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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블랙홀 박사 1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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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 보물 1호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48) 원장은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지고 누렇게 색이 바랜 소책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과와 수련장을 베껴서 나름대로 만든 천문학 책이다. 연필로 또박또박 태양계 행성의 특징을 썼으며 달이 차고 기우는 원리나 별자리 그림도 멋지게 그렸다.


블랙홀 박사, 과학 대중화 나서다


“미국 유학 시절에 공부하기 힘들 때마다 이 책을 넘겨보면서 ‘이때만 못하면 안 된다’고 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했다”고 박 원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인 블랙홀 박사 1호이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블랙홀 모델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원장은 “어린 시절 대전 변두리 유등천에서 늦게까지 물고기를 잡다가 올려다 본 밤하늘이 우주에 대한 첫 인상”이라며 “은하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밝혔다. 중·고등학교 때 그는 ‘학생과학’ 같은 잡지를 보다가 빛조차 꿀꺽 삼키는 천체 블랙홀을 처음 접했다. 대학 때는 블랙홀을 이해하기 위해 ‘골치 아픈’ 일반상대성이론을 독학하기도 했다.


1992년 천문연구원에 들어온 그는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았다. ‘근엄한 블랙홀 박사’가 과학 대중화의 전도사로 나섰던 것이다.


과학, 특히 천문학을 일반인에게 알리려는 박 원장의 열정은 남다르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우주 쇼가 펼쳐지거나 과학 관련 이벤트가 있으면 만사 제쳐 놓고 대중 강연이나 방송에 해설자로 참여했다.


“우리 민족은 자랑스러운 ‘우주 민족’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게 안타깝습니다.”


박 원장은 태극기가 세계 수많은 국기 중에서 유일하게 ‘우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한국인이 사람 이름을 지을 때 음양오행의 이치를 따진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다.


해외에 대형 망원경 설치가 또 다른 꿈★


2001년에는 대전시를 설득해 대전시민천문대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이후 시민천문대는 붐이 일기 시작해 곧 전국에 1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올해 초에는 1993년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였던 외계인 ‘꿈돌이’를 되살리는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10여 년간 총 3천600명이 넘는 교사를 대상으로 2박 3일의 천문학 연수를 진행했던 게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고 말했다.


그는 책도 많이 냈다. 어렸을 때 읽을 만한 과학책이 없어서 아쉬웠기 때문이다. 별과 우주를 다룬 천문학 교과서에서부터 블랙홀에 대한 흥미로운 교양서, 국가정보원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과학소설(SF)까지 다양한 책을 썼다.


현재 우주신령, 은하신령, 지구신령이 나오는 만화도 어린이용 과학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또 별 이야기를 담은 ‘대덕 밸리의 밤’이란 곡도 직접 만들었다. 최근엔 이 곡을 ‘프렌즈’라는 밴드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그의 전기기타 연주 실력은 수준급.


올해 5월 말 한국천문연구원장에 취임한 그는 14년째 몸담고 있는 연구원이 국내 다른 연구원에 비해 인력, 장비, 예산, 성과 등 모든 면에서 뒤져 있는 걸 몹시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한국 천문학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방안을 털어놓았다.


박 원장은 “일본이나 미국처럼 대형 망원경을 해외에 건설하는 게 간절한 소원”이라며 “그러면 우리 천문학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저작권자 2005-10-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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