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기술인
  • 인터뷰
인터뷰
이강봉 편집기획위원
2008-01-25

‘아니면 말고 식’ 미술품 감정은 안 돼... 경희대 최병식 교수, 과학감정 전문가 육성 촉구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국내 미술품 사상 최고 경매가로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유화 ‘빨래터’(72X37cm)의 진품 감정를 놓고 아직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미술평론가)는 사이언스타임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의 경우 감정 전문가가 좁게는 3천여 명, 넓게는 1만6천여 명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150명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미술품 감정이 안목감정에만 치우칠 수밖에 없는 과도적 단계”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술품 감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미술품의 출처를 확인한 후 안목 감정과 과학 감정까지 3단계를 거쳐 진품 여부와 관련된 모든 의문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출처 확인과 안목 감정까지는 순조롭게 이루어지지만 과학 감정 단계에서는 아직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국내에서 과학 감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술품 시장 풍토를 과학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미술품 거래가 늘어나면서 진품 확인을 위한 합리성이 필요한데 지금 국내 미술품 시장에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비합리적인 감정 관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의 진품 논란과 같은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

최 교수는 한국 미술품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 전문가들을 다수 육성해야 하며, 특히 과학 감정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미술계와 과학기술계 간의 과감하게 벽을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술인들이 과학을 공부하고, 과학인들이 미술을 공부하는 가운데 국내 과학 감정의 수준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양측 관계자들이 ‘과감한 영역 허물기’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미술품 감정을 위한 과학기자재를 확보하는 일도 시급한 일이다. 현재 국립박물관, 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서 감정 관련 과학기자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자재들을 보다 더 현대화해야 한다는 것. 또한 지금과 같이 미술품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과학기술 측면의 자문과 감정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첨단 기자재를 갖춘 공공 미술품 감정기관을 서둘러 설립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정 관련 데이터베이스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목 감정, 과학 감정도 중요하지만 싸인이나 종이, 물감, 천, 아교질, 액자, 붓과 같은 재료 사용 등과 관련해 시대별, 작가별, 경향별로 체계적인 자료들이 축적됐을 경우 지금과 같은 사소한 진품 논란들은 대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술품을 종합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대해 국가 또는 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미술품과는 달리 문화재, 공예품의 경우는 속성상 이미 과학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아무리 오래된 문화재나 공예품이라고 하더라도 최근의 첨단 과학기자재를 사용하면 제작연대서부터 재질, 부식도 등 모든 자료가 도출되고 있어 손쉽게 과학감정이 정착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회화인 경우 종이와 물감을 사용하고 있어 밑칠, 균열, 변색, 연대 추정을 하는데 첨단 기자재가 요구되고 있으며, 또한 과학감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내 미술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들의 도움이 매우 필요하다며 과학기술인들이 이 같은 미술계 실정을 이해하고 과학감정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21세기를 감성의 시대지만 또한 과학의 시대이기도 하다며 미술계와 과학기술계 모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술계의 경우 그동안의 사례에 비추어 과학으로 표현되는 이성보다는 감성만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미술계와 과학계가 서로 협력해나갈 경우 양측 모두 매우 효율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봉 편집기획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8-01-2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