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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먹이사슬 밝힌다 [과학동아공동] 찬드라 동고동락 9년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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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간 적이 있었어요. 어느 국립공원엘 갔는데, 온통 임팔라 천지더군요. 임팔라는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육식동물의 먹이가 된다는 뜻이죠. 조금만 몸이 아파서 못 움직이면 사자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에 결국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제일 튼튼한 유전자를 가진 놈이 살아남아서 새끼를 낳고, 개체수를 유지하죠. 그렇게 공원의 먹이사슬이 유지된다는군요.”


조용한 은하는 없다


미국 하버드대 천체물리센터 김동우 박사가 먹이사슬 얘기부터 꺼냈다. 김 박사는 18년째 은하의 ‘먹이사슬’을 캐고 있기 때문이다. 은하의 먹이사슬이 뭘까.


은하를 구성하는 성분은 크게 5가지다. 별, 성간물질, 활동은하핵, 은하단간물질 그리고 암흑물질. 김 박사는 “이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각자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별이 생성된다고 하자. 은하에 있는 성간 구름이 수축해서 별이 생겨날 때 이 가스는 은하단간물질과 상호작용을 한다. 질량이 큰 별일 경우 빨리 진화해서 초신성이 되는데, 이 때 생기는 에너지는 다시 은하에 전달된다. 만일 은하에 이 에너지가 넘치게 되면 은하는 넘치는 에너지를 가스로 뿜어내고 이 가스가 다시 성간물질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면 또 다른 별이 생겨나면서 이 과정을 반복한다. 먹이사슬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별이 거의 다 만들어질 때쯤 다른 은하라도 합쳐지면 먹이사슬은 더욱 복잡해진다.


수소나 헬륨을 제외한 나머지 우주 구성 원소를 보면 은하 속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더욱 확실하다. 철처럼 무거운 원소는 별에서 만들어진다. 별은 모두 은하 안에 있다. 그런데 은하 밖에도 철(Fe)이 있다. 철이 바깥으로 퍼져나갔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은하가 압력을 받아 가스가 밀려나면서 이 때 철도 같이 밀려나갔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은하와 성단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었던 것이다.


블랙홀로 유명해진 찬드라


현재 이렇게 은하를 구성하는 성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과정을 가장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이렇다. 태양보다 1억배쯤 무거운 질량의 블랙홀이 은하 가운데 있고, 이 주변에 어떤 물질이 있어서 이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거나 또는 다른 방식으로 활성화되면서 라디오 제트 같은 기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 박사는 “고온의 성간물질을 보면 제트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공이 있는데 이것이 증거”라면서 “찬드라 이전에는 이런 동공을 관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찬드라는 X선 망원경을 말한다. 찬드라 X선 망원경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X선을 감지해 영상을 포착해낸다. X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데 주로 온도가 아주 높은 천체에서 방출된다. 별이 태어나거나 죽을 때, 은하가 서로 충돌할 때 X선이 뿜어 나온다.


김 박사가 X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부터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X선으로 우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99년 찬드라 X선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됐고, 김 박사는 발사 전부터 지금까지 9년째 찬드라 X선 센터에서 데이터 시스템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찬드라의 매력이 뭘까. 김 박사는 “우리 은하 바깥에 있는 X선을 감지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찬드라가 등장하기 전까지 외부은하를 정밀하게 관측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 때문에 우주에서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는 “찬드라는 실제로 우주에서 먹고 먹히는 처절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담아내 유명해졌다”고 덧붙였다.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수천억 배에 이르기 때문에 엄청난 중력을 갖는다. X선도 빨아들이기 때문에 찬드라 역시 블랙홀을 직접 관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블랙홀로 인해 들썩이는 주변의 천체에서 방출되는 X선을 포착했다.


최근 김 박사는 ‘챔프’(ChaMP)에 빠져 있다. 챔프는 찬드라 다중파장 프로젝트를 줄인 말로 찬드라 X선 망원경이 찍은 사진에서 타깃이 되는 별이나 은하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프로젝트다.


예를 들어 X선이 뿜어 나올 만한 소스가 없는데 X선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찬드라 X선 망원경으로 해당 지역을 자세히 관측하면 점 같은 X선 소스를 찾을 수 있다. 김 박사는 “7천개에 달하는 X선 소스를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주의 거미줄 찾기


이런 자료를 모아 우주를 시뮬레이션해서 은하를 만들 수도 있다. 가스, 입자, 암흑물질 등 여러 가지 구성성분을 퍼뜨려 놓고 어떻게 진화하는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재밌게도 대개 이 경우 은하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래서 이를 ‘우주 웹’(cosmic web)이라고 부른다.


우주 웹은 원래 찬드라가 찍었던 타깃을 뺀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구조가 없이 무질서하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한 때 천문학자들은 마치 유행처럼 이 우주 웹에도 뭔가 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었다. 2003년 김 박사는 챔프 자료를 꼼꼼히 분석한 결과 관측의 측면에서 보면 우주 웹은 구조를 갖고 있지 않는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2004년까지 몇 편의 논문을 계속 발표했고, 그 결과 지금은 다들 김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김 박사는 앞으로 X선을 통해 은하의 진화 과정을 시험할 계획이다. 아직 그 누구도 은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은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해답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찬드라 너는 내 운명


김동우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토종’ 한국인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연구원까지 지낸 뒤 1991년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년 뒤 안식년을 이용해 하버드대에서 X선 연구를 계속했고,


결국 1996년 다시 하버드대 천체물리센터로 돌아와 지금껏 X선과, 찬드라와 씨름하고 있다. 그간 수차례 NASA로부터 우수성과상을 수상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 다니러 왔다가 한국의 무덥고 습한 날씨에 고생을 했다고. 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턴은 여름에도 그렇게 습하지 않단다. 한국의 무더위는 잊었지만 한국의 천문학에 대한 애정은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천문학이 날개를 달고 우주로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천문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 지금도 그와 함께 챔프를 연구 중인 한국인 박사후 연구원을 지도하고 있다. 이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미국은 공교육에서 수학이 약하다고 하지만 심하다고 느낄 만큼 어릴 때부터 읽고 쓰기를 가르친다.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논문도 잘 쓸 수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저작권자 2006-0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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