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높은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는 핵심인 컴퓨터그래픽(CG) 기술독립을 통해 우리나라 CG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CG기반기술연구팀 구본기 팀장은 '국내 CG 기술의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 국내 CG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
CG기술의 중요성은 최근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D-War)'를 보면 알 수 있다.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탄탄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인해 때아닌 악평을 받고 있지만 화려하고 실제감 있는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한 CG 덕분에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디 워는 며칠 전 미국 2천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될 정도로 할리우드 영화에 도전장을 내며 국내 CG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나가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디 워의 흥행이 우리나라 SF 블록버스터 영화수준과 CG 기술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영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간 국내 영화에서 선보인 CG 기술들은 대부분이 외국에 의존해 온 상황으로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 팀장의 CG 기술 하나로 우리나라는 당당히 'CG 기술 독립선언'을 할 수준에 다다르게 됐다.
구 팀장은 CG 기술 중 표현이 가장 어렵다는 맥주 거품이나 물 같은 액체가 실제처럼 흘러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유체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각종 영화나 광고 등에 실제로 적용하게 되면 가스를 포함하고 있는 액체의 거품생성이나 물의 흐름 등을 사실과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다.
기존 유체 시뮬레이션 관련 기술은 단순 액체만을 시뮬레이션 하던 것에 비해 구 팀장이 개발한 기술은 가스의 액체 내 삽입은 물론 가스에서 거품으로의 형성과정, 거품과 액체의 상호작용을 통한 사실적인 거품의 애니메이션, 수면 위로 떠오른 거품 간의 상호작용 등을 유체 시뮬레이션에 통합, 사실적인 거품의 애니메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이 연구성과는 지난 8월 초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세계적인 CG 분야의 최고 학술회의인 '시그라프(SIGGRAPH) 2007'에 참가해 영화 제작자는 물론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을 정도로 기술적 우수성을 널리 입증받았다.
그는 "이 기술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사실감 있는 유체 재현에 사용이 가능하며 이번 거품생성 관련 기술은 TV 광고의 주요 소재가 되는 주류, 탄산음료 등의 제작에 활용이 가능하다"며 "영화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파도, 폭풍, 연기, 먼지 등 실제로 촬영하기 어려운 다양한 자연현상을 표현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기술은 국내 영상 스튜디오인 모 제작사에 기술이전돼 영화에 적용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의 창작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에 출품될 예정으로 경쟁력 있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 및 확보를 위한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이번 유체 시뮬레이션 기술개발에 앞서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붓 터치를 디지털 CG 기술로 구현해낸 장본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인간의 감성적 표현기법을 디지털 기술로 재현하는 비사실적 렌더링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화가의 생각과 표현을 그대로 디지털로 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을 끌었다.
이른바 '디지털 초상화 기술'로 불리는 전시회장에서 관람객들은 자신의 초상화가 그려지는 과정과 디지털 붓 터치가 움직이는 과정을 확인하면서 현장에서 프린터로 사진을 받아 볼 수 있어 기술 관련 전시회 행사에서 단연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다.
구 팀장은 "국내 CG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이처럼 주목받기는 처음"이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화나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해 기술 선진국과의 장벽을 허물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의 수준을 한껏 드높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준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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