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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1

바다에서 건진 휴대전화 배터리-무기화학자 (16) 정강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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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속의 리튬을 선택적으로 흡착하여 분리, 회수할 수 있는 고성능 무기흡착 소재를 개발한 정 강섭 박사는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소재연구부 나노물질연구팀에서 신기술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6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전신인 한국동력자원연구소에 입사하여 암석, 광물, 세라믹, 금속, 합금 등 다양한 무기소재에 대한 분광학적 특성을 연구해 왔으며 나노 크기(10억분의 1미터 크기 수준)의 금, 은, 백금, 팔라듐과 같은 특수 귀금속 소재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및 과정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무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 이과, 문과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주로 문학, 철학, 역사서적들에 빠져 지내면서 문과를 가고 싶기도 했는데, 결국 이과를 선택하였고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학부과정에서 유기화학, 무기화학, 물리화학, 분석화학, 생화학 등 다양한 화학공부를 하면서 물질의 특성을 좌우하는 화학 조성과 또 그 안의 본질적인 세계인 분자와 원자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대학원 과정에서 무기화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대학원에서는 각종 분광기를 이용한 고순도반도체 소재(99.999% 이상) 특성 평가에 대한 연구와 희토류계 고성능 자석의 제조 및 특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무기화학이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조성과 그 조성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인 화학은 크게 유기화학, 무기화학, 물리화학, 분석화학, 생화학으로 분류된다. 유기화학이 생체조직을 의미하는 organ에서 연유하여 organic chemistry로 불리고, 무기화학은 그 밖의 것을 의미한다는 뜻에서 inorganic chemistry로 불리게 되었다.



무기화학은 물질의 구성인자인 원자와 분자를 다루며 이들이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물질 상태와 구조 및 특성들을 연구하는 영역이다. 취급하는 대상에 따라 세분하면 착염화학, 지구화학, 핵화학, 방사화학, 광물화학, 온천화학, 해양화학, 우주화학, 전기화학 등이 있다. 수단과 목적에 따라 무기물리화학 또는 무기구조화학 및 무기합성화학 등으로 세분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금속이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생명 현상들에서 금속이온 및 그 주위의 구조, 구조와 기능간의 상관관계, 메카니즘 등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무기화학(bioinorganic chemistry) 분야와 나노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고기능성 무기소재 개발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무기화학자가 되려면?

무기화학자가 되려면 대학에서 화학이나 화공학을 전공해야 한다. 학부 과정에서는 일반화학, 수학, 일반물리 등 기초과학 학습을 통하여 자연과학자로서의 기초를 다진 뒤 물리, 유기, 무기, 분석화학을 배우며 화학의 기본개념 및 기본적인 실험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대학원에서 비로소 무기화학을 선택하여 전문 과정을 수련해야 한다.

무기화학 전공자들은 졸업 후 일반기업체나 연구소, 학교 등에서 일할 수 있다. 또 많은 무기화학 전공자들은 연구소로 진출해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소로는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표준연구원, 한국화학시험원,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초과학지원센터, 한국석유품질검사소 및 기업부설연구소 등이 있다. 무기 화학 전공자들은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 취업이 가능하다. 특히 제약, 고분자, 석유화학, 촉매 등의 분야와 최근들어 활발해진 전자산업, 생명공학 분야, 그리고 공해와 관련된 환경과학 분야에 고용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기화학자로서의 보람과 어려움은?

대부분의 금속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최근에 개발한 고성능 리튬이온흡착제는 이런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핵심기술로 무척 보람을 느낀다. 이 흡착제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미량의 리튬만을 선택적으로 흡착하여 분리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피넬(spinel) 구조의 안정한 무기화합물에 리튬만 달라붙을 수 있는 이온 체(ion sieve)를 형성시켜 줌으로써 그 성능을 극대화 시키는 기술이다. 이런 고성능 흡착제의 개발에는 물질의 구조와 화학적 특성 및 반응을 이해하는 수많은 실험결과가 뒷받침 되고 있다.



오랫동안 다양한 무기 소재에 대한 특성을 연구해오며 원자와 분자를 공부하는 것이 무척 매력적인 일이었고, 무기화학자가 된 것이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이며 보람이었다. 무기화학자로서 국가 과학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명 의식과 자긍심을 갖고 즐기고 있다.

연구자로서의 한계에 부딪혀 힘들어 고민할 때,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앞에 작은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어 그만 포기하고 싶은 유혹의 포로가 될 때 가장 힘들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겸허함을 배운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과학자가 되려면 우선 꿈이 있어야 한다. 광대한 우주를 자신의 작은 가슴 속에 다 품고 싶어 하는 야무진 꿈,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들리지도 않는 그 세계... 그렇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세계를 찾고자 용틀임하는 맹랑한 꿈이 있어야 한다. 그런 꿈들은 결코 허망하지 않다. 그 꿈속에서 우리는 내일의 질서를 찾고 참된 행복과 사랑을 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알아둡시다-리튬과 리튬 전지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폰은 작고 가벼워야 인기다. 이처럼 휴대폰이 작고 가볍게 된 데는 배터리의 발전이 큰 몫을 했다. 배터리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리튬(Li)을 이용한 리튬 전지가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사용된다. 그러나 휴대폰 생산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는 정작 리튬 광산이 없어, 전지 생산에 필요한 리튬(Li)을 수입하고 있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3번째 원소이고, 수소 바로 아래에 있는 가장 가벼운 금속인 리튬은 주로 화산암 속에 약 0.005% 정도 미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그밖에 해초, 담배, 커피, 우유, 혈액, 바닷물 속에도 미량으로 존재한다. 리튬은 세라믹, 2차 전지재료, 냉매흡착제, 촉매, 의약품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전기자동차 등이 실용화되면 리튬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전세계 매장량은 200-900만 톤에 불과해 매장량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자원 보유국들이 자원을 무기화 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정치가들은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경제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면 싼 값으로 수입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지질전문가들이 리튬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 탐색하는 동안 화학자들은 바닷물로부터 리튬을 추출해내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기본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자원의 보고인 해양자원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화학자들은 금속 자원 확보에 관심을 갖고 2000년도부터 바닷물로부터 리튬을 회수하는 국가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바다는 지구표면의 약 71%(3.61 X 108 km2 )에 해당하고 3.8km의 깊이에 총 부피 1.4 X 1018 m3 로 추정되고 있다. 바닷물에는 3.5% 정도의 염분(NaCl)과 함께 매우 낮은 농도이긴 하지만 원소 주기율표에 있는 대부분의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리튬의 경우 약 0.17ppm의 낮은 농도로 함유되어 있으나, 막대한 양의 물을 고려하면 약 2,300억 톤의 리튬을 얻을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정 강섭 박사팀은 이를 효과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경제성 있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성능이 뛰어난 리튬흡착제를 사용하여 바닷물에 미량으로 녹아 있는 리튬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해서 분리 채취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망간산화물에 있는 미세한 구멍이 마치 채질을 하듯 리튬만 뽑아내는 것이다. 올해부터 상용화시스템 개발을 시작하여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 배수로에 설치될 경우 이곳에서 생산 가능한 리튬은 연간 1200톤으로 이는 우리나라 한해 수입량에 해당한다.

바닷물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일은 무기화학 분야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다.

저작권자 2004-0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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