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der {padding-left: 10;padding-top: 5;padding-bottom: 5; padding-right: 10; font-size:10pt;line-height:14pt; font-color:666666}
|
법의학으로 예술세계 조명
귀에 듣기에도 생소한 ‘예술법의학’이란 퓨전 학문분야를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가 말하는 예술법의학이란 무엇인가? 예술작품 속에 숨어 있는 법의학적인 비밀을 밝혀내고 유명했던 예술가들의 불명확한 사인(死因) 등을 법의학적으로 규명해 내는 게 ‘예술법의학’이라고 말한다.
특히 예술과 의학, 신화를 종합해 분석하는 연구는 의사들에게는 의학적 지식을, 화가들에게는 심오한 예술세계를 보는 눈을, 일반인에게는 흥미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90년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어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문 교수는 르네상스 시대(15~16세기) 예술계 거장이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유명한 화가가 그린 작품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작품 속에 그리스로마신화가 담겨 있는 것을 알아내고, 그 작품 속에 담긴 신화의 의미를 의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스로마신화 속에 의학용어 60% 담겨
그는 “그리스로마신화란 책을 보면 우리가 쓰는 의학용어의 60%가 그 신화에서 나온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가령 사랑과 미(美)의 여신 비너스(Venus)이란 어원에서 ‘성병’(venereal disease)이란 단어가 나왔고, 시간을 지배하는 ‘크로누스’ 신의 이름에서 만성질환(Chronic disease)이란 단어가 파생됐다”고 했다.
따라서 신의 이름과 그들의 특징을 연결시키면서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의과대학생들이 의학용어를 외울 때에도 참고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 의과대학생은 교양과목으로 그리스로마신화를 배운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문 교수는 “이런 그리스로마신화와 르네상스 시대 작품을 연계해서 의학적으로 작품 속의 신화를 해석해보면 신들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내면 심리의 심오함이나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부터는 예술가들이 신을 완전히 노출시킨 그림을 그렸는데 이는 그 전과 달리 르네상스 시대에는 신에 대한 내면표현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묘사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수년 전에 이런 연구를 집대성해 ‘그리스로마신화와 의학의 만남’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차이코프스키, 비소 사약 받아 사망
또다른 예술법의학 분야 연구로 그는 그간 논란이 많았던 세계적인 예술가의 사인을 법의학적으로 재조명하는 연구를 하고 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인 ‘안단테 칸타빌레’를 좋아한다는 문 교수는 차이코프스키가 콜레라로 죽었음을 자료를 통해 알아냈다.
그런데 문 교수는 자료에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졌다. 그는 “당시 고관대작이 죽은 차이코프스키의 시체 손에 키스했다고 돼 있다”면서 “콜레라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손에 키스하면 전염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자료를 통해서 차이코프스키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당시 모 공작의 남자 조카와 동성애를 즐기다 공작이 차이코프스키를 고발했고, 당시 동성애가 금지했던 러시아 당국은 그에게 사약을 내린 것을 알게 됐다. 문 교수는 "차이코프스키가 죽을 때 콜레라에 걸린 환자처럼 쌀뜨물 같은 설사를 했는데, 이는 비소(As)로 만든 사약을 먹어도 같은 증세가 나온다”며 비소 사약을 받고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모차르트도 사인이 8가지로 나뉜다고 소개한 문 교수는 “몇 년 전에 자료를 추적해보니 모차르트가 콩팥, 간 등 체내 장기들이 안 좋았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따라서 어떤 해에는 권위 있는 콩팥 전문가가 콩팥질환으로 모차르트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또다른 해에는 간 전문가가 모차르트는 간질환 때문에 사망했다 등 사인이 겉돌고 있음을 문 교수는 알게 했다.
모차르트의 사인도 추적한 문 교수는 모차르트는 포도주 공장을 하는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가 포도주를 마셨음을 알아냈다. 그는 “포도주 공장 주인이 당시 의사회 회장이었는데 사회에 난무하던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포도주에 매독치료제인 수은을 넣었고 모차르트가 이를 즐겨 마셔 결국 수은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8가지 사인도 바로 수은 중독에 따른 부작용임을 문 교수가 밝혀냈다.
반 고흐, 자살시도 후 3일간 생명부지는 권총성능 나빴던 탓(?)
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반 고흐의 사인을 과거 7-8년간 추적해 온 문 교수는 “반 호고는 권총으로 자신을 쏴 자살했는데 총을 쏜 후 3일 만에 죽었다”고 했다. 왜 3일 동안 죽지 않았을까를 추적한 그는 반 고흐의 고향까지 가서 현장을 둘러본 결과 “당시 술가게에서 와인을 많이 사면 경품으로 까마귀떼를 쫓는 성능 나쁜 공포총을 선물로 줬는데, 반 고흐는 그 총으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달려드는 까마귀떼를 쫓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경품용 총으로 자신을 쐈기 때문에 3일간이나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다”고 말한 문 교수는 “반 고흐 시체를 옮길 때 시체에서 물이 쏟아졌는데 이는 그 같은 총상에 의해 복막염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앞으로도 또 다른 자료를 추적하면서 세계 어떤 분야에도 없는 예술법의학 분야를 우리나라에서 발전시켜 후학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은퇴한 학자들도 자신의 전공분야와 새로운 학문과 결합을 시도해서 퓨전 학문분야를 싹틔운다면 우리나라 학문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서현교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12-01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