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단순한 X선 촬영 장치로는 암의 복잡한 전이체계를 잡는 데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CT(컴퓨터 단층촬영)다. 흑백의 X선 사진을 화려한 컬러로 바꾼 CT의 탄생은 현대 의학물리학의 눈부신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CT영상 기술도 초창기의 화려함에서 그 명성이 빛을 바랄 정도로 설 땅을 점점 잃고 있다. 그만큼 현대 의학물리학의 발전이 빠르기 때문이다.
지멘스서 CT 개발에 핵심적 역할
유럽학회에서 CT 기술 다시 부활
그럼에도 불구하고 CT 기술은 앞으로도 의학계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은 지난 9월 1일 종료한 세계의학물리·의용생체공학학술총회(WC 2006)에 참가한 윌리 캘린더 교수로부터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기기의 세계적 선도 기업 독일 지멘스社의 핵심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CT 기술의 개발에 노력했던 독일 IMP(Institute of Medical Physics) 연구소의 윌리 캘린더(Willi A. Kalender,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 의료물리학과 교수, 50) 박사는 이번 WC 2006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해 CT 기술의 최신 동향에 대해 강연했다. 캘린더 박사를 만나 CT 기술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 이번 컨퍼런스에 대한 느낌은?
한국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째, 이번 학술대회는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실제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경험을 주었다. 학술대회에 있었던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서의 그 모든 시간은 정말로 즐거웠다. 두 번째는 학술대회가 매우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훌륭한 프로그램, 강연,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이 매우 자유롭게 진행됐다. 다시 한 번 참가하고 싶을 정도로 큰 즐거움이었다.
- CT 기술의 최근 동향을 소개하면?
CT 기술은 1990년대에 거의 사장될 위기에 처했었다. CT는 그 권위를 MRI 등 다른 기술에 넘겨줄 뻔했다. 하지만 1989년 나선식 CT(Spiral CT)가 개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에 이러한 CT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근래 들어 방사선학에서 다시 CT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나선식 CT가 나오면서 환자의 몸 전체를 스캔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해, 지금은 유럽학회에서도 ‘CT’, ‘CT’, ‘CT’라고 소리 지를 정도로 다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나선식 CT(Spiral CT)의 장점은?
나선식 CT는 환자의 테이블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면서 CT 갠트리(Gantry)를 통과하는 동안 X-ray 튜브 역시 연속적으로 회전하면서 한꺼번에 원하는 부위의 데이터를 얻은 후, 영상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 때 X-ray 튜브가 나선형으로 회전한다. 기존의 장치에 비해 튜브의 회전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어 스캔 시간(scan time)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
연속적인 데이터를 한꺼번에 얻기 때문에 임의의 방향과 간격으로 영상을 재구성할 수 있다. 또 3차원 영상(3-dimensional image)을 얻을 수 있다. 더 빠른 스캔을 할 수 있고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989년 나선식 CT(Spiral CT)가 처음 소개된 이후, 이 기술은 계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히, 1999년에 개발된 ‘Multi-slice Spiral’ CT는 기존의 CT에 비해서 회전속도가 빨라졌고 회전당 영상 획득 수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임상 응용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 환자에게는 어떤 효과가 있나?
이 CT 기술의 장점은 환자가 각 시험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매우 쉽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 환자에게 매우 안락한 느낌을 주게 된다. 한편,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영상진단자료를 얻을 수 있다.
- 다른 업적을 소개하면?
심장 CT 영상기술(Cardiac CT Imaging)의 발전에 공헌한 일이다. 이 기술의 개발로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나 대장 등 움직이는 장기의 촬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또 실시간 입체영상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이 기술을 통해서 인체 각 장기에서 발생하는 병변 발견은 물론 주위 장기로의 전이 및 파급 정도를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 CT가 촬영하지 못했던 관상동맥 질환 및 심근·심장기능 등에 대해 포괄적인 검사가 가능해졌다. 또 혈관의 협착, 기형 및 이상 확장증 등 혈관질환 진단에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뇌졸중 환자 치료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 임상 CT 기술에서 아직도 요구되는 문제는?
그것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향후 더 신뢰할 만한 심장 영상(Cardiac CT Imaging)을 목적으로 스캔 시간을 더 짧게 단축하는 문제가 있다. 또 더 높은 X-레이 선량, 관류측정을 위한 더 큰 z-coverage의 개발, 새롭고도 한 단계 진전된 CT 기술의 응용확대 등의 해결이 남아 있다.
- CT 기술의 향후 전망과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초창기 CT가 나왔을 때처럼 혁명적인 변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디텍터(X-레이를 조사해서 그 신호를 받아 디지털로 전환하는 장치) 기술 등은 계속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서 CT 기술도 더불어 발전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앞으로도 심장 영상과 디텍터 장치의 연구에 더욱 매진해 의료기술의 발전을 지원할 것이다.
- 윌리 캘린더(Willi A. Kalender) 교수 이력 -
캘린더 교수는 독일 태생으로 1979년 미국 위스콘신 주에 있는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에서 의료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8년에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 강연 자격을 따냈다. 이후 그는 1979년부터 1995년까지 독일 엘랑엔(Erlangen) 소재의 지멘스 의료팀 연구실험실에서 일했으며 1988년에서 1995년까지 의료물리학부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1991년 이후에는 위스콘신 대학 의료물리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했고 1993년에서 1995년까지 뮌헨기술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1995년에는 독일 뉘렘베르그 엘랑엔에 새로 설립된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Friedrich-Alexander-University)의 지도 및 전임교수로 재직했다.
그동안 캘린더 교수는 진단영상 분야에 있는 Spiral CT(나선식)의 개발 이외에도 폐질환, 심장병, 골다공증의 측정을 위한 정량진단절차의 개발 등에 주된 연구 관심을 두고 매진해왔다. 그의 연구실적은 15개의 간행물과 670개 이상의 논문으로 출간되었다. 현재 그는 미 스탠포드 대학 방사선과 및 메디슨 위스콘신 대학의 방문교수 자격을 갖고 있으며 국제방사선 단위 측정위원회(ICRU)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06-09-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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