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기술인
  • 인터뷰
인터뷰
2004-03-14

“연봉평등주의 깨야 연구소가 산다” 주덕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대덕R&D특구 지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4년 연구원 역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생산기술연구원 주덕영 원장의 경영혁신 사례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연봉 평등주의를 깨야 출연연이 혁신될 수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CEO조찬 집담회에서 주덕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성과 연봉제’ 를 꼽았다. 그는 현재 생기원은 같은 직급이라 연봉을 2.5배까지 차이를 내도록 했고, 개발자에게 기술특허료 수입의 60%를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주원장은 “자신의 성과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기 때문에 노조위원장도 지난해 5억원 정도의 계약고를 올리는 등 ‘일하는 노조’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수년 내에 생기원 연구원들의 20%가 억대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생기원은 지난 3년간 연구개발 계약고가 2.3배 가량 늘었고, 기술료 수입이 13배 가량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주원장은 “한달에 한번씩 궐기대회가 열리고 감사원 투서가 가장 많았던 생기원이 변화하게 된 출발점은 ‘위기감’이었다”면서 “대화를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연구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성과를 낼 수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정부출연연구소들은 고객과 멀리 떨어져 있고,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기업이 요구하는 스피드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했다. 성과급 연봉제 도입과 관련 그는 “개별연구소마다 성격과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원 방식을 일반화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덕원 생기원장 주요 발표내용-

정부 출연연구소의 문제는 고객들로부터 떨어져 있고,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료적 경영행태를 벗어나기 힘들어, 기업이 요구하는 스피드를 따라가기 힘들다. 예컨데 대덕연구단지에 출연연구소의 2/3가 모여있다. 구미에 있는 전자업체들은 ETRI가 구미에 있어야 한다고 하고, 경남 창원지역 기업들은 기계연구원이 창원에 있어야 제대로 협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생산기술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천안 톨게이트에서 30-40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주변에 고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연구원들의 80%가 노조였는데 취임식날 전임노조위원장이 활동보고서를 가져왔다. 매월 대자보를 붙이고 궐기대회가 열릴 뿐만 아니라, 감사원 투서가 가장 많은 기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년 역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우선 양적으로 2000년 595억원에 불과했던 사업계약고가 3년만에 1천38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의미 있는 것은 1천127억의 수탁사업 중 40%가 중소기업등 민간재원이라는 점이다. 박사급 200명(대다수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80%가량 늘어나기도 했지만, 1인당 사업계약고가 3억2천만원에서 4억4천600억으로 높아졌다.


질적으로도 큰 진전이 있었다.

연구원들의 특허출원과 논문 수도 크게 늘어났다. 7건에 불과했던 특허가 3년만에 107건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른 특허수입도 13배가 늘어난 94억3천만이 됐다. 2000년 불과 83건에 불과했던 논문 수가 지난해 215건으로 증가했다.


KAIST가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기원이 연구개발 및 실용화 지원을 통해 창출한 중소기업의 부가가치는 1조1천187억원에 달했다. 3년만에 3.9배가 늘어난 셈이다.


변화의 시작은 위기감이었다.

생산기술연구원이 제 역할을 못하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취임식에서 평등을 위한 노조활동을 허용하지 않지만, ‘효율’을 위한 활동은 지원한다고 선언한 뒤, 노조측에 기획행정부장, 선임부장의 추천을 부탁했다.


우선 조직을 현실에 맞게 바꿨다.

4개 센터로 구성됐던 조직을 10개팀(5개 본부와 1개 사업단) 중심으로 개편했다. 각 팀의 팀장들도 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임명했다. 팀을 총괄하는 본부장은 팀장들 중 한 명이 겸직하도록 했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수평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연구소에서 본부장으로 올라가면 다시 연구개발분야로 돌아오기가 힘들다. 그러나 실무팀장이 본부장을 겸직하게 됨으로써 연구인력의 손실도 줄었다.


팀장의 재량권도 강화했다.

경영성과에 따라 자율적으로 인원을 확대 축소하도록 했다. 팀장이 전결권을 대폭 강화, 조직의 움직임이 스피디하게 바뀌었다. 팀장에 대한 평가는 오직 실적만으로 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의 변화를 가장 큰 인자는 무엇보다 ‘성과주의 보상제도’다.

노조가 중심이돼 제안한 제도인데 같은 직급이라도 최대 2.5배의 연봉차이가 난다. 연봉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본연봉’과 전년도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성과연봉’ 두 축으로 결정된다. 특히 특허수익의 60%는 연구원이 갖기 때문에, 실질 연봉의 차이는 더 커진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은 결국 대우다.


우리도 이런 점에서 20% 가량은 억대연봉을 받는 연구원들을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실적에 따라 연봉을 받는 제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 진다.


이러다 보니 ‘전임노조도 일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노조위원장이 5억 정도의 연구계약고를 올렸다.또 직원교육 계획은 노조에서 짜고 있다. 당연히 지난 3년간 대자보나 궐기대회가 없어졌고, 임금협약도 없었다.



참석자 질의 응답 및 의견(Q는 참석자, A는 주덕영원장)

Q: KIST도 비정규직 연구원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비정규직들은 대부분 석박사급인데, 이들은 결국 기회가 된다면 정규직자리를 찾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역량을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

A: “솔직히 대안은 없다. 다만 지난 3년간 연구소가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을 뿐이다.”


Q: 성과급 연봉이 +_20% 차이가 나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런데 우리 교통환경연구원 에서도 박사 연구원 5명이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과 협력이 필요하다.

A: “현재 생기원 안산연구센터는 한양대 안산캠퍼스 안으로 옮길 예정이다. 300여명의 연구원들이 대학에서 강의도 할 수 있게 되고, 학생들도 교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Q: 기업입장에서 정출연기관과 일하면서 가장 큰 애로는 벽이 있고 융화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출연 기관은 항상 갑의 위치다. 왜 수요자인 기업은 항상 을의 위치가 되어야 하나.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A: “성과보상제도가 해법이다. 성과와 관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는 ‘평등사고’를 벗어나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


Q: 실질적 연봉제를 도입을 위해 부처나 감사원은 어떻게 설득했나

A: “기획예산처, 산자부는 동의를 받기 쉬웠다. 감사원은 연구소 감사실장을 감사원출신으로 합류시켜 해결했다. 정부부처의 경우 수시로 가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성과평가의 지표는 무엇인가

A: “양적인 지표(계약고)가 60%, 특허-로열티 등의 질적평가 30%, 기타 10%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질적평가 기준인 논문, 특허, 로열티 등의 지표는 ‘연봉제 성과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하고 있다.”


Q: 삼성은 브랜드파워가 있다. 출연연들이 기술연구를 한다고 하지만 출연연 브랜드 는 무엇인가. 지금쯤에는 기술을 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브랜드 없는 출연연 경쟁력 없다.


Q: 대학연구는 연구비 90%가 대학원생을 양성하는데 쓰인다. 독일의 경우 연구소가 대학과 이웃해 있고, 대학교수가 연구소장을 겸직하기도 한다. 대학원생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연구소는 대학운영위원회에 참여한다. 우리도 이것이 필요하다.


Q: 전체 R&D예산 중 정부가 지출하는 금액은 1/4에 불과하다. 출연연이든 대학이든 민간기업이 고객이 되어야 한다. 맞춤식 교육으로 100% 취업률을 보이는 영진 전문대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학교는 14명의 교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연봉 평준화의 틀은 깨져야 한다


Q: 출연연구소는 부침이 심하다. 10년전에도 생기원의 전성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이 바뀌면서 부침이 심하다. 결국 정부의 출연금을 줄여야 이런 폐단이 없어진다. GDP에 대한 기여도를 변하지 않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


Q: 일인당 수탁고가 4억4천만원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과거 미국도 1인당 연구비가 25만-30만불이었지만, 최근 IBM 왓슨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18만달러로 나타났다. 연구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다.

삼성종기원은 6000천억원의 연구비를 쓰는데, 1300명의 연구원이 1인당 2억원을 쓰는 셈이다. 이것은 독일 브라운 호퍼와 비교해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연구개발비의 거품을 빼야 한다.


Q: 해외에 연구를 맡기는 것이 더 싸다. 초고속 빌딩 설계에 관해 시카고대학에 연구개발을 맡겼는데 20만 달러를 지불했더니, 학장이 찾아오고 학생 6명을 유학 보낼 수까지 있었다. 미시간대도 3만달러짜리 연구개발비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었다. 우리나라 출연연구소와 대학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저작권자 2004-03-14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