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기술인
  • 인터뷰
인터뷰
김홍재 기자
2008-07-15

"이공계에 '연구 투기' 필요하다"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부동산 투기다 주식 투기다 신문을 보면 투기란 말이 정말 많이 등장합니다. 제가 염원하는 꿈을 한가지 밝힌다면 우리나라에서 '연구 투기'가 일어났으면 하는 겁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회사와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투기라고 할 만큼 전적으로 지원해주었으면 한다는 얘기입니다."


제11대 과학기술처 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국가원로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요즘 시름에 잠겨있다. 지금 현 상황대로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한변리사회장으로서 미국변리사회장을 불러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한미 FTA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는 지적재산권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이 있는 것은 미국을, 기술이 없는 것은 중국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에요."

한국과 미국의 지적재산권 능력의 차이에 대해 이 회장은 "미국은 특허기술료 수입으로 한해 34억 달러(약 3조4천억원) 흑자를 보는 반면 우리나라는 한해 적자가 24억 달러(약 2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진국들이 지적재산권를 무기로 세계 경제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온 이 회장의 해법이 바로 '연구 투기'에 나서야한다는 것. 흥미로운 점은 연구 투기 대상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조금 심한 측면이 있어 중소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 중산층이 사라지고, 국가 경제가 무너집니다. 중소기업들이 저마다 기술을 갖고 있는 전문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99%(고용 인력의 88%)에 달하지만, 산업 총부가가치 생산은 50% 미만이다. 반면 독일은 중소기업이 전체기업의 80%이지만, 총부가가치의 83%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전문화돼 있는가 차이 때문에 나온 결과로 양국의 경제 체질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놓고 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연구 인력"이라면서 "강인한 지식경제 체질을 만들 수 있는 특단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얼마 전 이 회장이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발표한 '전자군복무제도의 도입'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전자군복무제도는 우수 이공계 인력을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으로 군복무케 하자는 겁니다. 노벨상 아이디어의 80%가 나온 젊은 연령대의 창의적 머리를 연구개발 최전선에 바로 투입하자는 것이죠. 직무발명보상제도까지 도입한다면 이들은 연구여건 열악하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과 군 복무가 의미하는 바를 고려한다면 이 회장의 주장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많은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전자군복무자가 모두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 명의 인재가 수천명,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 현 시대에서 좀더 미래를 내다보고 이공계의 젊은 인재에 대해 조건 없이 지원하는 투기를 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찌는 듯한 여름날 한적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과학문화에 대한 거침없는 애정도 뜨겁게 쏟아냈다. 그는 한국우주소년단 총재를 20년 가까이 맡아오면서 청소년들의 과학에 대한 꿈을 키우는 과학전도사로 쉼없는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칠순 잔치 대신 '칠순할아버지의 애절한 과학사랑 하소연'이라는 UCC동영상을 만들어 올려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직접 제작한 이 동영상은 3만5천건이 넘는 조회 수와 1천여건의 댓글이 달리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많은 네티즌에게 알려주었다. '대한민국의 미래, 과학두뇌가 희망이다'라는 책을 곧 발간하기 위해서 현재 마무리 집필 작업을 한창 진행 중에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과학대중화 활동을 전담하던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오는 9월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 확대 개편되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은 "상당히 의미있고 기대가 되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재단이 과학기술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미래 꿈나무를 키우는 상당히 중요한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커다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홍재 기자
ecos@mail.ksf.or.kr
저작권자 2008-07-1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