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미터 크기의 입자라도 내부에 나노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규칙적 기공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나노실리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나노실리카는 생명공학, 전자재료, 촉매화학, 원자력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소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구형 나노실리카는 미세한 기공이 입자표면과 평행하게 나 있거나 기공의 방향이 불규칙해 외부 물질이 내부로 쉽게 접근하기 힘든 단점이 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화학연구센터 김종윤 박사는 표면에서 중심쪽으로 수직 방향의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 새로운 형태의 나노실리카 합성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나노실리카 합성'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젊은 과학자다.
김 박사는 KAIST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소에 입사해 줄곧 화학공학 관련 연구를 해 온 '화학공학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통한다.
그런 김 박사가 지난 2004년 말 정든 연구소를 떠나 원자력연구원에 새 둥지를 틀고 원자력화학연구센터(센터장 지광용)에서 수행하고 있던 최첨단 극미량 핵물질 분석에 활용하기 위한 나노실리카 합성법 연구를 계속 함으로써 2년여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한남대 유종성 교수와 LG생활건강 박승규 박사 등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된 나노실리카 합성법으로 코어/셸 형태의 새로운 나노실리카는 내부 중심부분까지 활성물질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어 고품위 촉매, 폐기물 처리제, 약물전달체 등 첨단소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에 주형합성법이라는 최신 나노기법을 적용, 실리카 입자가 균일한 크기의 구형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표면에 2-50나노미터 크기의 기공이 실리카 표면에서 중심에 수직으로 위치토록 함으로써 기존 구형 나노실리카가 갖고 있는 기공 방향의 불규칙성을 해결했다.
그는 "이번에 개발된 나노실리카 합성법은 구형 실리카 입자의 표면에 계면활성제와 실리카로 이뤄진 껍질(셸)을 형성시킨 뒤 섭씨 500도의 고온에서 태워 계면활성제가 위치하고 있던 부분에 규칙적인 기공이 생성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량생산에 유리하도록 고가의 특수물질을 흔히 사용되는 양이온계 계면활성제로 대체하고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합성공정도 대폭 개선해 이 분야 권위지인 영국왕립학회가 발간하는 '저널 오브 머터리얼스 케미스트리(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최근호 표지논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김 박사는 "규칙적 수직기공 구조의 나노실리카는 고품위 타이어와 종이 충진제, 약물저장 및 전달체 등 의료용 재료와 연마제, 센서 등 전자재료, 유해물질 제거 및 에너지 변환 촉매담체 등 환경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재질의 나노구조체 합성을 위한 모체로도 이용이 가능한 매력적인 첨단소재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향후 나노실리카 합성법을 통한 범용적인 활용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 기술을 핵사찰 분석용 표준입자 제조와 방사선 기술 융합형 공정기술에 필요한 표준입자 제조, 방사성 폐기물 제거용 담체 제조 등 원자력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나노실리카 시장규모는 산업용 소재의 경우 2005년 세계시장 규모는 6천억원, 국내시장 규모는 600억원에 이른다. 의약품 소재의 경우 2005년 세계시장 규모는 54조원에 달했으며 국내시장도 2001년 2천억원에서 2005년 1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 이준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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