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 뇌주간을 맞아 국내에서도 일반인들에게 ‘뇌’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내 전문가 30여명이 나서 진행한 뇌관련 대중강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강의 2선 중 두번째 편을 소개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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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는 또 번식력이 강해 1년 만에 할아버지부터 증손자까지 4세대를 형성 수 있어 실험하기도 용이하다. 유전학과 거장 멘델도 유전법칙을 알아낼 때 사용한 완두콩도 번식력이 강한 종을 사용한 점을 착안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홈 그라운드 이점, 사람이나 동물 모두에게 존재”
동물들은 사람처럼 겁도 많고, 짜증도 내며, 우울할 때도 있으며, 호기심이 많고, 장난 및 싸움도 잘 한다. 일례로 펭귄이 자신 옆을 지나가는 동료의 머리를 갑자기 팔로 쳐서 물에 빠트릴 때도 있다. 또 운동 선수들이 경기할 때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진 팀이 강하듯 동물세계에서도 남의 구역에 침범한 동물이 대부분 해당 지역을 선점한 동물에게 쫓겨 달아나는 게 대부분이다.
이처럼 동물들이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은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업단에서 실험한 예를 소개하겠다. 생쥐들은 사람처럼 선천적 그리고 후천적 공포심을 갖고 있다. 생쥐와 그보다 몇 배 큰 집쥐를 생쥐만이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통로로 연결된 양쪽 방에 넣어주면, 생쥐는 통로를 이용해 집쥐 쪽으로 가다가 커다란 덩치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뒤로 후퇴하며 똥을 싼다.
그런데 이 생쥐의 공포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면 겁이 없어져 통로를 타고 집쥐 쪽으로 간다. 그리고 집쥐 등을 넘어다니며 몸냄새를 맡는 등 호기심을 계속 표출한다. 만약 집쥐가 공격성이 발동했다면 당장 잡아 먹혔을 것이다.
“머리나쁜 쥐, 공부하면 똑똑한 쥐처럼 된다”
또다른 예로 쥐들은 선천적 공포심을 갖고 있다. 같은 실험공간에서 반대편에 고양이털을 갖다 놓으면 생전 고양이를 경험하지 못한 쥐라도 그 곳으로 건너가려 하지 않는다. 이는 생쥐 대대로 내려오는 선천적인 두려움 유전자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에 관여하는 유전자 때문에 쥐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생쥐들은 제작기 아이큐가 있으며 학습도 가능하다. 쥐의 미로 찾기를 실시해보면 목표지점까지 찾아가는 시간이 쥐마다 다르다. 또 같은 길을 반복시켜 찾게 해도 학습효과가 제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쥐는 바로 찾아가고, 어떤 쥐는 학습을 해도 계속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계속 반복학습을 하면 머리 좋은 쥐와 같이 미로찾기에서 시간단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이들도 자기 머리 좋고 나쁨에 관여하지 말고 열심히 한다면 얼마든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스마트 쥐라고 해서 얼마 전 머리 좋은 쥐가 탄생했는데 이도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형을 시켜 뇌 신경섬유를 강화되도록 만든 것으로 이런 실험을 통해 사람 두뇌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생쥐 뇌연구로 뇌질환환자 치료제 문 열겠다
훌륭한 과학은 훌륭한 실험에서 비롯된다. 생쥐 유전자 실험에서 다른 조건은 그대로 하고 나머지 한 유전자만 바꿔 생쥐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 지 관할하면 해당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해 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식의 실험으로 쥐가 간질병을 갖도록 하거나 술을 좋아하는 쥐, 스마트 쥐 등 다양한 조건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어떤 쥐에는 뇌 속에 쾌락을 느끼는 부위에 전극을 심은 뒤 전기자극을 주면서 어떻게 반응하는 지 관찰하고 있다. 이 쥐는 일단 뇌에 자극을 받으면 쾌감을 느낀 나머지 또다시 자극을 얻기 위해 선을 건드려 또 자극을 얻는다.
후에는 끼니도 거른 채 자극만 추구한다. 사람에게 중독 증상이 심해지면 끼니를 거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편 자극을 받은 뇌부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된다. 사람도 약물 중독환자들을 보면 뇌에서 이를 감지하는 부위가 크게 손상된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생쥐 뇌 일정부위에 약물을 투여하고 뇌를 촬영해 영상으로 관찰하면서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쥐의 뇌 연구를 통해 우리 뇌를 공부하면 뇌졸증, 치매 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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