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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플랫폼정부, 지난 20년간 추진한 전자정부와 다르죠.”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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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간 공식회의 160여 회

통합할 정부 서비스 1500여 개

국민은 한 곳에서 한 번에 서비스 이용

 

“나중에 만드신 초거대 AI가 우리나라 첫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되는 거 아닙니까?” (류준영 편집위원)

“그렇게 된다면 논문 게재나 발표보단 (초거대 AI를) 수출부터 해야 할지 모릅니다. VIP가 어떻게든 우리 수출 경제를 다시 일으키려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에….” (고진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

 

너무 진중한 분위기가 흐르자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는 모습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요즘 ‘핫’한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가 우리나라 R&D 성과 시스템에 들어와 해당 데이터를 다 학습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에게 주로 과학기술업계 종사자들이 「과학과기술」을 본다고 하니, 그가 이 질문부터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과제를 기획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고, 그 연구를 하다 보면 새로운 물질에 대한 화학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말에 “한국에선 사람보다 기계가 먼저 노벨상을 받는 거냐”라며 우스개로 되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던 것.

지난 5월 8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과학과기술」이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이끄는 고진 위원장을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만났다. 작년 9월 출범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여기저기 흩어진 1,500여 종의 공공서비스를 2026년까지 하나의 인터넷 플랫폼에 통합해 하나의 사용자이름(ID)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발표했다.

고 위원장은 공공 서비스 통합 플랫폼이 구축·운영되면 공공연구기관(이하 공공연)의 R&D 패러다임이 바뀌는 대전환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며, 향후 각계각층에 미칠 파급효과를 설명하면서 이런 얘기도 꺼냈다. “공공연에선 사회문제해결형 R&D 과제를 하나의 임무축으로 가지고 있죠. 그런데 사회현상은 이전보다 더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학기술은 가장 먼저 수요자 관점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R&D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즉 방향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죠. 공공서비스 통합 플랫폼에서 과학자들은 각종 사회 문제에 더 쉽게 접근하고 감지하며 연구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얻게 될 겁니다.”

고 위원장에 따르면 공공 서비스 통합 플랫폼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구축된 수많은 시스템에 각각 쌓인 데이터를 흐를 수 있도록 벽을 허무는 것이 선결 과제다. 기술적 구현은 민간의 디지털 역량을 수혈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과학기술계의 적극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정부 자료들은 비교적 정제된 데이터이므로 이를 각 영역별로 학습시켜 정부·공공업무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플랫폼에 접목시킨다는 계획도 세워뒀다고 한다.

여러모로 활용도가 많고, 잠재력도 풍부해 보이는 디지털플랫폼정부, 화려한 계획만큼이나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그것이 3년 뒤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고 위원장으로부터 들어보자.

 

Q 어느덧 출범 9개월 차다.

A 대통령 직속 위원회 대부분은 주관 부처에서 만들어온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출범식 때 대통령께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자문만 하는 위원회가 아닌 ‘일하는 위원회’가 되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철저하게 민간위원이 중심이 돼 국민의 시각에서 과제를 발굴하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실현계획 발표까지 공식적인 회의만 160회 이상 했습니다. 속도가 좀 느릴 수는 있지만, 국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기 위한 원칙을 반드시 지키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지난 4월 대통령과 국민 앞에서 발표할 수 있었고, 지금은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7개월 동안 치열하게 논의해 만든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통해 국민이 더 편리해지고 우리 기업들의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앞으로 지금까지보다 더 큰 도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내부에서 가장 치열하게 토론하고 상호 의견을 조율한 과제는.

A 실현계획 완성 바로 직전까지 각 부처와 업무 협의가 긴박하게 이뤄졌습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쳤음에도 여러 가지 제약과 규제 등 넘어야 할 허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정부24에 단순 링크되어 있는 1,500여 종의 사이트를 연계·통합하는 ‘범정부 서비스 통합 창구 구축’(~2026) 관련 작업은 국세청,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대법원 등 관계돼 있는 부처와 기관이 워낙 많습니다. 관계부처를 만나 설득하고, 또 기술적 조정을 위한 회의만 해도 10차례 넘게 진행했습니다. 위원회와 부처 간에 열띤 논의와 설득의 시간을 거치며 결국 ‘하나의 정부’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과적으로 합리적이고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합의가 됐습니다.

 

Q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의 핵심 내용은.

A 실현계획에는 국민에게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새로운 도약과 성장의 공간을 주며, 정부는 똑똑하게 일할 수 있는 혁신 과제를 담았습니다. 세부 과제 중에는 2026년까지 1,500여 개 정부 서비스를 통합·연계해 국민들이 더 이상 이곳저곳 찾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한 번에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범정부 통합 창구 구축 사업이 있습니다. 또 국민이 몰라서, 바빠서,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놓치지 않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상황에 맞춰 미리 정부 혜택을 알려드리는 ‘혜택 알리미’ 서비스도 시행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복지혜택을 받으려면 국민이 직접 자신에게 해당되는 복지 서비스를 찾고, 주민센터 등에 신청해야만 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국민이 복지혜택이 있어도 어떻게 신청하는지 방법을 모르거나, 적극적으로 찾지 못하는 여건으로 인해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복지 사각지대 비극이 반복돼왔습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는 공공 데이터뿐만 아니라 민간 데이터 등을 융합하고, AI·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사전에 위기가구를 발굴합니다. 국민이 직접 신청하지 않더라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함께 정부 내부, 정부와 민간 사이를 가로막는 칸막이를 없애고, 디지털을 기본으로 행정체계 전반을 재설계하여 똑똑한 원팀 정부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은 이 기관, 저 기관을 다니며 민원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도입해 정부 행정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며,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융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혁신 인프라를 구현, 민간의 역량으로 정부 서비스를 혁신하는 GovTech 산업 육성, 그리고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 권리 강화에 대한 내용을 꼼꼼히 담았습니다.

 

Q 과거 ‘전자정부’, ‘정부 3.0’ 등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가.

A 지난 20여 년 동안의 전자정부 추진은 홈택스 등 개별 시스템을 고도화해온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높아진 데이터, 시스템 칸막이는 통합적,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에 한계를 가져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부처 간, 정부와 민간 간 협업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전자정부나 기존의 정부혁신 정책을 통해 국민은 민원 서류를 인터넷으로 편하게 떼서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부처 간에 주고받으면 되는 서류를 “왜 국민이 직접 떼서, 다른 기관에 내야 하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즉, 기존의 정책이 공급자적 시각이었다면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철저하게 국민 시각의 설계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Q 세계 최초의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A 정부 전용 초거대 AI로 공무원이 AI를 행정의 보조 역할로 활용해 정부 문서 작성이나 민원, 복지, 안전 등에 적용하게 될 겁니다. 공무원의 업무 효율을 향상하고 공공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부의 데이터와 민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구현하게 될 것입니다. 1단계로 민간의 초거대 AI를 활용, 공개된 정부 문서를 학습한 후 보도자료, 연설문 등 문서 작성에 도입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후 2단계로 비공개 행정문서를 포함한 내부 데이터를 보안성이 담보된 별도 영역에 추가 학습, 파인튜닝을 통해 신뢰성을 향상하고 편향성을 제거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행정 서비스 등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정부 전용 초거대 AI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합니다. 건강보험료 체납과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거나, 119 상황인지 시스템에 적용해 거짓·중복 신고를 걸러내는 역할 등 정부 서비스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민간 데이터가 일부 역할을 대신 해주면, 공무원은 그렇게 아낀 시간을 현장을 찾거나 더 필요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핵심이라는 DPG허브는 무엇인가.

A DPG허브는 민간·공공 데이터와 서비스를 연결해 융합·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레이크 등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 융합 인프라’와 각 부처가 따로 개발해 사용하던 기능과 서비스를 범정부 차원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공용서비스 빌딩블록’, 공공에서 민간 초거대 AI를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초거대 AI 활용 인프라’, 그리고,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플레이그라운드)’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DPG허브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제공이 가능해질 겁니다. 국민은 새로운 형태의 공공 서비스를 경험하고, 민간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DPG허브에 있는 경찰청의 교통정보와 내비게이션 업체에 저장된 개인 운전습관 자료를 분석해 맞춤형 안전노선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Q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과제에 민간 참여 방향은.

A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국민, 기업, 정부가 협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민·관 협업 플랫폼(DPGcollab)을 구축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 툴, 공공·민간 데이터 및 서비스 API, 사스(SaaS), 초거대 AI 분석 인프라 등을 지원해서 환경·재난·저출산·일자리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빠른 해결을 유도할 것입니다.

 

Q 디지털플랫폼정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A 각 부처와 기관 담당자들이 데이터에 대해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면 하나의 정부로서 국민이 원하는 원스톱 서비스,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수집한 데이터의 주인은 부처가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이롭게 활용돼야 합니다. 앞으로 데이터를 정부의 개별 시스템에만 가두지 말고 데이터가 공유·융합되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특히 공공의 서비스를 만드는 시각 자체를 국민 중심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원회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학계와 함께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과 추진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확산하며 범정부적 동참을 독려할 것입니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플랫폼정부 혁신 노력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홍보팀
저작권자 2023-06-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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