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핵융합 실험로로 평가받고 있는 ‘KSTAR(Korean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우리기술로 개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경수 단장은 과학자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읽어낼 수 있는 ‘안목’을 꼽았다.
이 단장은 핵융합 발전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91년, 미국 오크리지 연구소와 MIT대 플라즈마 연구센터에서 핵융합을 연구하다 고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미래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핵융합 연구기반 확보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이 단장은 몇몇 과학자들과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KSTAR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미국에서 안정적인 연구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단장은 아직 핵융합연구가 전무한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이 단장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곧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역설”이라고 말한다.
미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안정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더구나 마땅한 부존자원도 없이 국가경제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원 확보문제는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지속되는 ‘유가폭등’으로 국민이 떠안아야하는 경제적인 부담은 높아만 가고,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화석연료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대적으로 줄여야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들은 기후변화협약에 대처할 에너지를 찾는데 더욱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러시아,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일찍부터 무한, 청정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힘써왔다.
핵융합발전은 원자핵과 원자핵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전기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핵융합 기술개발을 진행해온 선진주요국들은 연구에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차세대 에너지를 공동으로 확보키 위해 국제컨소시엄 'ITER(국제핵융합실험로)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상업용으로 활용이 가능한 100만kw급의 핵융합 실험로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는 1988년부터 착수해 공학설계 및 기반기술R&D를 2001년에 완료했고, 앞으로 10년동안 50억 달러를 투입, 내년부터 프랑스 카다라쉬에서 장치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핵융합에너지는 화석에너지의 고갈문제를 해결하고, 유해가스·폐기물 등 환경문제를 유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형 방사능 유출사고가 없어 안전하다.
고밀도, 대용량의 무한에너지로 개발될 이 핵융합 기술이 상용화되면 바닷물에 들어있는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이용한 연료 1그램으로 석유 8톤에 해당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무(無)’의 상태를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보지만, 어떤 사람은 많은 것이 갖추어져 있어도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불평을 합니다. 일단 불평을 시작하게 되면 왜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지 부정적인 이유들을 자꾸 찾아내게 되고 결국 실패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증명하게 되지요...”
1996년 기초연내에 개설된 ‘핵융합 연구개발사업단’에 동참, 지난 1998년부터 '차세대 에너지 사업'인 국내 핵융합 연구개발사업을 총괄해온 이 단장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핵융합발전으로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이상적(理想的)인 계획’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주위의 ‘부정적인 의견’들과 끊임없이 부딪쳐야만 했다.
사실, 핵융합연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계에서는 핵융합 연구의 비현실성을 증명하기위한 부정적인 견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남들에겐 꿈일 뿐인 ‘핵융합연구’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설득’의 과정을 거쳤고, 핵폭풍에도 끄떡없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진공상태에서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자기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세계최초의 초전도 실험로, KSTAR이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각국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늦게 핵융합연구에 뛰어든 한국이 놀라운 기술력을 선보이며 국제학술대회에서 연이어 발표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지난 2003년, 급기야 엄청난 이권이 달려있는 열강들의 초대형 에너지 프로젝트, ITER건설에 한국을 참여시키며 KSTAR의 기술력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KSTAR가 ITER의 실험모델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최근 핵심장치인 초전도 자석이 완성되는 등 2007년 8월 완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의 핵융합 실험로 KSTAR에는 그의 노력이 땀땀이 묻어있다.
이 단장은 ‘철저한 계획’을 통해 미래를 현실로 바꿔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단장에게 그런 힘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의 태양, KSTAR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를 읽어내는 ‘자기만의 안목’, 해낼 수 있다는 끊임없는 ‘자기설득’과 ‘자기확신’으로 한국의 핵융합에너지기술 개발에 희망을 던져온 그가 앞으로도 국가의 미래를 밝혀줄 많은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
- 정현정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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