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의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COMEST) 위원으로 위촉된 송상용 한양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나온 송 교수의 한숨섞인 얘기는 뜻밖일 수밖에 없었다.
송 교수는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 육성에만 초점을 두다보니 적절한 규제에 관심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윤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지는 않고 있다”고 현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과학기술한림원의 지원으로 송 교수 등 15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만든 ‘과학기술인 헌장’은 아직까지 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 활동도 마찬가지로 생명윤리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정책에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에도 참여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며 “연구를 해봤자 실제 결과를 활용하지 않으니 현재 과학기술 윤리학자들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송 교수는 “과학기술이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과학기술에서 윤리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면서 “과학기술자는 자신이 연구한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기술자 스스로가 자신의 연구가 윤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도 송 교수를 당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줄기세포 연구가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들의 보도 때문이었다. 송 교수는 “뉴욕 타임스와 같은 전세계 유력 언론들은 이번 연구에 대해 성과와 함께 윤리문제를 균형있게 다뤘다”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이 공정하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서는 한국생명윤리학회에서 윤리검증 절차나 연구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해서 곧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과학기술윤리위원으로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현재 새판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1997년 설립된 위원회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임명하는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송 교수는 “위원회에서는 과학기술윤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데, 현재는 분과를 모두 해체한 상태”라며 “5월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송 교수는 “지난 10년 간 생명윤리 관련 활동이 인정받아 과학기술윤리의원으로 선정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주윤리, 물윤리, 환경윤리, 정보통신윤리 등으로 관심분야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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