화는 어떤 비행기회사에 근무하는 연구원과 딸이 주인공이었는데 주 내용은 그 연구원이 당시 발생하는 비행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비행기 꼬리날개의 피로가 원인임을 알아내고 이를 반복적인 피로하중 시험을 통해 증명하는 내용이었다.
영화 중에 커다란 공장안에서 비행기 꼬리날개의 피로시험을 하기 위해 실물기체에 진동유발장치를 연결하여 실험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웅장한 규모에 반하여 앞으로 비행기기술자가 되어 저렇게 스케일이 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하는 일이 비행기기술자는 아니지만 로켓도 그에 못지않게 웅장한 규모이므로 만족하고 있다.
최근에 하는 일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발사체(로켓)인 KSLV-I의 개발에 참여하여 매진하고 있다.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은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개발사업의 규모도 크기 때문에 사업이나 기술을 종합하고 조정하는 체계기술(시스템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KSLV-I 발사체 개발사업은 ‘우리 위성을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발사’ 한다는 목표로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위성 발사를 수행하는 발사장을 건설하기 위한 ‘우주센터 개발사업’도 함께 진행하면서 현재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우주센터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분야에서 하는 일에 대한 보람과 어려운 일은?
로켓을 개발하는 일은 한 가지 목표로 많은 사람들이 몇 년 동안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동료애도 생기고, 일하는 보람도 크다.
로켓을 개발한 결과는 짧은 시간동안 분명하게 나타난다. 즉 몇 년 동안 개발하고 준비한 결과가 발사 후 몇 분 내지 몇 십분 동안의 짧은 시간에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 나게 된다.
발사준비의 마지막 단계가 되면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긴장도는 최고조에 달하고 발사순간에 불기둥을 뿜으면서 올라간 로켓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달성한 것이 확인된 순간에는 몇 년간의 고생이 한 순간에 벅찬 감동으로 승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찌 생각하면 과학기술 분야 중 가장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가 생각된다.
실패와 고생에 대한 기억으로는, 1997년에 중형과학로켓이라는 2단형 과학로켓을 발사하였는데 멋지게 올라갔으나 발사 후 20초 만에 로켓과의 통신이 끊어져서 로켓이 측정한 데이터도 받지 못하고 어디에 떨어졌는지도 모른 적이 있었다.
그때 발사장내부 통신에서 데이터 통신 담당자들이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안됩니다!’ 하며 다급하게 외치던 소리는 지금도 귀에 남아있다. 이때 외부에서 오신 손님들은 멋지게 올라갔으니 성공한 줄 알고 악수를 건네고 있었는데, 모든 상황이 확인 안 된 상태에서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이 후 많은 원인분석과 추가 실험을 한 후에 다음 발사를 준비하였는데 발사 준비동안 내내 ‘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소리 내어 웃기조차 힘들었다. 우리의 준비가 헛되지 않아서 두 번째 비행시험은 완벽한 성공이었고 우리는 다음 단계의 연구개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로켓 발사장은 대부분 아름다운 해변에 있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발사를 준비하면서 적어도 몇 달 동안 지겹도록 바다를 보게 된다. 고생할 때, 발사에 성공해서 기쁠 때, 발사에 실패해서 괴로울 때, 보는 바다의 색은 사뭇 다르다. 때로는 반짝여서 황홀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이 시리고 서글픈 바다의 색 등을 볼 수 있는 덤을 로켓 개발하는 일 때문에 얻게 되었다.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
어른이 되고 한참 지난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사람이 똑똑했는지, 실력 있었는지 보다 그 사람이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닌지가 그 사람 인생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어렸을 때 대부분 꿈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 꿈이 자기 인생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꿈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항상 목에 걸고 다닌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하게 키워야 한다.
언젠가 들은 얘기지만 어떤 학교에서 자기가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을 종이에 기록하여 갖고 있는 학생이 몇 명인지 조사했다고 한다. 한 반 학생 중 세 명이 자신의 꿈을 적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시간이 지나 성년이 된 후 조사해 보니 다른 학생들보다 그 세 명이 평균에 비하여 월등하게 성공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꿈을 가지고 키우는 일, 그리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일. 청소년기에 시작해서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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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정리/ 오윤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