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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인턴기자
2007-02-28

어느 ‘잡초 박사’의 들꽃 사랑 자원식물 지킴이로 남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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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국회에서 ‘야생화 자원식물 생태사진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친 ‘잡초 박사’ 강병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많은 캐비닛과 수북이 쌓여있는 책, 그리고 몇대의 대형 냉장고와 강교수의 검은 피부였다. 교수 연구실이니 책이 많은 것은 당연하겠고, 피부 또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캐비닛과 대형냉장고는 무엇일까.


고려대학교 야생초본식물자원종자은행 운영자인 강 교수는 “지난 23년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생태사진 슬라이드를 모았다”며 캐비닛에서 슬라이드를 꺼내 보였다.


자신은 식물 분류학자가 아닌 농학자라고 강조한 강 교수는 20여년 전, 식물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제초제를 만든다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들과 산에서 식물을 조사하고 종자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잡초학으로 농학박사학위를 받고 1984년부터 모교에서 강의 중인 강 교수는 지난 23년 간 3000여일 이상 야회조사를 실시해 약 2500종 12만장의 생태사진과 1456종의 종자를 수집했다.


“1999년부터 지난 5년간 한국과학재단 지정 야생초본직물자원종자은행장을 맡았을 당시 종자를 분양 받으러 온 연구진이나 은행에 견학 온 학생들이 은행에 있는 생육시기별 사진을 보고 감동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시회를 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전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에서 생태사진 전시회를 열어 일반인들에게 자원식물과 야생화를 널리 알리는 일을 자청했다. 이번에 전시 장소로 택한 장소는 국회.

강 교수는 “이번 전시회는 예전의 경복궁 역이나 고려대 역 전시회보다는 관람객이 적었지만, 국회의원이나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전시회에 많이 참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농업과 야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 지고 이에 대한 지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과학재단 야생초본식물자원종자은행장으로 일 할 때 적은 연구비에도 불구하고 하나라도 많은 종자를 채집하기 위해 무리를 하면서 전국 각지를 누벼, 병원 신세를 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뇨 합병증으로 청각을 잃었다”며, “이제는 논과 밭, 산과 들에서 자라나는 풀을 찾아 촬영하고 채종하기 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자료를 정리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후속 전시회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갖고 있는 생태사진 자료는 상설 전시를 할 수 있는 곳에 기증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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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육시기별 사진이 수록된 '자원식물 생태도감(강병화 저, 고려대학교출판부).여타 다른 식물과 달리 풀은 생육시기와 장소에 따라 모양이 다르기때문에종자에서 완숙기까지의 사진이 수록된 도감이 필요하다. ⓒ

상설 전시장으로 추진 중인 곳은 수도권 근교 몇 군데. 산 좋고 물 맑은 지방도 좋지만 접근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장소가 전시장으로서는 제격이다. 그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이었으면 더욱 좋겠고, 생태사진을 관람한 후에 직접 풀을 보고 만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장소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나”며 “이런 감동이 농업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비췄다.


얼마 전에 회갑을 맞이했다는 강 교수는 현재, ‘약용식물자원도록’을 집필 중이다. “종자와 식물의 성장시기 별 사진을 찍고 설명을 넣은 약용식물도감은 이것이 처음”이라며 “돋아나는 싹을 촬영하기는 지금이 적기기에 인터뷰가 끝난 후 바로 대구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고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드는 과학자가 아닌, 발로 뛰는 연구자 ‘자원식물 지킴이 강병화’로 남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자원식물 보존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30년 간은 활동을 자신한다는 강 교수. 인터뷰가 끝나고서야 강 교수의 검게 그을린 피부의 비밀을 알았다. ‘잡초 박사’ 강 교수가 있는 한 한국의 농업과 식물자원은 보존되리라 생각한다.



김진희 인턴기자
slowbbies@gmail.com
저작권자 2007-0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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